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도 더 전의 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인턴을 해볼 기회가 있었다. 내가 사는 하숙집의 주인 아주머니는 휴일이면 꽤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한 번은 자신의 딸이 일하는 환경단체에서 진행하는 강연회가 있는데 같이 가보자는 말에 따라나섰고 동네의 작은 서점에서 진행된 강연회의 진행자였던 ‘헬레나 호지’ 작가님을 통해 ‘Ancient Future, 오래된 미래’라는 책을 알게 됐다.
이때 당시엔 사실, 미국산 소 수입에 반대하는 국내 여론이 많았었고, 한 미국학생이 도대체 왜 한국에서 미국소를 수입하는데, 데모를 하고 화를 내는지 이해할수 없다고 해서, 우리는 위험이 있는 소를 우리 돈을 낭비하면서 수입하고 싶지는 않다고 열변을 토했었던 기억이 난다...먼가 호전적이던 시절.^^;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감히 이해한 바대로 요약하자면, 사람들이 꿈꾸어 오던 미래가 사실은 과거부터 존재했었다는 것을 ‘라다크’라는 지역민들의 삶을 통해 이야기했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생전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을 통해 내가 생각했던 바를 확인할 수 있고 누구나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상은 시대와 지역, 개인을 떠나 비슷하다는 것이었는데 최근에 화두가 되는 ESG라는 개념도 사실은 우리가 예전부터 생각하고 실천해왔던 ‘또 다른 오래된 미래’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부터 존재했었던 것들을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재정의하고 있는 ESG.
ESG는 기업들이 활동하면서 만들어야 할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된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오래전부터 제시돼왔으며 최근에 크게 주목받고 있는데 소비자 차원보다는 기업에 대한 투자 활동을 함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지표로 대두되고 있다.
이전에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 가치 창출),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진정성 있는 공유 가치 창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환경 친화 활동 등이 주목을 받아왔지만 각각의 개념들이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는 듯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좀 더 다양한 측면을 동시에 고려하는 ESG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떠오른 것도 당연하다 생각된다.
하지만 이것이 새로운 것이냐 하면 우리가 늘 해오던 것을 하나로 재정리 해주는 개념으로서 이제는 전문적인 투자자가 아니더라도 각 개인의 생활 차원에서도 이런 다양한 측면을 꼼꼼히 생각해봐야 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전공으로 하는 호텔외식업계만 하더라도 ‘환경_E’와 관련된 식자재의 생산과 유통·식품의 포장재, ‘사회_S’와 관련된 고용·복지·임금, ‘지배구조_G’와 관련해 기업 내부구조 및 프랜차이즈 업계에서의 가맹점-본사와의 관계 등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각각에서 문제가 터져 나오는 사건들을 어렵지 않게 맞닥뜨리고 있다. 특히 어느 한 부문의 문제가 터져 나오는 경우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 세 부문이 전체적으로 문제인 경우가 많으므로 소비자가 좋은 기업과 제품을 찾아볼 때는 ‘하나의 제품’, ‘하나의 활동’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다양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여기서 커다란 장애 요소가 발생하는데 바로 개개인이 기업의 활동들을 전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음식, 상품, 서비스들은 무수히 많고 해당 제품들의 스펙과 가격만 비교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전문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때나 활용할 수 있는 기준인 ESG는 복잡하고 난해하다. 또한 각각의 요소들은 업계마다 다른 중점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므로 ESG의 기준을 단순하게 설정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와 관련된 내용을 정확히 측정하고 결과를 쉽게 제시할 수 있는 방법들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기업활동이라는 영역의 평가를 위한 ‘공적 기관의 역할’로서 ‘제주도의 관계기관들’도 호텔, 외식, 관광업에 있어서 ESG 평가 관련된 연구개발을 주도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와 같은 노력의 수혜는 좋은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해당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주체인 도민이 받게 될 것이므로 하루빨리 시작되길 바란다.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실천해왔고 그려왔던 ‘오래된 미래’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