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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갱 May 05. 2022

골프와의 애증 관계

내 돈 내고 내 시간 써가며 골프 치면서 스트레스받는 이유

골린이 생활 2년 차이다. 

상무님의 강요로 시작한 골프지만, '라운딩 맛'을 알아버렸고 골프는 내 삶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취미랄 게 없었는데 이젠 누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고민 없이 '골프'라고 답한다. 


그런데 사실 골프가 즐겁지만은 않다. 취미라면 부담 없이 즐겁게 하는 활동이어야 하는데 골프는 내 즐거움이자 내 스트레스이다. 레슨도 꾸준히 받고 연습도 열심히 하는데 공이 잘 맞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것을 오늘 연습장 꼬맹이를 보고 깨달았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기상하자마자 간단히 아침을 먹고 골프 연습을 하러 갔다. 


휴...

오늘도 공이 내 생각만큼 잘 맞지 않아서 분노의 스윙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3학년 정도로 되어 보이는 꼬맹이가 연습장으로 들어왔다. 자기 몸보다도 더 긴 채를 휘두르는 것이 귀여워서 자꾸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물론, 워낙 키가 작고 힘이 없어서 스윙 자세는 불안정했고 모든 샷을 다 잘 해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전혀 빡치지 않고 평온하게 다음 샷을 휘둘렀다. 


(신기) 멘탈이 튼튼하네...


그리고 잘 맞은 샷은 비거리가 나와 비슷했다..! 나는 충격을 먹었다. 분명 내가 키도 크고 힘도 세고 연습도 오래 하고 레슨도 더 많이 받았을 텐데... 


(억울함) 저런 꼬맹이랑 비슷한 수준인 것인가..?


꼬맹이는 라운딩 게임도 한 판 했는데, 파도 하고 트리플 보기도 했다. 하지만 꼬맹이는 점수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파, 버디, 보기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공이 홀컵에 들어가서 땡그랑 소리가 나면 너무 행복해했다. 


무엇보다 꼬맹이가 부러웠다. 꼬맹이는 전혀 스트레스받지 않고 즐겁게 1시간을 놀다가(?) 엄마 손을 잡고 유유히 연습장을 떠났다. 

도대체 나는 왜 회사 출근 전에 새벽에 일어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연습장에 나와서 쇠막대를 휘두르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인가... 


분노의 연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가 스트레스받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가 골프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이유는 단순히 공이 잘 맞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1. 나이가 들수록 삶이 바빠지고 돈 나갈 곳이 많아져서 시간과 돈의 기회비용이 커진다. 그런데 골프를 잘 치고 싶은 욕심에 상당히 많은 시간과 돈을 쏟는데 기대만큼 실력이 늘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었다. 

나와는 반대로 연습장 꼬맹이는 골프의 기회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당연히 골프 비용은 엄마가 내줄 거고 시간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공이 좀 맞지 않아도 그냥 즐겁게 치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한 두 번 잘 맞으면 더더욱 기분 좋은 거고!


2. 골프라는 운동 특성상 숫자에 집착하게 되고 숫자는 명확히 비교가 가능하다. 몇 타를 치는지, 비거리는 몇 미터가 나가는지 등, 골프에는 '숫자'가 한가득이다. 그냥 잘 친다, 못 친다가 아니라 몇 타 친다, 몇 미터 나간다, 로 계량화가 가능하기에 평가는 더 객관적(이라고 쓰고 '가혹하다'라고 읽는다)이고 어제의 나와, 심지어는 비교 대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연습장 반대편의 꼬맹이와도 비교가 가능하다. 이 몹쓸 숫자들 때문에 골프를 온전히 즐기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제 내가 스트레스받는 이유는 파악을 했고,

자,

그럼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


이거에 대한 답은 아직 못 찾았다. 답을 찾을 때까지 일단 나는 계속 연습장에 나가는 수밖에 없다. 혹시 답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제발 좀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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