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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 수 Nov 23. 2021

엄마의 꿈


엄마와 뮤지컬을 봤다. 최근에 친구와 오랜만에 뮤지컬을 봤는데 너무 좋았기 때문이었다. 무대효과부터 노래, 스토리까지 너무 좋았고 이런 멋진 경험을 엄마는 해 봤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야 가끔 문화생활을 한다지만, 엄마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코로나 이후로는 영화관조차 가지 않았던 엄마가 조금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 뮤지컬 영화를 좋아했던 엄마라 예전에 같이 영화로 된 시카고를 본 적이 있는데 마침 내가 사는 도시에 시카고 뮤지컬이 하길래 당장 예매. 그리고 생일 선물을 빙자하여 같이 가자고 했다. 엄청 기대도 하지 않고 시큰둥한 반응이라 괜히 돈 많이 썼나? 라는 생각도 잠깐 했던 것 같다.


뮤지컬 당일 늦게 자고 간 탓인지 1부에서 살짝 졸음이 온 나는 엄마의 반응을 볼 수가 없었다. 크게 반응도 없이 조용하게 관람하던 엄마였고, 예전에 봤던 뮤지컬보다는 무대 효과라던지 스토리라인이라던지 조금 약하게 느껴져서 다른 거 볼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리도 늦게 예매한 탓에 2층 자리라 배우들이 잘 보이지도 않았고. 또 그날따라 수능이 끝나서인지 어린 학생들이 정말 많이 와서 너무 주변이 소란스럽기도 했다. 날짜를 잘못 골랐나? 엄마랑 조용하게 멋지게 보고 싶었는데 싶어서 조금 스트레스도 받았던 것 같다.


1부가 끝나고 인터미션에 재미있냐고 물으니 엄마는 재미있다고만 하고 크게 반응이 없었다. 그렇게 2부까지 보고 커튼콜까지 본 이후에 엄마와 집에 가는 버스를 타러 가다 엄마, 재미있었어? 하고 또 물어봤다. 


그러자 엄마의 대답이 조금 의외였다.

"재미있더라. 배우들도 참 멋지고. 엄마도 뮤지컬 같은 걸 하고 살았으면 참 재미있게 살았을 텐데."

생각지도 못한 말에 응? 하고 되묻자 본인도 춤도 좋아하고 노래도 좋아하는데, 저런 거 하면서 살면 재미있었을 것 같아. 라고 다시 대답을 했다. 우리 엄마, 노래도 좋아하고 춤도 좋아하는 거 맞는데. 노래방도 코로나 때문에 못가고 재미있는 콘서트 같은 것도 없고. 나훈아나 미스터트롯이나 예매해주면 혼자서도 즐겁게 보고 오던 엄마. 평소 뮤지컬 영화를 좋아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을까? 싶었다. 엄마 마음 속에 작게 열정을 살려주는 일이라서? 정확히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 는 아니지만 그런 즐거운 일을 하며 살고 싶어서.


가끔 엄마에게 젊어지면 어떻게 살고 싶어? 라고 물을 때 엄마는 전문직,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엄마도 이루지 못해서 아쉬운, 살아보지 못해 아쉬운, 살아가며 속상했던 기억들이 있겠지. 60이 넘은 엄마가 뮤지컬 배우로 살았으면 참 재미있었겠다, 라고 말을 하자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웠다. 엄마의 지난 청춘이 나까지 아쉽고 슬퍼서. 고작 30 초반에도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는데 60이 넘은 엄마도 그렇겠지. 젊고 어린 학생들이 뮤지컬을 보던 게 부러웠다. 그 친구들 중에서도 우리 엄마처럼 누군가는 저런 거 하고 싶다 라는 꿈을 꾸고 조금 더 일찍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지나간 엄마의 시간들과 꿈꿔보지 못해 이룰 수도 없었던 엄마의 꿈들이 아쉬워서.

엄마에게 더 많은 경험과 즐거움을 주고 싶다. 가끔은 그게 엄마에게 슬픔은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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