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스터디러의 반성문
직장인이 되고 나서 다양한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다.
스터디를 하게 된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일단 나는 비교적 워라밸이 보장된 회사에 다니는데 넘쳐나는 주말 시간을 조금이나마 생산적으로 쓰고 싶었다.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혼자서도 이것저것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자발적 강제'의 성격을 띠는 스터디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학교 다닐 때도 같은 학교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반적인 것처럼 직장에 오니, 대학교를 포함한 입사 이전의 인간관계들은 더 느슨해지고 (각자 너무 바쁘니까) 주로 회사 사람들이랑 밥 먹고 이야기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버렸다. 물론 회사 사람들도 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큰 맥락에서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편한 점들도 많지만, 아예 다른 분야에서 다른 모습으로 삶을 꾸려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나는 독서모임, 영어 회화 스터디, 웰니스 스터디를 해오고 있고 단기로 2달 동안 벨류에이션 스터디도 했었다. 2년 동안 상이한 성격과 분위기의 스터디를 나가면서 인생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겠지만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가볍고 느슨한 인간관계를 지향하며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스터디 시간에만 내 시간을 쓸 수도 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터디원들이 이렇게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적극적으로 다른 스터디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따로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 마음 맞는 몇몇 분들은 함께 사업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있다.
나의 소극적 참여, 혹은 제한적 참여에 대한 변명을 좀 해보자면...
독서모임 덕에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집중해서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만 해도 굉장히 의미 있다. 영어 회화 스터디 덕에 평소에는 읽지 않을 영어 아티클을 읽고, 평소에는 들을 일 없는 영어 유튜브를 듣고, 약간은 오글거리지만 두 시간 동안 영어로 떠드는 것도 굉장히 생산적이다. 본업과는 전혀 무관한 웰니스 산업을 한 달에 두어 번 기웃거리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스터디에서 형성된 네트워크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사실 나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여전히 그런 것 같은데, 비교적 소극적으로 스터디에 참여하는 이유는 아마 평일에 회사에서 여러 부서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치이다 보니 주말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라고 다시 변명을 하고 있군...
올해는 스터디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에게 좀 더 집중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