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DAYS
프랑스 디죵 (DIJON)의 매력
숙소 근처에 관광지가 몰려있어 도보로 15분 정도를 걸어 다르시 광장에 도착했다. 디종 관광지 시작 지점이기도 하며 올빼미 모양의 삼각형 금속판을 따라 걸으면 디종 관광지를 볼 수 있기로 유명하다. 블로그 후기를 보면 올빼미를 보고 걷다 길을 헤맬 수 있기 때문에 구글 맵에 의존하여 걸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디종의 첫 느낌은 한적하지만 번화된 시골의 Market 느낌이었다. 바닥은 어찌나 매끈하던지 매일 청소를 한 것처럼 깔끔했고 베이지색으로 건물과 바닥 색이 일치하여 보지 못했던 광경을 자아냈다.
이곳에 와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와인이었다. 프랑스에는 보르도와 부르고뉴 와인이 유명한데 바로 이곳이 부르고뉴 와인 생산지이다. 그래서 와인 구매를 여기서 하기로 마음먹었다. 필자는 유럽여행을 하면서 오로지 와인만을 구매하겠다는 생각을 지녔기에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리베르떼 거리에 도착하자마자 와인 창고를 찾아 나섰으나 먼저 구경한 것은 머스터드였다. 해당 도시는 와인뿐만 아니라 머스터드도 유명한 도시이기에 종류 별로 다양하게 있고 상점 앞에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도 배치되어 있었다. 시식을 하다 마음에 든 트러플 향의 머스터드를 찾았는데 자주 먹지 않을 것 같아 얼른 포기하고 밖으로 나왔다. 디죵에 오면 머스터드는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렇게 다시 와인을 찾아 나섰는데 다른 상점과 달리 현저하게 종류가 많이 보이는 와인 창고를 찾았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부르고뉴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봤는데 대부분 소규모 와이너리라서 10년 산을 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나와 있었다. (혹시라도 10년 산이 있나 찾아봤는데 역시 없었다.) 즈브레 샹베르탕 2013년 산을 구매했는데 가격은 거의 50유로에 임박했다. 돈은 얼마 없었으나 좋은 와인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에 친오빠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이한 와인을 샀고, 꼬뜨도르 지역의 고품질 레드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브랜드의 와인을 고른 것이다. 한국 가서 선물해 줄 마음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밖을 나섰다. 쭉 걸어가 보니 프랑소와 뤼드 광장이 나왔다. 디종 출신의 조각가 프랑소와 리드의 이름을 따서 만든 광장으로 구 시가지 한복판에 있는데 포도를 수확하는 사람 동상이 유명하다. 동상을 보러 가까이 갔는데 비둘기가 동상 주위로 다 몰려있어 차마 가까이 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사진을 찍다 노트르담 성당으로 이동했다.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곳곳에 노트르담 성당이 위치해있다. 그중 디종의 노트르담 성당은 외부에 있는 올빼미를 왼손으로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래서 많은 여행객들이 그 성당을 찾아 나서는데 우리 조 또한 올빼미를 찾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손길을 하도 많이 타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래도 바닥에 표시가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조원 중 한 명이 성호경을 알려달라고 하여 성호경과 함께 기도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는 아니다만 천주교에 대해 알려고자 하는 그 친구가 너무 예뻐 보여 기도하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그 친구가 기도를 마친 뒤 나 또한 왼손으로 만지며 소원을 빌었는데 그 내용은 우리 조가 행복하게 여행을 끝마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청이었다. 소원을 빌고 성당 내부로 들어갔다. 여행 중 성당 내부를 보기가 어려웠는데 이번에는 볼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맨 앞자리에 가서 기도를 하였는데 조원 중 한 명이 필자가 기도하는 동안 옆에서 한참을 지켜주었다. 참 고마웠다. 그렇게 따뜻해진 마음을 안고 다흑씨 가든으로 다 함께 이동하여 잔디밭에 앉아 게임을 하였다. 보통 술 마시면 하는 게임을 맨 정신으로 즐겁게 한 후에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에스카르고 달팽이 요리를 먹으러 갔다. 그렇게 맛난 프랑스의 요리로 배를 채웠다. 워낙 음식 값이 비싼데 오늘은 선물까지 샀으니 남은 돈을 탕진한 채 빈털터리의 주머니와 풍요로워진 마음을 가지고 숙소로 돌아갔다.
2019/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