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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과 미역의 절묘한 조합에 퐁당 빠지다

부드러움은 부드러움으로 통한다. 생굴 미역국

by 거창 신부범

사람마다 음식을 대하는 취향은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기름기 많은 느끼한 음식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반면에 기름기를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음식의 냄새에 민감한 나머지 깔끔한 음식을 선호하지만 반대로 홍어처럼 특유의 냄새를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대표적인 경우만 예를 들어 봤지만 우리 식구들 역시 이런 음식을 대하는 다양성 때문인지 같이 모여 식사할 때마다 메뉴를 고르는데 의견 일치를 쉽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아울러 든다.


이러한 음식취향에 대해 보통 후자 사람들을 일반적이라 보고 전자의 사람들에 대해 '입맛이 그렇게 까다로워서야 되겠느냐' 며 타박 아닌 타박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어떤 무엇이 됐던 사람 각 개인의 취향은 존중되어야지 조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여기서 나의 경우는 웬만한 음식은 가리지 않고 거의 다 먹는 편이다. 다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그래도 몇 가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식감이 물컹물컹한 두부, 묵과 같은 음식이 그러는데 마찬가지로 미역과 생굴 또한 그렇다.


그런데 아니러니 하게도 요즘 이두가지 식재료의 절묘한 조합에 빠지고 말았다. 한마디로 부드러움은 부드러움으로 통했던 것이다.

생굴미역국 이미지 출처:삼성푸드

지지난주 주말이다. 모처럼만의 휴일을 늦잠으로 즐기며 일어나 '꼬르륵~' 꼬르륵~'소리 나는 배를 붙잡고 주방에 가 보니 항상 끓어져 있던 국이 보이지 않는다. 나의 특성상 국이 있어야 식사를 할 수 있기에 직접 국을 끓여 먹기로 했다.


국거리를 찾으니 마땅한 것이라곤 마른미역뿐이다. 좀 그렇긴 하지만 미역국이라도 먹어보자는 심산으로 미역국에 넣을 부재료를 찾는데 그마저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생굴뿐이다. 이걸 어쩐다니... 둘 다 나의 음식취향과는 거리가 먼 식재료가 아닌가.


에이.. 그냥 포기할까 망설였다. 그런데 그때 '미역국에 생굴을 넣으면 어떤 맛일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바짝 마른미역을 물에 불린 후 소금간과 후추, 다진 마늘, 그리고 미역과 굴의 특성상 담백한 맛은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약간의 소고기 다시다, 청양고추를 잘게 썰어 넣고 팔팔 끓였다.


국은 원래 국물이 생명, 국물부터 맛을 보니 뽀얗게 우러난 국물에 고소하고 시원한 맛이 신세계가 아닌가, 일단 국물은 100점 만점에 100점 수시 합격, 그렇다면 미역과 익혀진 굴맛을 어떨까, 둘을 같이 숟가락에 얹어 호~호~ 불어 한입 넣어 씹으니 쫄깃해진 굴과 부드러운 미역의 환상적인 조합에 내 얼굴의 미소가 저절로 흘렀다.


요즘 생굴이 재철이다.


생굴과 미역은 영양가가 풍부한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끌미끌한 식감의 미역과 물렁물렁하면서 특유의 비릿한 향의 생굴이 마땅치 않으신 분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저처럼 오늘 당장 생굴 미역국에 흠뻑 빠져 들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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