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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나에게 보내는 편지

거창한 제목을 붙여본다. 프롤로그. 부제는 나에게 보내는 편지 정도가 되겠다. 지난 시간 일기나 블로그에 글을 쓴 것을 세어본다면 꽤 많은 글을 썼다고 할 수 있다. 2019년이 시작되면서 세웠던 나와의 약속이 있다. 예전부터 하려고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밀어 오며 죄책감이 들어서였을까.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목표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가장 큰 목표는 매직캣 칼럼을 50회 작성하는 것. 수학적으로 계산해봐도 1년이 52주니, 1주일에 하나씩 작성해도 52개다. 1주일에 한 개의 칼럼 포스팅을 작지만 큰 목표로 두기로 했다.


글쓴이의 단점은 누구보다 글쓴이가 잘 알고 있다. 나름 얼리어답터라고 새로운 지식과 신선한 제품에 열광한다. 익숙해지고 질릴 즈음 새로운 것을 향한 항해는 다시 시작된다. 어린 시절 공부한답시고 문제지 앞쪽만 풀었던 그 시절에 아직 고립되어 있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변명은 필요 없다. 악바리처럼 물고 늘어지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인정한다. 그래서 이 프롤로그는 적게는 몇 개월 후, 많게는 몇 년 후의 글쓴이에게 보내는 편지인 셈이다. 흔히 말하는 초심과 동기부여를 위해 끄적이고 있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방향이 중요하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비우니 향기롭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과 자주 쓰이는 말이 "그릇의 크기"이다. 담을 수 있는 물건이 많아도 그릇의 크기가 작으면 담을 수 없다. 담을 수 있는 물건이 적으면 아무리 큰 그릇도 소용없다. 무엇이든 적당한 시기가 있어야 하고, 적합한 그릇이 있어야 한다.


아날로그 시기에 태어나 운 좋게 컴퓨터를 어린 나이에 접하게 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보급 전에 "정보"라는 것은 소수 엘리트의 독점물이었다. 1990년이 지나 PC 통신을 활용하고, 전화선 만남이 시작될 무렵 인터넷이라는 존재는 생소했다. 그로부터 7~8년 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사람을 보는 건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니었다. 헤어진 친구를 찾기도 하고, 은사님을 인터넷을 통한 재회가 이뤄졌다. 수많은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었다. 지식의 저주에 빠져 더 많은 지식을 갈망한다. 정보 식탐에 허우적 되며 시비와 관계없이 소화시키려 무작정 먹는다. 그릇의 크기를 늘리려다 되레 오물을 넘치도록 담았다. 새로운 것을 담으려면 포기해야 한다. 진정 포기할 때 그릇이 한 층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포기해야 할까? 나에게는 이미 정보가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보일 수 있다. 정보는 물과 같아서 계속 흘러야 한다. 정보가 고립되어 있고,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면 썩을 수밖에 없다. 글쓴이가 에버노트라는 어플을 2010년 9월에 접하고, 지금까지 약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용하면서 쌓여있는 노트가 6,450개이다. To-Do- List를 작성하거나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 말고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료를 모은 것이 적어도 4,000~5,000여 개가 될 것이다. 체계적으로 자료를 정리한 것도 있다. 마구잡이로 적은 것도 있다. 남 주기 아까워 꼬불쳐둔 것도 있고, 쓰레기라고 생각되는 자료는 이미 휴지통에서 사라졌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이상 한가지 핵심 분야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그에 뒷받침 되는 노하우가 있다. 개똥철학일지언정 이런한 자료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해야겠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생각은 변한다. 아무리 현재로서는 정론이라고 생각되어도 시간이 지남과 동시에 변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변화는 지속적으로 찾아오지만 주기가 있다.


