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청년 Sep 15. 2019

가끔 디테일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

Heads up!

이건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글입니다 ㅎㅎ

(라고 하려 했는데, 인간관계에 대한 글이기도 하겠네요 ㅎ)



정당에 가서도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왜 이렇게 사람들은 싸울까'였다. 심지어 정당은 비슷한 세상을 꿈꾼다는 사람들끼리 모인 곳인데 말이다! (하긴 교회에서도 사람들이 싸우는데, 그건 같이 천국 가려는 사람들끼리도 싸운다는 것이니...) 갈등은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갈등조정능력, 다르게 말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능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능력이고,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마스터' 해야 할 능력이다. 그런데 마스터는 무슨, 어쩜 그렇게도 갈등조정능력이 없는지 내가 본 대한민국 정당, 정치인, 당원들은 참 놀라웠다. 나는 운이 좋게도 학창 시절 나에게 여러 기회를 주고, 동업도 되어주었던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한 선생님(나는 내가 정말 존경하는 사람들을 선생님이라 부른다)을 만나 'Conflict Management(갈등 조정),' 'Adaptive Leadership(적응 리더십)' 같은 리더십 교육을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사실 그땐, 뭐 이리 당연한 걸 리더십 교육이랍시고 하나 싶었는데, 살면서 보니 이게 진짜 중요한 거였다...


그 선생님과 함께 중앙아시아를 순방했을 때


정치에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할 때, 다른 사람은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뉜다.

1. 나와 같은 정당에 있는 사람

2. 나와 다른 당에 있는, 즉 나와는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생각이 다른 사람



가끔 디테일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같은 정당에 있는 사람들과 공존하기]


내가 [정치적 인간이 되는 길] 글들을 쓰는 이유는 제목 그대로 이왕이면 정당에도 가입하고, 정치적 인간으로 살아가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정당에 가입하면 누구든 좀 놀라게 될 것이다. 왜? 사람들이 신기할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아서... 같은 목적, 비슷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지만, 그래도 싸운다. 어느 정당이든 그렇다. 심지어 서로 얼굴도 안 볼 정도로 사이가 안 좋은 그룹도 있다(그러면서도 같은 당에 남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 ㅎㅎ). 그래서 처음 정당에 가입해서 어느 모임에 가면, 그 모임은 특정 그룹(또는 계파)의 모임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면 이렇다. 정의당 서울대 동아리를 만드는데 당연히 정의당 전체(중앙당)의 청년 부대표와도 협력을 하고, 같은 지역인 정의당 관악구지역위원회의 청년 사업 담당과도 협력을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당시 정의당 청년 부대표를 하고 있던 사람의 '그룹'과 정의당 관악구 지역위에서 청년부위원장을 하고 있는 사람의 '그룹'이 정말 사이가 나빴다(아직도 나쁘다...ㅠ).


사실 두 당사자들은 그래도 정치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 같이 밥도 먹고 하는데, 각 그룹의 소속원(?)들이 서로 얼굴을 안 볼 정도로 사이가 안 좋았다. 양쪽 모두와 협력해서 정의당 서울대 동아리를 잘 만들어보려는 내 입장에서는 정말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정의당 서울대 동아리 창립 준비 모임에 청년 부대표가 오자, 즉시 몇 명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는 것이었다. '청년 부대표가 와서 도와주고 하면 당연히 좋겠지' 싶어서 초대했던 나는 정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다(난 미국 민주당과 영국 노동당에선 이것과 비슷한 그 어떤 일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후 양쪽 그룹을 따로따로 만났다. 어느 날은 이쪽 그룹을 만나 "저쪽 그룹 사람들은 믿으면 안 돼요. 절대 주도권 넘기지 마세요."라고 하면 "네네, 맞아요" 맞장구치고 오고, 다른 날은 저쪽 그룹을 만나서 이쪽 그룹 욕을 들으며 "네네, 맞아요"하고 오기 일쑤였다. 나야 둘 중 어느 그룹과도 사이가 나쁘지 않은데, 또 둘 모두의 협력을 얻어야 하니. 진짜 어찌나 황당하던지... (내가 21세기형 정당 동아리를 만들어보겠다는 목표만 없었어도 둘 다에게 쌍욕을 하고 왔을 텐데...ㅎ)

