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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쓴 디스크 환자의 풀마라톤 도전기

2025 홋카이도 마라톤을 곁들인

by brandpicker

반편생을 넘게 안경을 써왔으며

2024년 12월 요추 4~5번 좌측 추간판(디스크) 탈출증 진단을 받고

2025년 8월 31일 홋카이도 풀마라톤을 완주했다.


첫 마라톤을 준비하는

나와 같은 안경 쓴 디스크 환자가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준비과정과 후기를 남겨본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목차>

- 디스크 환자가 어쩌다 풀마라톤을?

- 약 반년 간의 준비 과정

- 마라톤 당일

- 간략한 후기


디스크 환자가 어쩌다 풀마라톤을?

2024년부터 고향 동문들과 러닝을 시작했다.

주 1~2회씩 항상 같이 뛰며 이야기했고, 자연스레 10km 그리고 하프마라톤을 같이 뛰었다.


2025년 초, 디스크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 같이 카페에서 쉬면서 2025 홋카이도 풀마라톤 신청서를 작성했다.

당시에는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반년 동안 차분히 잘 준비하면 해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내 이름도 신청자 목록에 넣었다.


주변의 강요나 스스로의 엄청난 동기부여 같은 건 없었다.

다 같이 한 번쯤 풀마라톤을 뛰면 좋겠다고 얘기하곤 했었고, 지금 가지고 있는 망설임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큰 망설임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한화 약 250,000원을 들여 접수를 완료했다.


약 반년 간의 준비 과정

7월 말에 디스크가 재발하여 약 한 달간 모든 신경을 회복에 집중했던 것을 제외하고 별다른 이슈는 없었다.


주 2~3회씩 5~10km 거리를 꾸준하게 뛰었고, 중간에 한 번씩 20~30km 정도 거리를 뛰기도 했다.

체력을 증진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는 유튜브에도 많이 나와있으니, 스스로 준비했던 것 중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들 위주로 내용을 공유한다.


<러닝할 때 안경을 어쩌지?>

대회 당일도 8월 말로 더운 날씨고, 준비하는 기간도 한여름이었던 지라 뛸 때마다 땀이 정말 많이 흘렀다.

처음에는 헤어밴드, 모자 없이 안경을 쓰고 뛰곤 했었는데 땀이 흐를 때마다 안경을 벗고 옷으로 닦는 걸 반복하는 게 자세를 유지하는데 있어 굉장히 안 좋다는 걸 깨달았다.


안경을 쓰고 러닝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두 가지를 추천드린다.

1. 모자, 헤어밴드 : 안경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복장들이다. 무더운 여름일수록, 땀이 많이 날수록 체감상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가지고 있는 러닝모자가 하나뿐이라 제품 추천은 해줄 수가 없다. 비싼 게 아무래도 좋겠지만 데카트론같은 곳에 가서 한두 개 써보고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2. 렌즈 : 제아무리 모자와 헤어밴드가 땀을 막아주더라도, 해가 쨍쨍할 때는 땀이 흐를 수밖에 없고 안경을 쓰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렌즈를 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평상시에 렌즈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라톤 당일에는 렌즈를 사용하길 권장한다. 렌즈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면 미리 구매해서 3~4번 정도는 끼고 러닝을 해보도록 하자. 렌즈를 사용하면 고글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고글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러닝할 때 속옷을 꼭 입어야 하나?>

애석하게도, 러닝으로 침식된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이 러닝 시 속옷을 입을지 말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마라톤 2~3달 전까지는 아무리 덥더라도 속옷을 입고 뛰었는데, 러닝 바지를 새로 구매하면서 속옷을 입지 않고 뛰어보니 정말 새삼 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운 날씨이거나 러닝 시 땀을 많이 흘린다면 속옷을 입지 않고 한 번 뛰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외에 복장에 있어서 첨언할 만한 건 러닝 양말은 최대한 빠르게 구매해서 착용하라는 점이다. 필자는 4~5년 간 일상생활을 하거나 자전거, 러닝을 할 때 발바닥에 물집이 자주 생기곤 했는데 러닝 양말 사용하고 나서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다. 스스로도 믿기지 않는다


<연습량을 어떻게 해야 하지? 허리 컨디션도 챙겨야 하는데..>

모든 병이 그렇듯이, 하루는 괜찮았다가도 다음날이 되면 이상하게 다시 아프곤 한다. 디스크 역시 그러하다. 월요일에 10km 뛸 때는 컨디션도 좋고 몸도 아프지 않았는데 수요일에 5km 뛸 때는 시작부터 종아리 바깥쪽이 시큰시큰하다.