싸인 그래프를 눈으로 보면 일정한 진폭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x축을 시간, y축을 변화라고 가정했을 때, π/2시간에 한 평생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에게는 항상 변화는 "1"일 테니까... 생각의 변화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돌도끼를 써야 하며 빗살무늬토기에 음식을 담고 움집에 살았을 것이다. 더 심할 경우 이미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추억 속의 싸인 그래프



자료를 넘어 정보로, 정보를 탐구하여 지식으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사람이 몰리는 곳에 돈이 모인다는 정론처럼 바이럴 마케팅, MCN 마케팅 붐이 일었다. 바이럴 마케팅으로 퇴폐해진 정보의 쓰레기통에서 빠져나오려는 사람들이 MCN으로 갈아탄다. 바이럴 마케팅이 등장했을 무렵, 그것이 광고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개인 블로그에 자비로 구입한 물품을 포스팅하는 것은 기업 측면으로 봤을 때 최고의 홍보 방법이다. 버즈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명칭의 시작은 입소문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속담처럼 말이 전파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2014년 허니버터칩 광풍에는 입소문이라는 마케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파워 블로거가 등장하고 블로거지도 등장했다. 파워 블로그에 포스팅된 제품은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맛집이 되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요리 실력보다 마케팅 실력이 좌지우지했다. 음식점을 찾아가 자신이 블로거이니 무료 음식을 요구하며 협박하는 블로거지도 등장했다. 점점 협찬 받은 포스팅과 순수 포스팅이 헛갈리기 시작한다. 상품 광고 콘텐츠를 광고주에게 맞춰 작성하는 블로거도 있었다. 점차 정보의 투명성이 모호해지며 정보가 순수한 정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좋은 포스팅을 읽어도 "이 제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지급받았습니다."라는 문구를 보는 순간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아무리 비판을 한다 해도 "주례사 비평"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멍청하지 않다.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상품의 포스팅 5~6개 정도 읽으면 광고주의 요구 사항이 보인다. 이런 니즈를 해결해주는 곳이 MCN이었을 것이다. 상품 사진이 나열되기 바빴고, 짜여진 스크립트 종결어미를 바꿔서 쓰여진 포스팅이 아니다.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상품의 장. 단점을 설명하는데 거침없다. 모 유튜버는 리뷰 영상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계약 조건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제품 투명성이 유지된다. 주관적인 관점으로 재해석된 영상이지만, 개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유튜브가 블로그보다 낫다.


가령 한가지 제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모아야 할 것이고, 그중 유의미한 자료를 선별해야 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제품 구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예로디지털마케팅그룹 2015년 조사 결과

잠재적으로 유용한 자료라 할지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정보로서 가치를 상실한다.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지식으로 향상되어야 한다. 단지 자료를 모으는 자료 콜렉터를 넘어 그것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가공해야 비로소 정보가 된다. 창의력을 더해 맥락에 따라 해석해야지만 차별화된 정보로 거듭나게 된다. 자금까지 모았던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료를 비교해 볼 것이다. 정보의 가치를 재발견하길 바라며, 자료를 올바로 해석하고 활용하길 바란다.




친구에게 영감을


매년 매직캣 커뮤니케이션은 파티를 개최한다. 매직캣은 프로 마술사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한 양성과정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이돌 연습생 같은 거라고 설명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고, 매직캣이 지향하는 바를 발표하는 자리이다. 매년 있는 파티에 프레젠테이션은 글쓴이의 몫이다. 다음 해의 목표와 목적에 따라, 올해 겪어왔던 부모님들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긴 시간이 할애하지 못하기 때문에 핵심만 요약해서 발표해야 한다.


1여 년간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며 스스로 깨닫는 경우가 참으로 많다. 공허히 떠돌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인생을 지탱한 신념을 부수기도 한다. 프레젠테이션 후 주례사 비평을 하는 분도 있지만, 정곡을 찔러 빈틈을 파고들어 토론으로 번지기도 한다. 세상살이는 초등 수학 같지 않아서 답이 한 개가 아니다. 100명이 있다면 100개의 논리가 있고 신념이 있다. 언제나 부족한 사람이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 이런 토론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느리지만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글쓴이는 짧으면 하루, 길면 이틀간 글을 써야 한다. 표면적으로 칼럼은 이것을 읽는 사람에게 도움 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칼럼의 단면에 불과하다. 이 칼럼을 통해서 생각이 변한 사람, 그릇을 더 채운 사람, 정보를 습득한 사람 등등 많은 친구(친한 사람, 주변 지인, 학생, 글쓴이를 알고 있는 사람을 통칭하여 친구라고 표현하겠다)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친구들이 부족한 글쓴이를 끌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출처 : 매직캣 커뮤니케이션 공식 블로그(https://blog.naver.com/magicat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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