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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휴대폰을 팔지 못했나

5가지 마케팅 후회

by 김필영



나는 늘 마케팅적인 사고가 부족한 사람이었다.

20대 초반엔 휴대폰 가게를 운영했고, 중반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가, 후반엔 아파트를 팔았다. 이 십 년간의 실패담은 내게 분명한 이야기를 남겼는데, 정작 강의실에서 꺼내면 듣는 이들은 나를 안쓰럽게 혹은 웃기게만 본다. “아주 독특한 강사일세.”

그런데 최근 나는 당시의 나를 깨닫게 해 주는 단서를 여기저기서 발견한다.




첫째, 유입의 문제

휴대폰을 팔 때 나는 누구보다 친절했다고 자부했다. 마진을 적게 남겼고, 집까지 배달도 해 주었다. 살 사람이 아니면 강요하지 않고, 손님이 싼 곳을 발견하면 거기로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영업 실패의 전부 원인이라 여겼던 나는, 나중에야 가게 위치·유동 인구 부족 같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유입이 되지 않는 곳을 얻은 것 자체가 문제긴 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오프라인으로는 전단지를 만들어서 뿌렸을 수도 있었고, 온라인에서는 홈페이지나 블로그에서 광고 글을 올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둘째, 매장 디스플레이

포스터를 붙이면서도, 종이를 벽에 그냥 붙였다. 덕지덕지. 아크릴 포스터 케이스 하나 준비했더라면, 프로모션도 더 근사하게 연출할 수 있었을 텐데. 그 포스터를 영업사원이 통신사에서 받은 걸 줬는데, 생각해 보면 내가 직접 만들 수도 있었고 우리 매장만의 깜짝 이벤트 같은 것도 열 수 있었을 텐데. 매장에 좋은 향이나 깜짝 이벤트용 장치도 고민해 보지 않았다. 실내화 같은 발이 편안한 (호불호가 있겠지만)것들도 구비해 놓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 휴대폰을 사는 공간이 아닌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좀 꾸미려고 노력할 걸.





셋째, 후속 관리

고객의 이름·이메일·전화번호를 모아두고, 행사할 때 문자나 메일을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나는 그저 엑셀에 특징만 기록하고 다시 만나면 “따님 팔은 괜찮으세요?” 같은 개인적인 대화로 끝냈다. 그 대화를 함께 한 사람들은 분명히 내게 마음을 열었다. 그러나 그렇게 끝이 났고, 후속작업으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넷째, 내 모습과 태도

당시 나는 살고 죽는 하루살이 같은 심정으로, 미래를 생각 못한 채 지냈다. 술을 많이 마시고, 옷차림은 지나치게 화려했다. 왜 가슴이 파진 옷에 진주가 여러 개 박힌 그런 쫄티를 입었는지 모르겠다. 또 어떤 날은 발목까지 오는 긴 니트를 입기도 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모든 게 나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요즘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신경 쓰고 있다. 여전히 나는 옷은 못 입지만 그래도 일을 할 때 아무렇게나 입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간은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첫 책을 낼 때도 나는 마케팅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첫 진행하는 줌 북토크에서 나는 그 북토크를 준비하기 위해 녹화하고 분석하느라 일주일을 소진했다. 열정적이었다. 그러나 그 부분에서 나는 열정적인 사람일 뿐이었다. 블로그 같은 SNS에서 제대로 홍보했더라면 책이 더 많이 팔렸을 거다. 나는 어쩌면 콘텐츠보다 내가 돋보이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돋보여서 콘텐츠는 가만히 있어도 빛나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마케팅적 사고가 부족했고, 그 부분에 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모든 플랫폼을 분석해 성과 지표를 세우고, 유입→관심→구매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야겠다.

아마 10년 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또 후회가 생기겠지만, 지금이라도 깨달은 만큼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겠다.

(하, 과거 후회는 열 가지는 더 적을 수도 있었는데 여기까지만 쓰자.)


김필영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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