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은 예쁘게 쓰는 게 아닙니다
노션 사용자들이 노션은 예쁘다고 합니다. 절반은 동의하지만 절반은 동의하지 않습니다. 노션은 마음만 먹으면 엄청 예쁘고 화려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커버 이미지, 아이콘, 위젯을 써서 입맛에 맞게 꾸밀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노션이 예쁜 쓰레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예쁜 쓰레기란 '예쁜 외형에 비해 쓸모없는 물건'을 뜻합니다.
제가 노션을 사용하는 대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1. 심플해야 한다.
2. 직관적어야 한다.
3.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션은 흰 도화지입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걸 넣으면 복잡해지고 번거로워지고 어수선해집니다. 계속 데이터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입력 자체가 일이 되어버립니다.
커버 이미지는 단색으로 꾸밀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를 넣을 수 있고, Unsplash에서 무료 이미지로 구성할 수 있습니다. 아이콘도 기본 아이콘으로 꾸밀 수 있고, 원하는 아이콘을 업로드할 수 있고, 아이콘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의 링크 주소로 삽입할 수 있습니다. 시계, 달력, 날씨, D-day 등 원하는 위젯으로 다양하고 풍성하게 꾸밀 수 있습니다.
커버 꾸미기, 아이콘 넣기, 위젯 넣기. 이 모든 것을 다른 말로 하면 노동입니다. 지금 꾸미고 있는 페이지에 적당한 이미지를 찾아 헤매야 하고, 이미지를 넣으면 위치를 설정합니다. 페이지마다 아이콘을 넣을 때도, 가장 적당한 아이콘을 찾아서 방랑합니다. 맘에 드는 이모티콘이 없다면 웹에서 열심히 찾아야 합니다.
노션은 심플하게 사용해야 합니다. 노션을 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예쁘게 꾸미는데에서 시작합니다. 여러 가지 데이터를 노션에 입력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커버를 바꾸고, 아이콘을 바꾼다면 지치게 됩니다. 즉, 지속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노션을 다루는데 정해진 룰(Rule)은 없습니다. 규정이 없으니 규정을 만들면서 사용해야 합니다. 노션은 페이지 또는 데이터베이스를 만들면 아이콘을 넣을 수 있습니다. 노션에 페이지를 만듭니다. 페이지 안에 내용이 없다면 '모서리가 접힌 비어있는 A4용지' 이미지가 아이콘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페이지 안에 내용이 있다면 '모서리가 접히고, 줄 세 개가 그어진 A4용지' 이미지로 변합니다.
이건 데이터 베이스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데이터 베이스 내에 있는 페이지에 내용이 없으면 아이콘이 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페이지에 내용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모서리가 접히고, 줄 세 개가 그어진 A4용지' 아이콘으로 자동 생성됩니다.
아이콘은 이정표다
우리는 페이지 안에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직관적으로 알아야 합니다. 아이콘은 페이지 안에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입니다. 하지만 이쁘게 꾸미기 위해 모든 페이지에 아이콘을 넣으면, 페이지 안에 내용이 없더도 변경한 아이콘만 보여집니다. 아이콘을 넣는 순간 페이지 안에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길이 없어집니다.
사람들은 선택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하지 못하는 '선택의 패러독스'에 빠지게 됩니다. 마크 래퍼 교수팀은 2000년 대형 슈퍼마켓에서 딸기잼 실험을 했습니다. 6가지 종류의 딸기잼과 24가지 딸기잼이 있습니다. 모든 종류의 딸기잼을 시식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우가 딸기잼을 더 많이 구입했을까요?
6종류의 딸기잼만 있을 경우 손님의 40%가 시식을 했습니다. 24가지의 딸기잼이 있는 경우 60%가 시식했습니다. 24가지의 경우가 시식률이 더 높기 때문에 더 많이 구입하지 않았을까요?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6종류 딸기잼이 있을 경우 30%가 구매했지만, 24가지 딸기잼이 있을 경우 3%만 구매했습니다.1) 고객에게 열 가지가 넘는 선택권을 주면 결국에는 어떠한 것도 선택하지 않습니다.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는 셈이지요.
필요한 것인 줄 알고,
필수로 넣었는데,
알고 보니 피로만 쌓이는
최악의 습관
노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아이콘 개수는 기본 수백 개입니다. 거기에 링크로 아이콘을 가져온다고 가정하면 수천 개가 넘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결국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공식 석상에서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같은 옷을 입는 이유는 '불필요한 의사결정은 삶을 피로하게 만들어서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집중의 총량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부분보다 의미 있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의사 결정에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3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3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 중 "YES"가 한 가지라도 있으면 아이콘을 넣습니다.
1. 이것은 버튼인가?
2. 이것은 마스터 테이블인가?
3. 이쁘게 꾸미고 싶은가?
1. 이것은 버튼인가?
