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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lturing me Sep 05. 2021

내 머릿속에 차 있는 똥

풍류로 날려버린 일상의 고뇌

정신없이 바쁜 날의 연속이다.  바쁘다는 것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건데, 바쁠수록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할 일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수록 오히려 더 자주 너무 바쁘다고 혼자 되뇐다  그 말이 나를 더 지치게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잠깐 멈추고 여행을 떠나왔다. 시간이 있어서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시간이 너무 없어서 여행을 우선으로 삼았다.  


어제저녁 고기를 먹으며 파절이를 꽤나 많이 먹었다.  파의 진액이 제 역할을 했는지 아침에 화장실을 시원하게 다녀왔다.  홀쭉해진 배와 비워진 장 때문에 기분마저 상쾌해져 잠시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묵직했던 머릿속은 아직 그대로이다. 장은 비웠지만 아직도 머릿속에 차있는 똥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바람)(흐를) 즐길  아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를 보면 풍류를 즐기며 사는 사람들은   놓는 것에 익숙하다.  풍류는 단순히 먹고 마시고 노는 것을 의미하는  아니라 바람과 물처럼 인생을 흘려보낸다는 뜻이다.  고여있는 물이나 변비는  같이 지독한 냄새를 수반한다  삶의 복잡한 잔재와 파편이 머릿속에 고여 썩지 않게 하려면 풍류를 즐길  알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걱정과 근심에서 벗어나고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 때문에 무너지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떠난 여행은 고단한 삶에 배설의 통로를 뚫어주는 것과 같다.


여행으로 근심되는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상황을 크고 멀게 조감해볼 기회를 준다  자연의 대담함을 마주하면서 고민과 번뇌에 갇혀있는 자신이 작아지거나 객체화되는 경험을 한다. 나의 모든 것처럼 나를 통째로 삼킬 듯했던 걱정도 거대하고 견고한 자연 속에서는 지나가는 바람 한 자락도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렇게 풍류를 즐기며 머릿속 똥을 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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