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내 취향이 되었는데, 너라는 이유 외에는 없는데
취향(趣向):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취향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았다. '趣(나아갈 취), 向(방향 향)' 즉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마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작년의 나만 생각해도, 이 단어를 볼 때 '일'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을 것이다. 온통 머릿속에 '일일일', '커리어'로 가득했으니까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나에서, 일을 제외한 나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려본다. 상경한 지 벌써 9년 차. 지방러들은 공감하겠지만 한강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한강에서 여유롭게 거닐기도 하고, 걷다 지칠 때면 아무 데나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기도, 자전거를 타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하기도 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온전하게 하고 싶은 것을 공유하지도 시도해보지도 못했던 나날들이 떠오른다.
나만의 독특한 취향을 조심스레 공유해 보자면, '한 놈만 팬다!'라는 말처럼, 좋아하는 음식이 생기면 매일매일 질리도록 먹고, 내 취향에 딱 맞은 음악을 찾을 때면 한곡재생으로 가사를 다 읊을 만큼 무한 재생을 한다. 최근 나 혼자 산다-설현 편에서 샌드위치에 빠져 매일 샌드위치를 먹고, 암벽 타기에 빠져 하루에 4~5시간씩 암벽을 타는 모습이 공개되었는데, 이 취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나 역시 그중의 한 명이다.
설 연휴를 맞이해서 일주일정도 고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샤부샤부와 떡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먹었다. 카페에 가게 될 때면 밀크티가 있는지부터 시선을 돌린다. 쳐다도 보기 싫을 정도로 질리기 전까지는 한놈만 패는 아주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다.
최근, 나의 이런 독특한 취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는 멋지고 든든한 사람이 생겼다. 반대로 나는 이 사람의 취향을 얼마나 알아가려 노력했나 되돌아본다. 그러다 문득 수지의 취향이란 곡에 이런 가사말을 발견했다.
'네가 좋다는 걸 들으면 널 따라 좋아하게 돼.', '네가 내 취향이 되었는데, 너라는 이유 외에는 없는데'
아! 내가 좋아하는 걸 따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때 그것이 곧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된다는 게 이런 걸까?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아가다 결국 그것이 곧 내 취향이 되는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전에는 무관심했던 것들이 상대로 인해 유독 눈길이 가기 시작한다. 상대방의 표정과 말투부터 좋아하는 음식이나 취미생활 같은 것들 말이다. 누군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취향에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참 신기하지.
서로를 알아가다 서로의 취향마저 좋아하게 되는 것. 이것만큼 소중한 관계가 또 있을까.
출처: 읽어보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