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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Oct 02. 2019

스위스 INTERLAKEN ​한적한 도시에서의 유쾌함

18 DAYS

융프라우로 유명한 스위스 인터라켄에 가는 날이다.


오전 8시에 출발하여 오후 1시가 돼서 스위스에 도착했다. 융프라우 올라가는데 150유로 정도의 돈이 필요한데 넉넉하게 자금을 챙겨 온 것이 아니기에 유람선을 타고 시내 정도만 둘러볼 생각이었다.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사이에 위치하여 호수의 사이라는 의미로 인터라켄이라 불린다. 이처럼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호수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단, 이 말을 듣기 전까지 말이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 인솔하는 매니저님이 패러글라이딩 추가로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자리 있는지 확인해주겠다고 하여 관심이 갔다.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무리를 해서라도 타야겠다고 결심했다. 매니저님이 확인해준바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아쉽게 조원들과 타는 시간이 달랐다. 필자는 오후 4시 타임에 잡혀서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혼자서 보내야 했고 다른 조원은 바로 탈 수 있는 타임이었다. 혼자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잘됐다 생각하고 예약금을 지불하고 툰 호수로 향했다.



처음에 경로를 잡고 시간을 체크했어야 했는데 툰 호수와 브리엔츠 호수 모두 가깝겠거니 하고 무작정 툰 호수로 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3시간 내에 두 곳을 다 볼 생각이었다.) 지도로 방향만 잡고 가고 있었는데 20분 정도 걸어도 나올 기미가 없어 그제야 가는 시간을 체크했다. 총 1시간 30분 정도 도보로 걸어야 나오는 거리였다. 이미 온 거 발길을 돌리기 아깝다는 생각에 끝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몇 분만 보더라도 툰 호수는 꼭 보고 가리라 다짐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다. 도로에는 차가 지나다니지 않고 사람도 없으니 한적하고 좋았다. 그 시간도 잠시 1시간 정도를 걸으니 진이 빠졌다. 그래도 지금 발길을 돌리는 것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패러글라이딩 타느라 돈도 여의치 않아 무조건 내 두발로 호수를 갔어야 했다. 참고 참아 도착한 툰 호수는 그 과정을 감내하기에 충분했다. 멋있는 절경과 함께 그 아래 펼쳐진 물은 물감을 풀어놓은 것 마냥 맑고 아름다웠다. 필자가 도착한 곳은 현지인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이었기에 스위스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잠깐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 자연을 당연하게 받아오니 건강한 육체와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나 혼자 이방인이 되어 거니는 호수는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에는 이 광경에 놀라 한참을 바라보았으나 시간이 지나 이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좋은 인생과 삶을 보면 쫓고 싶은 법이니깐. 패러글라이딩 타러 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10분도 머물지 못한 채 예약 장소로 이동했다. 거의 3시간을 쉬지 않고 걸어간 탓에 예약 장소에 도착한 나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앉아있었다. 다른 조 친구와 함께 탔는데 이 친구가 물을 가지고 있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거기까지 걸어갔다 왔냐면서 고생했다고 마시라고 건네주는데 그 마음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다.


필자는 사이먼이라는 패러글라이더와 함께 타게 되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런지 한국말을 썩 잘해서 어렵지 않게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양평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한번 탔었는데 그때의 순간보다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하늘에 올랐다. 하늘에서 본 스위스의 풍경은 그림이었다. 그래. 그림, 만지지 못할 그림, 넘보지 못할 그림, 그저 바라만 보게 되었다. 고작 하루만 있는 이 곳에서 맛보는 풍경은 현실감이 없었다. 사이먼에게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여기 물가가 비싸니 스페인에서 살아봐 라는 현실감이 있는 조언과 함께 다시 한번 꿈의 여행지라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생각보다 감흥은 없었다. 한국에서 본 풍경 또한 아름다웠기에 스위스라고 해서 너무나 아름답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다. 어느 나라든 하늘을 날아 아래의 풍경을 본다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인 일이었다. 한국보다 더 비싼 거금을 내고 탔기에 조금 돈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후회 없이 탔으면 됐다는 생각에 이런 마음을 접고 다른 조 친구와 함께 브리엔츠 호수로 향했다.



워낙 유쾌하고 말이 많은 친구여서 가는 길 내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말이 많으면서 호감을 사기에는 참 어려운데 이 친구는 실언도 하지 않고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배려심이 깊어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재미있던 순간이 이 친구가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입 꼬리가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 표정이 어찌나 유쾌하던지 옆에 있는 사람도 즐거워졌다. 패러글라이딩 타는 금액이 워낙 비싸서 Tip 주는 경우도 흔치 않다. 그런데 이 친구는 자기를 태워 준 패러글라이더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5 유료라는 금액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40유로 정도 하는 사진을 무료로 주겠다며 감사인사에 대한 보답을 하였다. 목적 없는 호의는 더 큰 호의를 불러온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이런 성격을 가진 친구는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앞서서 생각하건대 이 친구는 어느 곳에서도 사랑받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또 다른 인연을 만나 좋은 에너지를 받고 조원들과 떨어진 시간 동안 또 다른 이의 온도로 하루를 채워갔다. 한적하고 편안한 스위스의 풍경은 조금 시끄럽지만 유쾌한 하루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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