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 시작한 이유
25살 동안 살면서 내가 깨달은 건 생각보다 몇 가지 없다.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것, TV에 나올법한 천재는 아니라는 것, 글 쓰는걸 좋아한다는 것,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 허세가 좀 있는 사람이라는 것. 좋아하는 색깔과 꽃을 겨우 알았다는 것 정도 딱히 특별한 발견이랄 것도 대단히 특별한 점을 지닌 사람도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 없고 똑같은 성격을 지닌 사람은 없지만 지극히 평범이라는 범주 안에 속하는 이라는 것 정도는 아는 나이다. 마지막으로 깨달은 하나는 남들보다 조금 더 감성이 섬세하다는 정도이다. 이런 점도 저울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주관적으로 바라보자면 주변에 친구들보다 조금 더 감정적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나는 우울증을 앓았다. 우울증을 앓았다는 것도 중학교가 돼서야 알았고 어머니의 도움으로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 우울증의 사유는 엄청난 사건이 아니었다. 그저 친구간의 갈등이었고, 그걸 끊어내지 못해 깊어졌던 상처였다. 남들도 다 겪을법한 친구간의 갈등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만큼 감정을 조였고, 그 상처를 죽음으로 이어줄 만큼 꽤 아프게 앓았던 슬픔이었다. 그때는 스스로에게 엄청난 사건이었지만 성인이 된 지금 아...내가 감정적인 인간이어서 그랬구나 하는 한줄 정도의 깨달음으로 성립되었다. (물론 감정도 뇌에서 느끼는 거지만) 내 몸속에 감정의 세포가 있다면 그 세포 하나하나가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이다. 그래서 기쁜 일이 있을 때면 슬픈 일이 있을 때면 마음속의 시를 읊는다. 그저 허공으로 사라질 감정과 글이지만 내 감정을 달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었다.
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불합격이라는 통보를 받으며 이 감정의 시를 글로 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시를 많이 읽는 것도 아니었고, 작가를 잘 알지도 못한다.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백일장에서 대단한 상도 받지 않았다. 그저 살아가면서 아...시 쓰고 싶다는 이상한 생각하나에 1년, 2년 정도를 이어서 써왔다. 자격증 준비할 때나 시험 준비할 때는 그 꾸준함이 끊길 때가 많았다. 그래도 3년째 여전히 시를 쓰고 있다.
국어를 잘했던 아이도 아니었고, 국어국문과를 가지도 않았기에 내가 뭐라고 시를 쓰나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운율에 맞춰서 쓰지도 않으니, 시라고 일컬어서 말해도 되나 싶었다. 그냥 좋아서 썼다. 시라고 칭하지 않아도 되고, 그냥 의미 없는 글이라고 말해도 상관없다. 그저 분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남을 위해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 과정을 잘 공감하지 못하겠다. 인정받는 욕구에서 파생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위로해서 쓰는 글이 아닌 내가 살고자 해서 쓰는 글이라고 말하고 싶다. 남을 위로해서 쓰고 싶다는 그런 순수한 감정이 있으면 좋겠다만 애석하게도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마음을 보살피기도 힘든 사람이다. 내가 쓰는 이 시는 전문적인 지식과 스킬은 없다. 다만 스스로를 위하는 이 자위적인 과정을 기록으로 담아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을 뿐이라는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