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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r 05. 2024

일상 - 중심을 잡는다는 것

몸의 중심 허리에 대해

지난주에 느닷없이 허리가 아픈 바람에 성당도 가지 못하고 수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중심을 잘 잡고 생활해 왔는 데 거의 모든 게 스톱이 된 상황이었다. 겨우 밥을 먹고 화장실을 가고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으며 일주일을 보냈다. 갑자기 허리에 힘이 빠지면서 맥없이 주저앉았던 주일날 아침이 떠오른다. 한순간, 몸의 균형이 와르르 무너짐을 체험했다. 사실 처음 겪어본 일이라 무척 당황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몸관리를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동안 건강에 자만했던 나에게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다. 꾸준히 걷기를 하며 나름 근력을 키워왔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수영을 해서 몸을 유연하고 단단하게 한다고 노력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몸이 갑자기 뜻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보니 아찔하고 두렵기조차 하다. 평소에는 몰랐는데 '일상에서 중심을 잡고 생활했던 게 기적이었구나' 실감했다. 불편한 몸으로 일상을 자유롭게 생활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본당 제대 꽃꽂이

한의원을 다녔던 게 오래전 일인데 허리가 아픈 이유로 이번에 네 번째 다녀왔다. 아파트 옆에 있던 한의원이 이사를 가서 승용차를 타고 15분 정도 가야 한다. 그래도 예약을 하고 시간에 맞춰서 갔다. 허리를 온찜질로 따뜻하게 해 주며 부황과 뜸을 뜨고 침을 놓는다. 한 시간 정도가 넘게 걸리지만 지금은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 기꺼이 간다. 엎드려 있는 불편함도 침을 맞는 따끔함도 다 받아들이고 이겨내고 있다. 며칠 뜸과 침을 맞고 보니 많이 좋아진 듯하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리가 힘이 없으니 일어서는 것도 걷는 것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돌아 눕는 건 아직 힘들지만 허리에 힘이 생기니 몸이 한결 가볍다. 전에 주변 분들 중에 허리 통증으로 인해 한의원을 다닌다는 분도 있었고 치료받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몸의 중심 축인 허리가 문제가 되니 쉽게 생각할 게 아니었다. 큰 딸도 허리가 아파 한참 고생을 했는 데 그래서 그런지 많이 이해를 해 주었다. 뭐든지 직접 겪어 봐야 공감을 하고 이해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본당 제대 꽃꽂이

허리를 강타했던 고통과 불편함, 그리고 무력감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힘들게 한다. 중심에 힘이 없으니 일어서는 것도 고통스럽다. 처음에는 누워서 이동을 했고 그러다 남편을 의지해서 보조기구를 잡고 일어서고 걸었다. 몸에 힘이 없으니 잡고 일어서는 손목에도 힘이 가해져 보호대를 했다. 허리에는 힘이 주어지도록 복대를 했다. 지지대가 생기니 한결 낫다. 아픈 사람 입장에서 바라보니 서서 걸어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높은 힐을 신고 걷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아무렇지도 않게 할 일을 하는 사람들,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 모두가 부러웠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고 당당하게 다니는 사람들이 행복이고 기적이다. 평소에는 그런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막상 일어서거나 걷는 거, 돌아서 잠을 자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우리가 평소에 했던 것들이 건강을 잃은 사람들에게는 모두가 부러움의 대상이었음을 실감했다. 구부려 물건을 집을 수 있는 것, 물건을 들 수 있는 것도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이런 것들을 내게 깨우쳐 준 기가 되었음에 감사드린다. 치료 중이지만 걸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난 화분

살아가면서 어느 때 몸에 들어올지 모르는 것들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며 감사할 것들에 대해 깊이 느꼈던 시간이었다. 몸과 마음을 보살피고 특히 몸의 중심인 허리를 잘 관리해야겠다. 그동안 분주하게 생활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했음을 반성한다. 바깥으로 향했던 일상과 마음이 조용히 나를 살펴보게 하는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나여야 한다. 내가 건강해야 모든 일상이 편안하고 순조롭때문이다. 며칠 조용한 가운데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 생각해 보는 시간을 보냈음에 감사하다. 무조건 바쁘게 생활하는 것이 중요한 아니라도 것도 깨닫되었다. 이번 허리 사건은 정신없이 생활했나에게 정신을 똑바로 차리며 살라고 가한 일침이었고 채찍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건강하게 지낼 없으니 자신의 몸도 관리하면서 제대로 살라는 위협이었을지 모른다. 나중에 문제가 되기 전에 정신을 차리라는 경고였을 것이다. 잠시 쉬어가면서 내게 정작 필요한 것들은 무엇인 지 살펴봐야겠다. 차츰 회복하면서 의미를 찾고 관계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추구해 가야겠다.


https://m.blog.naver.com/dds03375/223227881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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