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그 즐거움

뉴제주일보

by 걱정 많은 아저씨

고기를 먹는 것은 참으로 즐겁다.

일단 맛있기 때문이다.


맛있을까?

농축된 에너지가 한입에 듬뿍 들어와서?

본능적 욕구일까?

아니면 문화적·정서적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인가?

이런저런 이유로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다. 그래서인지 고기는 축제에 먹는 음식, 귀한 자리에 준비돼야 하는 식재료, 다양한 문화적 상징성까지 가지고 있다.

한데 이렇게 중요한 고기를 거부하는 ‘비건’, 혹은 ‘비건지향’이라는 개념이 있다. 식생활 측면에서는 모든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는 것인데 이것은 조리에 있어서 정말 절대적인 제약이다. 일상적 소재인 치즈와 우유, 달걀, 버터, 그리고 치킨과 같은 각종 육류와 해산물까지 사용하지 않고 음식을 만들려면 지금까지의 밥상 그 기본 축이 송두리째 변해야 한다.


그뿐이랴, 가끔 조리하다가 식자재가 한두 개만 빠져도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는데 모든 동물성 음식 재료들을 하나도 사용할 수 없다는 건 총체적 난국이다.


내 나이 20대, 군 생활을 취사병으로 했다. 매일 3번 약 350명에게 제공할 조·중·석식을 조리했는데 재미있게도 군인들이 제일 화를 많이 낼 때가 고기 배식이 떨어질 때였다. 철통같이 통제되는 곳에서 원초적 욕망, 먹는 즐거움마저 충족되지 못하니…. 그래서 그때 군인 아저씨들은 그렇게나 욕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젠 이 오래된 편안함, 익숙한 즐거움에 한 번 고민하고 뭐라도 해봐야 할 때가 된 거 같다. 동물이 불쌍해서, 환경이 오염돼서, 돈이 많이 들어서, 내 건강을 위해서, 비건 지향을 해볼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먹고살기 힘들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굳이 ‘비건’까지 찾아가면서 할 엄두가 나지는 않았었다. 마치 “건강해지고 싶어? 그러면 매일 아침 42.195㎞를 뛰어, 넌 멋저질 거야”라고 하는 느낌? 주변에 이런 친구가 있다면, 난 그 친구를 쥐어박았을 것이다. 그걸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동안 육식이 야기하는 여러 피해들을 몰랐던 건 아니지만 이제 그 시도를 위한 여건도 어느 정도 조성된 것 같다. 동물성 식재료를 대체할 여러 대체재들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사는 제주도는 제주 스타일의 ‘비치코밍’인 ‘봉그깅’, '쓰줍'을 실천하는 여러 환경단체들의 고향, ‘친환경인’들의 핫 플레이스이다. 그래서인지 ‘펜고호다’와 같은 비건카페, ‘그린 블리스’와 같은 비건지향 멀티샵, 비건지향 뷰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제주온’, 다양한 비건 식재료와 음식들을 접할 수 있는 ‘올바른 농부장’ 등 친환경·비건 관련 단체들이 활발히 활동하며,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

이들을 통해 ‘비건지향’을 시도해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 제주이니 기쁘고 귀한 날 굳이 고기를 준비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이해해 줄 인생의 동료와 후배, 선배들이 우리 주변에 늘어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고기는 맛있다. 고기 먹을 때 즐거운 거, 나도 안다.


하지만 사람보다 사람을 위한 가축의 수가 압도적으로 더 많은 오늘날의 지구는 부자연스럽다. 이제는 고기가 주는 ‘오래되고 불편한 즐거움’보다, 좀 더 ‘새롭고 유익한 즐거움’을 찾아보자.


무엇보다 내 삶과 내 기쁨의 다양성을 위해서. ^^



제주브랜드가 추가된 버전입니다.


제주는 비건 하기 비교적 좋은 곳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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