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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Oct 22. 2024

시아버님을 요양원에 모셨다 1

홀로 살아온 연로하신 아버님을 두 달 전에 요양원으로 모셨다. 평소에 요양원에는 절대 안 가시겠다는 아버님의 동의도 없이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서 죄송하고 마음이 짠하다. 시어머님께서 8년 전에 당뇨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 더 사셔야 하는 데  3달 정도 병원에 입원하시고 패혈증으로 갑자기 저세상으로 가신 어머님이 안타까웠다. 좀 더 신경을 써 돌봄을 해 드리지 못하고 자식 된 도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아 속상했다. 더구나 어머님이 모든 것을 해 주셨는데 홀로 생활하실 아버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했다. 아버님 혼자서는 생활하실 수 없고 그렇다고 우리 집으로 모시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고 아버님도 오시려고 안 하셨다. 그래서 요양 보호사가 집으로 방문해서 식사와 빨래 청소 관리를 해 주었다. 처음엔 힘들어하셨지만 차츰 적응을 해 나가셨다. 워낙에 식사도 잘하시고 풍채도 있으셨던 아버님은, 그동안 복지관도 다니고 공원에 나가셔서 다른 분들과도 잘 어울리셨다. 그리고 복지관에서 알게 된 교우 분이 아버님을 친 형처럼 돌보아 주셨다. 가끔 드리이브도 시켜 주고 맛있는 점심식사도 같이 해 주셨다. 게다가 다리가 불편한 아버님을 생각해 집으로 오셔서 두어 시간씩 말동무도 해 주셨다. 우리에겐 참으로 감사한 분이시다.

아버님 쓰시던 장농

그렇게 몇 년을 지내던 아버님께서 2년 전부터는 기저귀를 차기 시작하셨다. 소변도 참기 어렵고 가끔 바지에 똥을 지리는 일이 빈번해지자 우리들에게 말씀을 하셨다. '그런 걸 자식들에게 얘기해야 하는 것이 아버지로서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셨을까?' 올해부터는 점점 거동까지 불편해지면서 바깥출입이 현저히 줄어드셨다. 가물가물하는 게 많아 치매검사까지 하게 되고,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셨다. 아버님은 그래도 계속 요양 보호사가 와서 집안일과 식사 도움을 주고 이런 생활을 고집하셨다. 그러나 간간이 보이는 치매 증상과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도 워커를 끌고 가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자칫 밤중에 화장실을 가다 넘어지실까 봐 걱정이 되곤 했다. 그래서 형제들과 상의하여 큰 아들인 우리가 주도해서 결국 요양원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올해 들어 아버님은 이상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많은 것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물어보면 대부분 "몰라"로 일관하셨는데 연세가 드시니 그러려니 했다. 우리도 생활 속에서 기억하지 못하는 게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점점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게 확연히 드러났다.  큰 며느리인 나를 작은 며느리로 말하고 자주 만나는 큰아들도 엉뚱한 사람으로 말하곤 하셨다. '왜 그러시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요양보호사분이 급하게 전화를 하셨다. 아버님이 똥도 싸시고 의식이 없으시다고 해서 남편과 함께 달려가 보았다. 눈도 뜨지 못하고 말씀도 없으셔서 119를 호출했다.

지팡이와 옷걸이

가까운 곳에 종합 병원이 있어서 그곳 응급실에서 건강체크와 CT를 찍었으나 점차 병원에 있으면서 의식이 회복이 되고 크게 이상 소견은 없었다. 전에도 이런 일로 몇 번은 119를 소환했던 것 같다. 병원에 다녀오면 그 뒤에는 또 일상을 이어가고 계시니 크게 문제는 없는 듯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옷에 변을 사셔도 인지를 못하시는 경우가 자주 발생을 한다고 요양 보호사가 하소연을 하신다. 그리고 여름에 더워도 문을 고 선풍기도 틀지 않는 상태로 겨울 이불을 갖다가 덮고 계셔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우리가 더운데 왜 두꺼운 이불을 덮느냐고 해도 괜찮다고 하시니 더 이상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 그러다 며칠 전에 인천에서 친척이 온다고 옷을 입고 계신 게 티셔츠 위에 두 개의 메리야스를 입고 계신 걸 남편이 발견했다. 그때도 내가 누구냐고 물으니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셨다. 시아버님의 노인성치매 수준이 상당히 진행되었음을 실감했다. 지난 4월부터 치매검사를 시작해 세 번에 걸쳐 검사가 이루어졌다. 검사결과는 상당 부분 치매가 진행된 것으로 드러나 결국 치매판정을 받게 되었다. 다른 노인정질환보다 치매는 관리하기가 무척 힘들다. 돌발행동과 인지기능 저하로 일상을 유지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아버님댁에 걸린 액자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도 나이가 들어가니 어쩌면 우리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더욱 치매 부분에 대해서 자유롭지 못하다. 많이 몸이 안 좋아 병원으로 실려 갔다가 요양원으로 모셔 가면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그리고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먼서 요양원 입소를 편하게 받아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다. 이번 아버님 요양원 입소 현실도 치매를 치료해야 한다고 속이고 병원을 가는 척하고 요양원에 모시고 갔다. 요양원에서 모시러 올 수도 있으나 거부감이 있을까 봐 우리가 직접 모시고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요양원에 들어가시기로 한날에 아버님의 상황은 정신이 올바른 듯하셨다. 혹시나 아버님이 요양원인줄 알고 거부하실까 봐 마음을 졸였다. 아버님은 별말씀이 없으셨다. 일부러 곧바로 가지 않고 다른 쪽으로 휙 돌아갔다. 건물 위쪽에 요양원이 쓰여 있었으나 못 보신 듯했다. 밖에 있는 휠체어에 아버님을 태우고 2층으로 갔고 곧바로 2인실 사용하는 창가 룸으로 갔다. 요양보호사 분들에게 아버님이 이곳에 오시는 걸 워낙에 싫어하셔서 말씀을 못 드렸으니 당분간 조심 좀 해달라고 양해를 드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벽에 요양원 달력이 큰 글씨로 있어 얼른 떼어 밖에다 두었다. 아버님은 침대에 누우셨고 눈을 감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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