신영복 선생님의 글귀


일단, 정치적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정치는 단순하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슷한 꿈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그 쪽수로 합법적으로 권력을 쟁취하고, 그 권력을 가지고 합법적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쓸데없는' 분열이 뜻하는 바는 우리가 모여서 쪽수로 권력을 쟁취할 일도, 그 권력을 가지고 세상을 바꿀 일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면 "디테일은 양보할 수 있다"는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디테일은 100이면 100,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모병제를 보자(내가 전역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ㅎㅎ). 어떤 정당이 모병제라는 큰 방침의 입장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모병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누구는 "당장 시행해도 아무 문제없다, " 누구는 "복무기간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고, 부사관도 병사부터 시작하게 하자," 누구는 "일단 해군, 공군, 해병대는 모병제, 육군은 복무 기간을 바짝 줄여 징병제 유지하고 지켜보자," 모병제 하나 하려 해도 방식이 너무 많다.


이런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계파끼리 싸우고, 서로 얼굴 붉히고, 분열한다면 그 정당은 망할 것이다. 정말 싸우려고 마음먹으면 논평에 단어 하나 가지고도 싸울 수 있다(실제 이런 걸로도 싸운다). 하지만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안다면 그 정도 디테일은 양보할 수 있는 것이다. 정책이든, 당의 운영방식이든 논쟁을 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서로 친절히 말하고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하고, 합의를 할 때는 내가 원하는 방식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생떼 부리지 않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해, 싸움과 분열을 마다하지 않는다면 그건 고집이다. 그런 사람은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의 현장보다는 선명성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사회운동의 현장에 더 어울린다. 정당의 목표는 계속해서 말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더 함께 해서 권력을 쟁취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살아온 인생을 상상해보는 힘 [다른 정당의 사람들과 공존하기]

신영복 선생님의 또 다른 글귀


정말 불필요한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차피 생각이 다르다는 거, 잘 설득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하며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선 일단 내가 무조건 옳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음...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치적 입장이라는 게 각자가 살아온 인생에 따라 결정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내가 진보적 인간인 것은 내가 살아오며 보고 경험한 세상이 나로 하여금 진보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내가 고등학생일 때, 같은 반이었던 한 친구는 아버지가 국정원 직원이었다. 이 친구는 김대중과 노무현이 빨갱이이며, 박근혜는 애국자라고 철통같이 믿고 있었다. 그걸 뭐 내가 어쩌겠어? 그렇다고 내가 그 친구랑은 체육시간에 축구도 같이 안 하고, 쉬는 시간에 농담도 안 섞을 건가? 굳이 인생을 그렇게 살 이유는 없다. 이미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면서, 뭘 굳이 열불 내고 싸우리.



상대방이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면, "저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기에 저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을까"를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다. 그런 맥락에서 난 [국제시장]이란 영화를 정말 감동적으로 봤다. 그 영화를 통해 나는 우리 사회의 노년 세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 저 시대를 산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어쩌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사고들로 무장해야 했었겠구나." 그렇다고 2019년 지금, 그분들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이해해볼 수는 있으니까(그렇다고 또 모든 걸 이해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가령 태극기 집회에 사람들을 돈으로 동원하는 건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굳이 나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려 하지 않게 되고, 그 사람이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도 굳이 기분 나쁠 것이 없다. 오히려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맞장구 쳐주고는 가볍게 주제를 돌리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또 양쪽 모두가 다름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오히려 의견이 달라도 재밌게 정치적 대화를 할 수 있다(솔직히 서로 동의만 하는 정치적 대화는 전혀 재미가 없다 ㅎㅎ. 원래 정치적 대화는 가십 얘기처럼 즐거워야 정상인데, 흔히 싸움이 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 또 다른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우리 사회가 '민주사회'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싸우고 짓밟을 것 같으면, 우리는 전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선거를 한다. 이미 생각이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




같은 당 사람이든, 다른 당 사람이든 싸우지 않는 게 행복하다 ^^ 어차피 다 행복해져 보려고 하는 것을.



#2장함께하는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