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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Nov 05. 2024

본당 풍수원성지 야유회

2024년 10월 20일

용암동 성당 신자들이 10월 셋째 주 주일에 강원도 횡성에 있는 풍수원 성당으로 모처럼 성지 순례를 다녀왔다. 신앙선조들의 피신처이면서 강원도의 첫 본당이고 해마다 성체현양대회가 열리는 뜻깊은 성당이다. 코로나 이전 기차여행 이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간 건 처음이다. 참가할 분들의 신청을 받아 구역별로 배정된 12대의 버스에 500여 명이 차에 올랐다. 전날은 비도 오고 바람이 불었으니 비도 그치고 바람도 잠잠해졌다. 대신 기온이 떨어져 날씨가 좀 쌀쌀했다. 그래도 비가 안 오니 얼마나 다행인가? 비가 왔으면 야외미사는 못 드리고 차에서만 보내다 올 뻔했다. 본당 큰 행사를 앞두고 주임 신부님께서 여러 가지로 마음을 졸이지 않으셨을까?  12대의 차량이 먼 길을 다녀오는 데 날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비는 그치고 날씨도 개였으니 다행이다. 주임 신부님께서 12대의 버스를 다니며 즐거운 여행이 되라고 격려의 말씀을 해 주셨다.


배정된 평협임원 봉사자들에 따라 각 차량의 안내로 신속하게 정리가 되고 구역장, 반장님들이 협조하여 7시 30분 순차적으로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는 떡과 귤, 물과 음료와 간식등을 나눠 주었다. 회비는 만원을 냈는데 간식에 점심식사, 버스로 풍수원성지까지 간다니 너무 많은 것을 받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오랜 시간 차를 타며 많은 대화도 나누었다. 모처럼 본당을 떠나 멀리 원주교구 풍수원 성당을 가는 신나는 성지 순례가 되었다. 더구나 각  구역별로 차를 타니 거의 아는 분들이라서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성지순례가 되니 모두들 기분이 좋은 듯했다. 간식을 먹고 나자 구역장님 주송으로 묵주기도를 바쳤다. 이후 옆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눌 때 버스는 도로를 신나게 달렸다. 여주에서 20분 정도 시간을 내서 화장실 다녀왔다. 이어서 다시 차에 오르고 예정보다 30분 빠르게 10시쯤 풍수원 성지에 도착했다. 내려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무리를 지어 위쪽으로 걸어 올라갔다. 5분 정도 걸어가자 한켠에서 바오로딸 수녀원에서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신앙서적과 기도를 바칠 수 있는 책들과 소품들이 있어 구경했다.

풍수원성지 입구
풍수원 성당

풍수원성지는 꼭 오고 싶었던 곳이다. 원주교구 배론성지와 용소막 성당은 몇 번 와봤지만 풍수원성지는 말만 듣고 처음 와보게 되었다. 그래서 더 기대와 설렘을 안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풍수원성당 앞에는 성당 기공식 때 심은 느티나무가 있고 나무가 크다 보니 성당 건물이 그 나무에 일부분이 가려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나무가 너무 자라서 오히려 성당을 막고 있으니 좀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방향을 바꿔서 보니 성당이 다 보여 다행이었다. 30분 정도의 시간이 있었지만 대부분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미사 시간을 기다렸다. 용암동 성당에서 460여 명이 오고 본당 신자들과 타 본당 신자들을 합치면 550명 정도는 되는 듯했다. 풍수원 성당에서 성가대, 복사, 봉헌금 봉사자들이 함께 해 주었다. 노래가 아주 부드럽지는 않아도 정성껏 준비해 주어 감사했다.


미사에서 풍수원성지 김찬진 베드로 신부님 강론 말씀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목소리가 부드럽고 상당히 애교 섞인 말씀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곳에 부임하신 지 얼마 되지 않으셨다고 하시며 다른 건 기억하지 못해도 '바람이 몹시 불던 날, 풍수원 성지에 갔었다.' 하는 것만 꼭 기억해 달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구석'이라는 시를 낭송해 주며 '구석이 있다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이냐고 반문하셨다. 풍수원 성당은 한국인 신부가 세운 최초의 성당으로 신유박해 때로 올라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1907년 중국인 벽돌공 외에는 교우들이 성당을 짓기 위해 농사와 생계도 팽개치고 직접 나섰다고 하는데 농사는 풍년이 들었다. 당시에 부녀자들은 벽돌을 나르느라 정수리 부분의 머리숱이 빠져서 민둥산 같았고 성당을 위해 헌신했다. 그만큼 하느님께 집지어 드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1907년 준비해서 1910년 소박한 성당이 완공됐다. 성직자도 없이 신자들끼리 똘똘 뭉쳐 80년간 신앙을 지켜온 곳이라니 그 힘이 얼마나 단단했을까?

