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나오는 계간지 '작은것이 아름답다'를 쓰줍인의 소정님의 노력으로 매번 읽고 있다.
그때그때 주제마다 호불호가 있고, 동의하기도 하고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281호의 거의 모든 글들은 읽기 쉽고 공감하기 쉽고, 배우는 바도 많았다.
이런저런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과 지식을 소박하게 전달하는 다양한 글들이 하나의 책에 잘 모여있었다.
글과 사진들도 매번 매우 훌륭한데,
이런 사진들이 중간중간에 알맞게 잘 들어있는 것이 새롭고, 눈도 맑게 한다.
이 번호의 목차는 이러한데, 이 중에서도 특히, 남종영 작가님과 이병천 박사님의 글이 참 좋았다.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몇 개 옮기자면,
P.76
"집단(종)에 대한 성실한 공부와 함께 개체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리고 개체의 특성과 역사를 무시하거나 종적 특성으로 환원하지 않는 진중함과 세심함이 필요하다."
돌고래처럼 높은 지능을 갖고 있는 동물이 인간처럼 개성이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 적이 있나 싶다. 한 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인데, 강아지도 내향적이고 외향적인 친구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성격이 변한다. 인간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돌고래는 이래', '어떤 동물은 저래'라면서 일반화시키기 쉽다.
요즘 특히 MZ는 요래, MBTI 뭐는 어때. 등등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잠시 접해보고는 '저 사람은 이래, 저래.'라는 등 쉽게 결론내고, 심지어는 그런 말을 전해 들은 것으로 한 개인에 대한 결론을 내려버리는 제삼자들도 우리는 종종 접한다.
이것이 얼마나 섣부르고 설익은 착각일지는 부연할 필요도 없다.
집단적인 분류를 갖고 그 안에서 성향을 파악하는 작업은 그룹대 그룹과 같은 일정규모 이상의 대상을 파악하는 데는 어느 정도 기초 뼈대를 제공해 줄 수 있지만, 그 속에도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고, 인간은 개개인의 출생과 역사, 현재의 감정 상태, 거주지의 지리적 환경과 변천, 각 개인이 둘레의 누구와 어떤 교류를 했고, 하고 있는가.. 그 외에도 다양한 주변적 요소들의 상호작용에 따라서 모두 다 다를 수 있다.
우리 집에서 나고 자라, 같은 부모 밑에 있는 우리 9살 첫째와 5살 둘째도 매우 다르다. 이 둘은 태어난 시기라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쌍둥이를 둔 부모님들께 물어봐도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들도 매우 다른 개성을 가진 개개인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돌고래의 밝고 쾌활한 활동, 예쁜 표정과 소리, 인간 친화적인 몸짓등은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중에서는 그러고 싶은 친구도, 그리고 그러고 싶지 않은 친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특성을 '아일랜드 돌고래, 펑기'에서 발견하고는 '모든 돌고래가 그럴 것이다. 우리가 가두고 그렇게 길러도 될 것이다.' 등등의 확증편향을 바탕으로돌고래를 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오랜만에 좋은 시각과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깊은 배움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고 이병천 박사'님의 글을 몇 문장 옮겨보고 싶다.
자연은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숲에서 나무 한 그루는 하나의 도시이자 공동체입니다.
일단 손을 대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습니다.
환경 관련 특별법은 환경파괴 불도저 입니다.
- 선생님께 올리고자 하는 말씀
"선생님의 글이 옮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타인을 타이르고 가르치려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사실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당신의 생각을 친절하게 서술하며, 말씀하고자 하는 주장까지도 뚜렷하게 제시하는 이 글을 통해, 참 본받고 싶은 전문성과 삶의 태도를 모두 갖추고 있는 한 분의 인생을 짧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 이슈에 대한 글이었지만, 지금도 듣고 배우고 느낄 점이 많은 좋은 글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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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이런 좋은 글들을 통해 배움을 얻고, 시공간을 넘어 이런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작은것이 아름답다'가 많이 알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라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