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김치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치를 사 먹는다. 나는 사 먹는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3~4년 전부터 김장을 직접 하기 시작했다. 평소 배추나 무가 좋은 계절에는 김치를 뚝딱 담그기도 한다. 집에 좋은 소금을 사서 저장하고 있고 부모님께서 키우신 맛 좋은 마늘과 생강 그리고 직접 따서 말리고 가루 내 주신 고춧가루가 있으니 김치를 담으면 맛이 없을 수가 없다. 화학조미료는 전혀 넣지 않는다. 기본 재료에 젓갈이나 직접 담근 매실액 그리고 홍시를 넣는다.
지난해 11월과 12월, 1월까지 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일복이 많아 여러 가지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지방출장까지 다니느라 참으로 바쁘게 달렸다. 어느 날은 한파가 이어졌고 어느 날은 함박눈이 내렸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사정을 아시는 부모님께서 한 박스 보내주신 김장으로 먹고살았다. 교통사고로 회복 중인 엄마와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와 우리 언니와 동생이 합동작전으로 담은 김장을 먹으며 추운 겨울 많은 일들을 해나고 있는 내가 내심 대견하다. 가족의 도움으로 지금의 내가 서 있다.
도저히 제 때에 김장을 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냥 사 먹을까 생각도 하였지만 결심했다. 한 해를 든든하게 먹을 김장을 안 할 수는 없다. 바쁜 일정이 끝나가는 1월의 마지막날 나는 날짜를 지정해서 구입한 40킬로의 절임배추를 받고 김장을 한다. 내 맘대로 내 입맛에 맞는 김장을 해볼 참이다.
오늘 나의 거실은 매우 창의적인 김장을 만드는 공간이 된다. 요리에도 새로운 것을 자꾸만 시도하는 나에게 김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나만의 김장김치를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한다. 배추를 절이는 과정이 생략되니 김장은 참 수월한 과정을 거쳤다. 우선 달디단 겨울무를 굵게 채 썰기를 했다. 왜 채 썰기를 굵게 하냐면 김치를 먹을 때 오도독오도독 재미있는 식감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채칼로 채친 것보다 손으로 썰어야 맛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최대한 아날로드 김치다. 단맛은 매실액과 홍시가 담당한다. 광양 농장에서 주문한 품질 좋은 매실과 유기농 원당으로 담근 매실액은 새콤하면서 깊은 단맛이 나서 그 어느 해보다 맛있는 상태이고 부모님께서 직접 따서 보내주신 감은 날이 갈수록 홍시로 익어가고 있어 이것들을 모두 김치 양념에 넣을 생각이다.
동네 수산물 가게에 가서 중간 크기의 자연산 굴을 1킬로 사고 정육점에 들러 보쌈용 돼지고기도 산다. 튼실한 겨울무를 사서 나무 도마 위에 놓고 숭덩숭덩 서툰 솜씨로 채를 썬다. 남편과 함께 하니 금방 한다. 미리 만들어서 재어둔 양념에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청을 추가하고 약간의 젓갈을 넣어서 짜지 않게 양념을 한다. 겨울 쪽파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넣는다. 가장 재미있는 광경은 껍질을 제거한 홍시를 채에 눌러 달콤한 즙을 내는 과정이다. 달콤한 냄새가 진하다. 주황색 밝은 색깔에 마음까지 환하다. 씨는 따로 모은다. 나중에 감나무로 자랄 것이다.
홍시를 김장에 넣으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옛날부터 감이 많이 나는 상주에서는 김장게 감을 넣기도 하였다고 한다. 홍시는 완전히 익어 물컹해진 상태에서 김치 양념에 으깨 넣으면 설탕 없이도 부드럽고 깊은 단맛을 낼 수 있고, 홍시에 포함된 자연당은 유익한 미생물의 먹이가 되어 김치 발효를 촉진하고 풍미를 더한다. 작년에도 홍지를 넣고 담근 김치를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다. 또, 홍시는 김치의 신맛과 짠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고 균형 잡힌 맛을 만든다. 너무 좋은 것은 김치가 물러지지 않고 아삭한 식감이 오래 유지된다는 점이다. 천연 당이어서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겠다.
나는 40킬로의 김치에 12개 정도의 홍시를 넣었다. 어떤 건 대봉감 홍시이고 어떤 건 일반 크기의 홍시여서 개수로 말하는 것의 의미는 없겠지만 최대한 충분히 넣었다. 이전에는 배나 사과 등도 넣었지만 매실청과 홍시면 충분하다는 것을 작년에 담근 김장을 먹으면서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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