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드에서 나만의 단상을 쌓기 시작하니 보이는 것들
2025년 구정을 기점으로 스레드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려운 플랫폼이라고만 생각했다. 나는 SNS 체질이 아니라고, 남들 다 할 때도 못 본 척 지나쳤는데.
어느 날, 이유도 없이 스레드에 첫 글을 남겼다.
그 글이 조회 수 몇만을 찍지 않았다면, 과연 두 번째 글을 썼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나는 열정이라는 건 ‘잘 될 것 같은 감각’이 있어야 생기는 마음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첫 글이 예상보다 많은 공감을 얻었고, 나는 스레드라는 글 중심의 플랫폼, 그 공간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막상 써보니, 꽤 재미있었다. 새벽에도 나는 댓글을 달았고, 사람들도 내 글에 하트를 눌러주었다. 단톡방에서는 누군가 자고 있을까 봐 조심스러워지는 시간,
스레드는 그런 눈치 없이 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내 글 한 줄이 누군가의 피로도를 늘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단톡방 운영자임에도 쉽게 글을 올릴 수 없던 내가, 스레드에서는 훨씬 가볍게 글을 남길 수 있었다.
(단톡방은 정보 공유에 적합하고, 더 진한 소통이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실 나는 소통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예쓰 or 노로 나누자면, 나는 ‘노’에 가까운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곳에서는 뭔가를 계속 쓰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표현’에 가까웠던 것 같다.
스레드에 글을 올리는 일 = 나를 표현하는 일.
그렇게 나는 스레드에서 글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매일 꾸준히 올린 건 아니었고, 한 번에 열댓 개씩 쏟아내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조금씩, 내 흔적을 그곳에 남기고 있었다. 심지어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내가 진행 중이던 책쓰기 과정(부산 오프라인 수업)에 스레드에서 내 글만 보고 스무 명 가까운 분들이 신청한 것이다. 스레드는 나에게, ‘표현하면서 연결되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처음엔 조금 어색한 점도 있었다. 스레드에서는 반말로 이야기하는 사용자가 많았는데 나는 9년째 남편과도 존댓말을 쓰고, 내가 만나는 사람 중 99%와 존댓말을 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불편하게 느껴지던 찰나 곧 그 반말의 결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그건 무례한 말투가 아니라, 따뜻한 응원을 담는 방식이었다. 스치니는 분명할 수 있을 거야 :) 이런 식으로.
‘야’, ‘니가’ 같은 표현은 없고 마지막엔 꼭 :) 같은 이모티콘을 붙이는 사람들. 나도 어느새 그런 댓글을 달고 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반말 이모티콘을 남발하며 누군가를 응원하고 있었다.
스레드는 참 좋았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곳은 ‘흐름을 쌓아두는 공간’은 아니었다. 기록은 있었지만, 금세 사라졌다. 글이 쌓이기보다는 흘러가는 느낌. 그러다 문득 이런 마음이 들었다.
콘텐츠를 좀 모으고 싶다.
한 곳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쌓고 싶은 대로 쌓고 싶다.
그렇게 나는 다시, 콘텐츠라는 것에 애정을 붙잡게 되었다. 스레드는 나의 표현 본능에 불을 지폈고, 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얼떨결에 방법 아닌 방법을, 찾아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