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는 있었지만, 내 사업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업은 정말로 정말로 어렵고 고통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언젠가는 내 사업을 하고 싶은 1인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저 모든 과정들을 견뎌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토지 노동 자본이 아닌 사람과 자금
인재와 노동자의 차이
대기업과는 구분되는 스타트업의 '대체 불가능함'
경제학과 졸업생으로서 한 마디 해 보자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토지 또한 자본으로 살 수 있어서 생산의 요소는 2개가 맞다. 그리고 3요소 중 '노동'이 지적 노동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듯.
분명히 인재와 노동자는 차이가 있다. 업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지적 노동 뿐만 아니라 물리적 노동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출해내는 부가가치의 양과 질이 다를 순 있지만 완벽히 자동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현재, 육체적 노동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우리 회사가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고려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그 지역의 인력 수급이며, 배터리 산업은 노동/자본/기술 집약적이기 때문에 이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안 된다.
대기업 직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체 가능하고 스타트업 직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스타트업과 비교해서 리소스가 충분하기 때문에 사람을 충분히 뽑아 A가 일을 하지 않을 경우에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B를 A와 비슷한 일을 하도록 혹은 어느 정도는 업무 영역이 겹치도록 세팅해 놓는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제한적인 리소스로 사업을 운영하다보니 애초에 플랜 B를 놓기가 어렵다. 어느 집단에서 일하든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기업에 다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대체 불가능해 보이는 직원도 있고 쉽게 대체 가능해 보이는 직원도 있다. 1) 담당하는 업무의 특성 2) 그 사람의 능력 3) 일에 대한 오너십 4) 회사 내 포지셔닝에 따라 대체 불가능한 직원으로 인식될 수 있다.
블루홀 최고의 복지는 나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동료들이 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느껴왔던 것이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본인의 의지보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장을 위해서는 조금은 가혹한 환경에 놓여지는 것이 좋다. 당연하게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자연스럽게 더 많이 노력하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회사 동료들의 퀄리티는 매우 중요하다.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이 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회사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회사 내에서 롤모델을 찾을 수 없을 때 답답하고 암울하다.
조직 내에서 고독을 느끼지 못한다면,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렇다. 의사결정은 라스트맨이 짊어져야 할 숙명이며, 그 과정은 고독하다.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과연 내가 한 기업을, 아니 좀더 보수적으로는 한 집단을 이끌 수 있는 그릇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 항상 반장보다는 부반장을 선호했던 나는, 많은 이들에게 유의미한 영향력을 끼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고 부담스러워 한다. 개인적인 결정을 내릴 때도 엄마, 오빠한테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묻는다. 스스로 결정하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투자는 믿음과 신뢰에 관한 행위이며, 함께 협업하는 사회에서의 평판과 이력을 쌓아가는 행위다.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자금 조달 방법은 이익잉여금 > 부채 > 자본 순이다. 즉,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이익이 충분히 나지 않고 빌릴 수 있는 돈을 다 빌렸는데도 돈이 부족한 경우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 조달에서 믿음과 신뢰는 너무 중요하다. "도대체 뭘 믿고 빌려주나"의 대답은 "믿고 빌려준다"일 것이기 때문. VC로 일하시는 분들께 어떤 지표로 기업과 사업을 분석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는지 여쭤본 적이 있다. 당연히 시장이 커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이어야 하고, 쭉 이야기하시다가, 결국 창업자를 본다고 하셨다. 창업자를 믿고 투자를 한다는 것. 뭘 해도 할 사람이란 느낌이 와야 한단다. 그렇기 때문에 트랙 레코드가 중요한 것 같다. 단순하게는 그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일테고, 좀더 깊게는 그 때의 퍼포먼스가 어땠는지, 주변 사람들은 그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등등 일테고.
경영자의 소통이란 결국 이기심과의 싸움이다.
물론 이기심이 성장의 자양분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식어갈 수도 있지만 절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을 버려서는 안 된다.