풍수원성지 야외미사

베드로 신부님은 노래를 잘하지 못하셨는데 끝나고 노래 한곡을 선물해 주셨다. 풍수원 주임 신부님으로 인해 풍수원 성지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미사가 끝나니 12시 20분이 되었고 걸음도 걸을 겸 아래쪽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왔다.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줄 서는 것을 잠시 미루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이 조배를 하고 계셨고 우리는 조용히 앉아 제대 부분을 바라보며 감사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예쁜 성당 안을 카메라에 담고 나서 밖으로 나왔다. 이미 많은 분들이 식사를 한 후라서 식사 줄은 여유가 있었다. 6가지 반찬에 된장국이 있는 뷔페이다. 콩나물을 넣어 만든 잡채는 처음 접해 본다. 음식을 접시에 담아 식당 안으로 들어가 먹었다. 신부님, 수녀님은 우리보다 더 늦게 식사를 갖고 들어 오셨다. 반찬을 먹어보니 간이 잘 맞는 게 맛이 괜찮았다. 간이 잘 맞는다는 건 맛이 좋다는 것이다. 식사 후에는 가져온 샤인머스킷을 먹었다.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 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밖으로 나오니 많은 분들이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몇 사람씩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어울려 사진을 찍었다. 즐겁고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더구나 밝은 옷들을 입고 소녀 같은 감성으로 웃으며 카메라 앞에 서는 형님들을 보니 소풍을 나온 학생들처럼 즐거워 보였다.


우리는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러 산 쪽 계단을 올라갔다. 십자가의 길 14처는 판화가 이철수 화백의 작품이라고 한다. 비석 같은 돌에 그림과 함께 각처마다 글씨가 새겨졌는데 선명하진 않아 보기는 좀 불편했다. 십자가의 길을 마치고 성체 현양 동산에 들렸다. 매년 이곳에서 성체대회를 하는 곳이라 그런지 참 평화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성체동산 바로 옆에는 초대 신부님이신 정규하 아우구스티노 신부님과 김학용 신부님 묘소가 나란히 있어서 잠시 머리를 숙여 참배했다. 정규하 신부님은 한국천주교 세 번째 신부님으로 1896년 풍수원 성지에 부임해서 47년을 사목 하셨다고 한다. 정말 오랜 세월을 풍수원 성지와 함께 하셨던 사제이다. 정신부님은 성당을 건립하고 학교를 세워 인재를 양성했으며, 고아와 가난한 이들을 돌보셨다고 한다. 우리는 돌아서 완만한 길로 내려왔다. 성당 옆에 느티나무 둘레에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만들어 쉬기 좋았다. 그곳에서 가져온 경주 빵과 커피를 마셨다. 잠시 성물방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묵주팔찌는 사고 싶었으나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후에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다른 분들 사진도 찍어 주었다.

드론 단체 사진속 현수막은 잘못 가져가 예비자 환영식때 사용하는 것을 가져  갔어요.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았다는 후일담을 밝혀 둡니다.

풍수원 성지 옛 사제관에 유물을 전시한 것은 시간을 핑계로 가보진 못했다. 많은 유물이 있었을 텐데 사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유물 전시관은 1912년 정규하 신부님께서 사시던 사제관을 320점에 달하는 유물들 중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정규하 신부님 책상, 촛대, 성합, 십자가는 물론 제의까지 전시해 놓았으니 풍수원 성지에 가면 꼭 들리시길 바란다. 성지순례 일정표에 2시 30분 단체 사진을 찍을 거라고 공지가 됐다. 시간이 가까워오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안내 멘트에 따라 구역별로 줄을 섰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즈음에 장광동 바오로 형제님이 방향을 틀어 달라고 부탁했다. 층이 높은 곳에서 카메라로 여러 사진을 사진을 찍었다. 게다가 드론이 띄어졌고 손을 흔들어 달라고 부탁해서 우리는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인원이 많은데 어떻게 단체 사진을 찍을까?' 걱정했는데 다 방법이 있었구나 생각했다. 미사 중에도 드론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으며 큰 역할을 했다. 지난번 멍에목 도보성지 순례에서도 드론을 띄워 미사 때 촬영을 걸 봤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오후 3시 출발을 할 거라서 버스로 이동했다. 화장실을 다녀와 몇몇 분들은 농산물을 샀다. 무와 호박, 풋고추 등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다. 그리고 버스타기 전에 단체 사진을 찍었다. 돌아오는 길은 차가 좀 밀리는 듯했다.


6호 버스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봉사했던 총부 부장님은 풍수원 성지 관련 퀴즈와 넌센스 퀴즈를 내서 미리 준비한 선물을 나눠 주었다. 문제가 어렵진 않아 많은 분들이 정답을 말하려 하자 구역장님이 지목을 하도록 해서 맞추게 했다. 재미와 웃음 그리고 선물까지 유쾌한 시간이었다. 지루할뻔한 시간을 이렇게 보낼 수 있어 좋았다. 여러 가지 기획이 잘 짜인 성지 나들이였다. 특히 이번 성지순례는 먹을 간식들이 풍부했고 명찰에다 정확한 일정표, 식권까지 거의 불편 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평협임원들과 구역장 반장까지 봉사를 해 준 덕분에 행복한 성지 순례가 되었다. 오랜만에 본당 식구들이 야외 나들이를 하며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사진도 찍고 좋은 추억을 공유한 시간이었다. 함께 즐거운 추억을 공유하고 공통분모를 만든다면 신앙생활이 더 풍부하고 행복해질 것이다. 이번 행사를 위해 수고해 주신 본당 신부님, 수녀님과 평협회장님을 비롯하여 평협임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풍수원 성지를 다녀온 힘으로 앞으로 신앙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성당 신부님 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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