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최대리가 꼼지락, 꼼지락 거린 이유
숨 가쁘게 돌아가던 오전 일과가 끝나고 잠시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점심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 시간이 무섭게 점심식사를 마친 직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유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직원은 커피를 마시며 동료와 이런저런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하고요,
또 다른 직원은 의자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못다 이룬 잠을 보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직원은 이어폰을 양 귀에 끼고 조용히 음악을 듣기도 합니다. 또 어떤 직원은 휴대폰 삼매경에 빠져 빠져나올 줄 모릅니다.
그중에서 어느 직원의 행동이 유난히 내 눈에 들어옵니다. 본인의 책상 앞에서 뭔가를 꼼지락, 꼼지락 거리는 모습이 '대체 무엇을 하길래?'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그냥 모른 채 하려다 참지 못하고 기어코 오지랖을 부려 그에게 한마디 건네 봅니다.
'최대리, 뭘 그렇게 열심히 하세요?'
'별거 아니에요, '
그다지 별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최대리의 대답이 더욱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에 곁으로 슬며시 다가가 살펴봅니다. 그런데 그는 절단된 문구용 커터 칼날을 절연테이프를 이용, 정성스럽게 감고 있습니다. 뜻밖의 모습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감고 있어요?'
'날카로운 칼날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릴 수가 없어서요'
사실 바쁠 때 칼날이 무디거나 부러지면 그냥 무심코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커터 칼날입니다. 하지만 그는 쓰레기를 처리하시는 분들이 행여 다칠까 봐 절연테이프로 둘둘 감아 버리려는 남에 대한배려를 잊지 않았던 겁니다.
그 직원은 별거 아니라고 했지만 배려란 거창한데 있지 않다고 봅니다. 사소한 것에 배려의 마음을 가진 그 직원이야 말로 참 생각이 깊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향한 칭찬이 내 입에서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최대리가 이렇게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졌군요'
왜 그러세요,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되는데'라며 겸연쩍게 웃는 그였지만 사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릴 때 귀차니즘부터 발동하지요, 어차피 쓸모없는 쓰레기 대충 뭉뚱그려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이라는 심산이 먼저 앞서기 마련입니다.
이는 곧 사람에 대한 배려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얘기예요, 그렇지만 우리 최대리처럼 조그만 신경을 쓰면 결코 어려운 일도 아닌 게 바로 남의 대한 배려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