제가 사용하는 대시보드에는 여러 가지 페이지가 있습니다. NOTION SECRETARY(노션 비서) 페이지를 클릭하면 페이지 안으로 이동합니다. LIBRARY(도서관) 페이지를 클릭하면 도서관 페이지 안으로 이동합니다. 이 것을 버튼이라고 부릅니다.
페이지가 버튼 역할을 하면, 그 페이지 안에는 무조건 내용이 있습니다. 그래서 페이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아이콘을 사용합니다.
2. 이것은 마스터 테이블인가?
마스터 테이블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데이터를 쌓아서 만든 데이터베이스>입니다. 제가 제작하는 모든 페이지에는 마스터 테이블이 있습니다. '마스터 테이블'이라는 용어는 노션에서 정의한 용어가 아닙니다. 노션 사용자들이 데이터 베이스 중 가장 중요한 것이 '테이블(표)'임을 알고 붙인 용어입니다.
저는 마스터 테이블에 무조건 사용하는 아이콘이 있습니다. 선택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고, 직관적으로 마스터 테이블임을 알기 위해 사용합니다.
3. 이쁘게 꾸미고 싶은가?
이쁘게 꾸미고 싶다면 이모티콘을 만들어서 사용해도 됩니다. 이 조건은 절대 조건입니다. 노션을 이쁘게 꾸며야 할 때도 있습니다. 회사 웹 페이지를 노션으로 구성하고, 타인에게 공개해야 한다면 이쁘게 꾸며야 합니다. 직원 채용 공고 페이지를 노션을 사용한다면 이목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노션의 치명적인 단점은 '느리다'입니다. 아무리 성능이 좋아도 느리면 선택받을 수 없습니다. 노션은 단점을 커버할 장점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노션도 이 점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노션은 느리다." 이 피드백을 최근 사용자들에게 받았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1초 내에 95%의 페이지와 데이터베이스를 로드하는 것입니다. 속도 개선 작업을 한 달 동안 진행했고, 페이지 로딩 시간을 25~30% 단축했습니다.
노션을 메모장으로 사용하는 분들은 "노션은 느리다"는 점을 많이 체감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쌓아두고 사용하는 사람은 페이지 로딩 속도가 느린다는 것을 항상 체감합니다. 데이터가 많이 쌓여 있으면 로딩 시간이 3~4초 소요됩니다.
커버 이미지가 있을 경우 로딩 속도는 더 느려집니다. 마치 90년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처럼 위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이미지가 뜹니다.
커버 이미지를 넣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두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커버 이미지를 삽입합니다.
1. 타인에게 보여줄 페이지인가?
2. 이쁘게 꾸미고 싶은가?
홈페이지 대용으로 사용하거나, 직원 채용을 위한 페이지를 만들거나, 매뉴얼을 노션으로 제작할 수 있습니다. 이 페이지는 남들에게 공유하는 것이니 최대한 직관적으로 꾸며주시는 게 좋습니다. 회사라면 회사를 대표하는 사진을, 매뉴얼이라면 제품 사진을 넣어도 됩니다.
노션에 넣을 수 있는 대표 위젯 중 하나는 인디파이(indify)입니다. 인용구, 날씨, 구글 캘린더, 카운터, 시계, 이미지 갤러리 등등 깔끔한 위젯을 임베드해서 노션에 삽입할 수 있습니다. 노션의 가장 큰 단점은 '느리다'라고 했습니다. 여기에 위젯까지 더 하면 눈 위에 서리가 더 하듯 더욱 무거워집니다.
만약 노션에서 꼭 시계를 봐야 하거나, 날씨를 무조건 봐야 한다면 위젯을 설치해도 됩니다. 하지만 시계는 컴퓨터 작업표시줄에서 쉽게 확인 가능합니다. 핸드폰을 툭 건드리면 시계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시계를 차고 있다면 손목을 드는 것만으로도 몇 시인지 알 수 있습니다. 날씨에 밀접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날씨 위젯을 설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정해져 있습니다. 고민하고 자제하고 결정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에너지가 고갈되면 기름이 떨어진 차처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습니다.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면서 다시 채워야 합니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차이는 찰나의 순간에 했던 좋은 선택과 나쁜 선택에 의해 좌우됩니다.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빨리 가기 위해 네비게이션을 사용합니다. 운전 중에 딴짓을 해서, 잘 못된 길로 들어섰다면 목적지까지에 도착하는 시간은 늦어집니다. 각각의 선택은 도로 분기점입니다. 이런 선택이 계속 쌓이면 상당히 다른 결과를 불러옵니다.2)
페이지마다 커버 사진을 넣고, 이모티콘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선택은 노션을 느리게 만듭니다. 쾌적하지 못한 노션의 결과는 노션과 작별입니다. 이것이 저의 3번째 대 원칙,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입니다. 노션은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일이 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노션 활용법이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노션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면 사소한 거라도 괜찮습니다. 함께 생각하고 같이 고민해요.(참여코드 : 1015)
※ 참고문헌 ※
1) 범상규, <심리학이 소비자에 대해 가르쳐준 것들>, 바다출판사, 2013, p.127
2)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2019,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