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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갱갱 May 09. 2022

지난 7년 동안 쿨인 줄 알았는데요, 웜이었습니다...

퍼스널 컬러 진단

올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퍼스널 컬러 진단을 다녀왔다. 사실 패션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고 화장도 잘하지 않는데 (한 달에 두 번 정도?) 코로나가 끝나가면서 약속도 많이 생기고 요즘 날씨도 좋아서 이왕 외출하는 거 옷도 좀 더 잘 차려입고 싶은 생각에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아보기로 결심했다. 


90분 간의 퍼스널 컬러 진단 결과 나는 봄 웜톤이었다. 좀 더 정확히는 봄 브라이트 톤이었다. 


응???

난 내가 쿨이라고 지난 7년간 믿어왔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 룸메이트의 코랄 틴트를 빌려서 발라본 적이 있었는데, 다들 '김칫국물 마신 것 같다'라고 해서 그때 난 내가 웜톤이 아닌 쿨톤이라고 결론 내렸고 아무 의심 없이 그렇게 믿어왔다. 

당연히 모든 메이크업 제품은 코랄이 아닌 핑크로 선택했다. 특히 립 제품은 붉은색 아니면 핑크 색만 사모았다. 주로 사용하는 메이크업 제품들을 보여드렸더니 이건 다 쿨톤 거라고 하시면서 웜톤이 쓸 만한 제품들을 적어주셨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일말의 의심도 없이 7년 내내 내가 쿨톤이라고 생각해왔었는데, 나의 믿음이 한순간에 깨진 것이다. 게다가 '내가 쿨톤이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나는 딱 한 가지의 이유만으로 나 스스로가 쿨톤이라고 성급하게 결론을 내렸었고, 내가 내린 결론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혹시 퍼스널 컬러 말고도 내가 성급하게 판단하고 내 판단을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이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퍼스널 컬러야, 돈이 조금 아깝긴 하지만 쿨톤 립스틱을 버리고 웜톤 립스틱을 사면 되는 건데,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실 가장 두려운 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핑크 립스틱을 바른 내 모습이 아니라,  내 생각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랫동안 철썩 같이 그렇게 믿어 왔기 때문에 내 생각이 실제로는 '틀렸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고집스러운 내 모습이다. 나이가 들면서 본인의 가치관과 취향, 생각이 단단해져 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반대 의견과 다른 생각에도 귀를 열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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