내가 팀원이었을 때는 주변 팀원들이 다 착하고 멋진 사람들이다가, 내가 팀장이 되면 팀원들이 약간은 이기적이고 팀원들의 결과물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마 한 프로젝트 내에서 갖는 역할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책임감이 달라지기 때문인 것 같다. 팀장이 되는 수간, 팀원들이 좀더 열심히 일했으면 좋겠고 나한테 가져오는 결과물도 좀더 고퀄이길 바라는 것 같다. 이건 항상 생각하던 '그 일에 대한 온도 차이'와도 일맥상통한데, 온도가 높은 사람은 온도가 낮은 사람에게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온도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일 해야 한다. 온도가 낮으면 낮은대로 다같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일 할 것이고 (물론 결과물의 질은 장담할 수 없다), 온도가 높으면 다들 으쌰으쌰해서 열정적으로 일 할 수 있다.
우리 삶은 성취의 결과물보다 도전의 과정으로 정의된다.
약간은 슬픈 현실이다. 이건 아마도 모든 도전이 성공하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마일스톤을 찍고 하나씩 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설령 목표치만큼 도달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성격 급한 한국인들은 매우 바쁜 현대 사회에서 과정의 서사를 경청하기 보다는 달성한 마일스톤을 줄세워서 보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그게 더 직관적이고 이해가 쉽거든.
비판은 쉽고 만드는 건 어렵다
너무 맞는 말... 비판은 누구든지 한다. 많은 경우, 비판은 비난이 되기도 하고. 하지만 모든 비판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유효한 피드백만 골라내는 것 또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생 때 몸 담았던 학회에서는 치열한 피드백 문화가 있었는데, 학회 활동을 하는 1년간 '피드백의 효용성'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았다. 1차적으로는 피드백은 유용하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보게 해 주기 때문에. 하지만 피드백에 끌려 다닐 필요는 없다는 것이 1년 간의 활동 후에 내가 내린 결론이다.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나만큼 이 토픽에 대해 깊이 고민했는지도 알 수 없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람 또한 오롯이 자신의 경험과 상식에 비추어서 어쩌면 한쪽으로 기울어진 피드백을 주고 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 피드백을 주고 받는 문화에 익숙해졌고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또 어떻게 건설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이 배웠던 한 해였다. 회사에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내게 피드백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회사 사람들은 피드백을 주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별 의미 없는 으레하는 칭찬이 되거나 기분 나쁜 꼰대소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최고를 지향하되 최선을 선택한다.
이런 자세로 인생을 살아야하지 않을까. 최고가 되기는 어렵지만 최선을 선택함으로써 최고에 가까워질 수는 있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깜찍한게, 나는 초등학생 때, 내가 민사고를 졸업하고 하버드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민사고와 하버드를 종이에 크게 적어서 냉장고에 붙여 두었던 것 같다. 내 베프는 부산과학고를 졸업하고 프린스턴을 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물론 난 민사고도 못갔고 하버드도 못 갔다. 하지만 목표를 세계 최고를 잡았기 때문에 결국 대한민국 최고 정도에는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현실과 타협하며 목표를 낮추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경계한다. 결국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 하지만 목표는 최고여야 한다. 꿈을 크게 가져라, 깨져도 그 조각이 크다.
용장 : 스스로가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가진 장수
지장 : 굉장히 똑똑. 모든 사람의 말, 내용 다 이해하고 토론 가능. 전략적 판단과 성공적인 결과
덕장 : 실무 능력이 부족하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모임. 실력 있는 사람을 거느림.
나는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용장은... 못 될 것 같고. 지장이 되고 싶다. 리더는 단순히 일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말을 찰떡 같이 알아듣고 자신의 의견을 찰떡 같이 전달하는 사람인 것 같다. 미숙한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과 팀원들의 무기력감을 알기 때문에.
최초의 경우 예측보다 속도에 집중. 계획보다 실행에 집중.
많은 스타트업들은 없던 시장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재빠른 실행을 반복하는 것 같다. 나도 나름 급격하게 팽창하는 시장 안에서 선도적인 플레이어인 기업에서 근무하긴 하는데, 이게 제조업이라, 그리고 대기업이라 체감하는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을 것 같다. 다른 데서 일해보지 않아서 이게 빠른 건지, 느린 건지 일단 판단이 잘 안 서는데, 스타트업의 업무 속도를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