다양한 곳에서 접한 짧은 지식으로 내린 결론은 "체력 증진은 속도와 거리보다는 시간과 꾸준함이 중요하다!"이다. 6:00/km와 같은 속도 혹은 5km와 같은 거리를 채우기보다 한 번 뛸 때는 느려도 괜찮으니 30분 이상씩 뛰는데 집중했다. 컨디션이 좋으면 속도를 올렸고 컨디션이 나쁘면 정말 천천히 뛰었다. 매일매일 뛰는 건 몸에 무리가 갈 것이라 생각되어 최소 격일로, 매주 2~3회씩 러닝을 했다. 이렇게 3~4달 꾸준히 하니 6:00~6:30/km 속도에서는 호흡이 안정적이게 되었다.


마라톤 3일 전에 마지막 러닝을 하고 2일 전에는 신경외과에 들러 신경주사와 물리치료를 받았다.

신경주사와 물리치료를 합해 10만 원 정도 금액이 나왔는데 실비 청구를 하니 6~7만 원을 돌려받았다. 실비가 있다면 3~4만 원 정도에 신경주사를 맞을 수 있는데 마라톤 전에는 한 번 맞고 가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필자는 이때 통증완화 효과가 강한 처방약도 같이 받아서 출국 시 챙겼다.


마라톤 당일

전 날에 미리 배번호판을 수령하고 밤 11~12시 사이에 잠에 들었다.

마라톤 시작 2~3시간 전인 오전 6시에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 후 아침(샌드위치)을 챙겨 먹었다. 아침을 먹은 직후 통증완화 효과가 있는 처방약을 먹었는데, 처방약이 없는 경우엔 탁센이나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라도 먹는 걸 권장한다.


복장을 갖춰 입고 미리 출발지에 도착해 짐을 맡겼다.

1.5~2만 명이 뛴다고 하여 보관물 분실이 우려됐었는데, 보관소 출입구 및 내부에 스태프분들이 계셔서 안심할 수 있었다.


2025 홋카이도 마라톤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에 자세히 나와있고,

- https://hokkaido-marathon.com/overview-ko/


생생한 현장의 모습은 유튜브 영상으로 느껴볼 수 있겠다.

- https://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2025+홋카이도+마라톤













마치고 나면 중간중간 찍혔던 사진과 기록을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600~630 속도로 20km 부근까지 팀원들과 같이 달리고 나니 완주까지 시간여유가 있었고, 중간중간 마실 거 마시고 먹을 거 먹으면서 여유롭게 완주할 수 있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마지막엔 화장실 가려고 빨리 뛰었다


20km 부근을 시작으로 일정 거리마다 종아리, 허벅지에 통증이 있었는데 이 때는 멈춰 서서 3~4분 정도 차분히 종아리와 허벅지를 골고루 풀어줬다. 통증이 올라온 상태로는 어차피 멀리 못 뛴다는 생각으로 몸을 푸는데 최대한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별다른 부상 없이 마쳤고, 숙소에서 2~3시간 쉬고 난 후 저녁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도 괜찮았다. 차분히 잘 준비했음에도 걱정이 많았는데, 충분히 즐기면서 달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간략한 후기

마라톤은 디스크 환자에게 썩 좋은 활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컨디션이 좋은 분들이라면 다를 수 있겠지만, 4~6시간을 쉬지 않고 뛴다는 것 자체가 몸에 무리를 주는 행위임은 분명하고 이를 진통제의 힘을 빌려 참아낸다면 더욱더 좋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쯤, 몸이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 보는 건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러닝 자체는 디스크 환자에게 좋은 운동으로 유명하다.

꼭 10km, 마라톤과 같은 목표치가 없더라도 30분 이상 땀을 흘리면서 꾸준히 달리는 건 스스로 느끼기에도 디스크에 정말 좋은 운동이다.


취미로, 그리고 건강을 위해 러닝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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