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해방감'이 떠오른다. 매일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자아실현을 위한 단계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돈'을 벌기 위함이다. 저번달과 비교해 이번달의 급여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때면 약간의 불안함을 느낀다. 지금은 그 불안함의 정도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해방감을 느낄까?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듯,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 그전에 내가 돈을 대하는 마인드부터 다시 갖춰야 할 것 같다. 돈에 대한 불안함을 느낀 게 언제부터였나? 를 떠올려보면 크게 2가지가 떠오른다.
첫째, 회사를 그만두고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
극도의 불안까지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돈에 대한 불안함을 느꼈던 시기였다. 당장 다음 달에 들어올 급여가 없다는 것. 매달 내야 하는 월세와 숨만 쉬어도 나가는 생활비 등등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막막했다. 하지만, 다행인지 막막할 때쯤부터 나의 능력으로 조금씩 돈을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저축을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월에 30만 원 정도는 저축을 할 여유가 있을 정도로 홀로서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둘째, 대학원 등록금.
6개월에 한 번씩 내는 등록금이었지만, 한 학기에 6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내야 하면,
즉 한 달에 100만 원 이상은 족히 모아야만 했다. 거기에 월세와 생활비까지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
이때가 돈에 대한 극도의 불안함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다. 돈을 벌기 위해, 즉 등록금을 내기 위해, 나의 20대 후반의 시기는 '시간이 곧 돈'이라는 생각이 지배되었다. 친구와의 만남을 줄이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그 덕(?)에 등록금을 내 손으로 다 충당할 수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잃은 것도 많았다.
나 자신을 버린 것.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의 기회를 버린 것.
30대에 들어서면서, 등록금의 부담감에서 해방되고 나니 내가 잃었던 것을 찾기 위해 돈과 시간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돈에 대한 불안함은 여전하다. 당장 내야 할 월세도, 등록금도 없는데도 왜 불안한 걸까? 다가올 미래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데, 억지로 내다보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불안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