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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걱정 많은 아저씨 Jun 15. 2023

수고롭지만, 아름다운

귀찮아도 지금과 미래를 위해.^^

 초저녁에 잠들었던 아들이 잠에서 설깬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저 이빨 안 닦았죠?’ 그리고는 갑자기 휘청휘청 일어나 비틀대며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쓱싹쓱싹 이빨을 닦는다. 분명 피곤할 텐데…. 이 닦는 걸 아파했고, 귀찮아도 했던 우리 아들이 잠들기 전과 아침식사 후에는 이제 스스로 양치질을 한다. 그렇다곤 해도 자다가도 일어나 이를 닦으러 가다니. 어느새 몸에 익힌 좋은 습관이 아빠로서 기쁘고 놀랍달까?


 “‘우리의 제주’도 이런 좋은 습관을 하나 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만한 일이 있었다. 지난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제주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들을 열었고 참여해 볼 기회가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를 소개하자면 컵 줍기 이벤트였다. ‘플로깅(plogging)’이라는 이름으로 도심 청소, 담배꽁초 줍기, 해안 청소 등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우리 주변을 깨끗이 하는 정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었지만 이번 환경의날의 핵심 주제는 ‘컵줍깅’, 즉 ‘일회용 컵’을 줍는 ‘컵 줍기’와 운동 삼아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합친 이벤트였다.



 '컵줍깅'에 참여한 '지구별 키즈'. 맨 뒤에 파란모자_녹색바지 뿡이. ㅋㅋ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2022년 12월 2일부터 제주와 세종에서만 제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현재는 보증금제의 적용 대상이 100개 이상 점포를 갖춘 식음료 브랜드로 한정적이기 때문에 점차 이 제도의 적용 범위를 ‘전체 식음료 점포’로 확대하고 지역 역시 ‘대한민국 전체’로 넓히고자 하는 멋진 ‘취지’를 컵줍깅을 통해 알리고자 했음이리라.


우리 첫째아들, 뿡이


 전국에서 모인 활동가와 환경단체들의 컵줍깅 결과 수거된 일회용 컵들은 보증금제 라벨이 부착된 컵 23.1%, 라벨이 없는 컵이 76.9%의 비율로 나타났다. 긍정적으로 해석해 본다면 보증금제 라벨이 부착된 컵들은 버려지는 비율이 대상이 아닌 컵들에 비해 3분의 1 적었으므로 컵 보증금제가 확대되는 만큼 우리 주변이 더 깨끗해질 거라는 기대도 해본다.




스벅은  자체제도 시행으로 인해, 컵보증금제 매장이 아니다. 길에서 주운 1천원짜리 컵. 우리아들 스크류바 하나 획득. >.<!



 이제 시범운영을 지나 지난 7일부터 도내 460여 곳의 대상 매장이 컵 보증금제를 시행했다.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6월 7일 나도 직접 이곳저곳을 들러 음료를 한 잔씩 사보았다. 컵 수거기 비치, 반납 방법 안내 및 관련 QR코드 게시 등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론 아직도 아쉬운 목소리가 있다.


 ‘제도 대상 매장’과 ‘미 대상 매장’이 나란히 있는 경우, 번거로운 컵 보증금제 참여를 피하려고 미 대상 매장으로 고객들이 몰릴까 걱정하는 사장님들의 마음. 대형 브랜드의 식음료 매장이라 하더라도 그 가맹점주님들은 우리 이웃, 우리 동네 소상공인분들이다. 형평성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도 보증금제 대상을 ‘전체 식음료 점포’로 확대해야만 한다.


쓰레기 박사, 홍수열 소장님의 기자회견 발표를 참관한 후, 함께한 식사자리에서.. 이상형과 팔짱끼고 추억한장.^^


 우리 아들이 양치질을 하는데, ‘어금니만 썼으니 어금니만 닦을게요.’하면, 나는 참 곤란할 거 같다. 이제 곧 치과 치료 예약을 해야 하고, 치료비도 엄청 많이 들어갈 테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제주부터인가?’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자연이 아름다운 제주’가 이를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은 무언가 운명적인 일 아닐까? 재미있는 상상도 해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깨끗해질 제주, 그리고 번거로운 일도 환경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해내는 시민들의 고향, 제주는 자랑스러울 것이다. 구석구석 깨끗하게 닦은 이를 내보이며, 멋지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기를….


뉴제주일보, 23년 06월 12일 게재된 시론 입니다. 
출처 : 뉴제주일보(http://www.jejuilbo.net)


세상엔 참 본받을 분들이 많다. - 제주 쓰줍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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