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강사 K 이야기
인생을 회고하며 과거를 글로 써 내려가는 일은 100% 진실할 수 없다. 진실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사실만 적힌 글도 그러기 어려운데, 내 생각과 감정이 섞인 글이 온전히 진실할 리 없다. 그래도 나는 쓴다. 그때의 나를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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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가 되었고, 작은 문예지이지만 등단도 했다. 그런데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세바시 무대에 섰고, 그 이후로 꾸준히 글쓰기 강사로 살아왔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다양한 일을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내게 연락을 줄 때면 대부분 “글쓰기 강의 부탁드려요”라는 말로 시작한다.
글을 쓰는 사람이 반드시 글쓰기 강의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리고 글쓰기 강의만이 글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다. 마케팅 글쓰기를 배우면 더 빠르고 많은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글쓰기 강사가 되었다. 100% 자의였지만, 꼭 선망하던 길은 아니었다. 단지 글을 쓰며 살고 싶었고, 글로 번 돈으로 내 삶을 유지하고 싶었다. 그때 내게 가장 가까이 와 있던 방법이 글쓰기 강의였다. 그리고 그 길은 지금까지도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글쓰기 강사가 되는 법’이라는 전자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망설였다. 뭔가 내가 그걸 써도 되나.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해왔던 것, 내가 할 수 있는 걸 남들도 할 수 있게 알려주는 건데 뭐. 그렇게 텀블벅에서 ‘글쓰기 강사가 되는 법’ 전자책 펀딩을 시작했다. 이 책이 글쓰기 강사를 꿈꾸는 누군가에게 닿길 바랐다.
내 첫 강의는 작은 주민자치센터였다. 그때 나는 경력도, 출간 이력도, 전공도 없었다. 그냥 글을 좋아했고, 사람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했다. 그 수업은 어르신들의 삶을 정리하는 글쓰기였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가르침이 아니라 경청이었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글을 다듬어주며 함께 웃고 울었다. 그게 내 강사 인생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조금씩 강의 경력을 쌓아갔다. 도서관, 복지관, 청년센터, 기업까지. 글쓰기 강사가 필요한 곳은 생각보다 많았다. 도서관에서는 성찰 글쓰기, 기업에서는 실무 글쓰기, 청년센터에서는 자기 인식을 돕는 글쓰기가 필요했다. 글쓰기의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낼 공간을 원했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면, 내가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참여자들이 각자의 색으로 써 내려가는 글들을 보며, 그 안에서 내 결이 흐르고 있다는 걸 느낀다. 수업이 끝나고 함께 완성한 원고를 보면 묘한 뿌듯함이 밀려온다. 아, 나는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그때마다 다시 확신한다. 글을 좋아한다면 글쓰기 강사가 되는 것도 참 괜찮은 선택이라고.
한때는 원고로만 생계를 꾸리는 작가, 세속에 물들지 않은 예술가가 멋져 보였다. 사실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는 그런 작가가 될 수 없다. 나는 내 생활비를 내가 벌어야 하는 생활형 작가다. 글로 벌어먹고, 내 돈으로 밥을 먹고, 내 이름으로 돈을 쓴다. 누군가의 딸도, 아내도, 엄마도 아닌 ‘나’로서 존재하며 살아간다.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바로 글쓰기 강사라는 직업이다.
지금까지 글쓰기 강사가 되려는 마음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으며 이 직업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첫걸음을 내 전자책 ‘글쓰기 강사가 되는 법’과 함께 내딛길 바란다.
이 글은 홍보글이다. 그래서 조금 부끄럽다... 그래도 이 말만큼은 진심이다.
함께 글을 쓰고, 글을 말하면서 살아가자.
쓰기와 말하기의 세계에는 자신만의 결이 있다. 그 결을 표현하고 지키며 살아가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