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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Jan 04. 2021

코로나 시대의 친구 결혼식이 주는 고민

'진짜 친한' 친구의 기준?


고등학교 동창의 결혼식이 이번 주로 다가왔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코로나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을 때라 마냥 기뻐하며 호기롭게 꼭 간다고 외쳤다.

('내 너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꼭 보고야 말으리..!') 

그런데 겨울 들어와서 확진자 수가 2배, 3배로 늘더니 거리두기 단계도 높아지고 이제는 급기야 주거지를 벗어난 친목 모임 금지령까지 떨어졌다. 러니 로나가 려운 것보다도 요즘 같은 때에 수도권에서의 시외버스 이동이 민폐일까 하는 고민이 들기 시작했다.


친구의 결혼식은 지방 대도시에서 열리는지라 다행히 49명 아닌 99명까지 입장이 허용되는데, 그래도 양가 오실 분들 생각하면 턱없이 적은 수에다 그나마 방문객 모두 마스크 끼고 사진 찍을 생각을 하면 친구는 또 얼마나 속상할까 싶다. 평생 단 한 번뿐인 결혼식이고 남는 건 사진인데...


원래 같았으면 나도 모처럼 남편에게 아이들 맡기고 혼자 편하게 외출해서 옛 친구들 만나는 즐거운 시간일 텐, 그저 친구의 행복만 빌어주면 되는 날인데...

코로나 감염의 위험을 안고 종일 마스크를 쓰고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왕복 7시간 여를 다녀와야  상황이 되 가족의 안전도 어야 할 수밖에 없다. 지난번 남편 회사에 코로나 검사를 받은 동료가 있어, 갑자기 퇴근하고 집 안에서 격리하면서 동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온 가족이 덜덜 떨며 가슴 졸였던 경험도 있기에. 비록 몇 주째 아이들과 두문불출하며 지내고 있어 혹시나 동선 공개가 되더라도 어쩌다 마트 밖에 없을 정도지만, 요즘 한창 위험하다는 수도권에 살면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일이라 더욱 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의견을 듣고자 온라인 카페에 자문을 구해보았다. 요즘 런 고민거리가 이이긴 한순식간에 많은 덧글이 달렸다.

이런 때 대하는 것부터가 민폐라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부분 진짜 친한 친구면 가야 한다, 안 가면 평생 후회가 남는다는 의견을 남겨주었다. 이렇게 고민하는 걸 보면 소중한 친구인 거니 가서 축하해 줘야 한다고. 요즘 같은 때에 친구도 꼭 와주길 바라는 사람이라 초대한 것일 테니 가야 한다고.

그리고 요즘 결혼식장 통제가 엄격해서 마스크만 잘 끼고 있으면 오히려 더 안전하다.

맞다! 렇겠구나! 역시 방역수칙만 잘 지키면 괜찮다고 안심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문득...

진짜 친한 친구...? 덜 친한 친구??

친구를 나누는 기준이 뭘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우... 우리는.. 진짜 친한 친구 맞는 걸까?')


심하게 내향적인 나로서는 친구가 손으로 꼽을 정도이다. 그래서 내게 친구라 하면 아주 친한 친구들 뿐이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뒤로는, 거기에 파트타임 근무를 겸하기 시작한 뒤로는, 그러다 둘째를 가진 뒤로는 누구를 만날 시간이 줄어들어 몇 안 되는 친구들도 거의 못 보고 살았다.

다만 나는 가끔만 연락이 닿아도 내 마음속에 '친구'라고 새겨놓으면 친구인 줄 알고 외롭지 않은 마음으로 지냈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부터 친 친구들은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도 '친구'라는 느낌이 남아있다. 기억조차 흐릿하지만 그 좋은 느낌만은 선명하게. 그래서 언제라도 만나면 반갑고 금세 예전의 열기가 타오르는.

하지만 친구들의 입장에서도 그랬을지는 이제 와서 보니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한 친구라면 역시 자주 연락하고 보면서 지내야 하는 것 아닐지.. 너무 소홀했 것 같, 진작에 멀어는데 그걸 나만 몰랐던 것  후회도 된다.


전에는 결혼식도 그 자리에 참석하느냐 아니냐 보다 마음으로 축하해주느냐가 하다고 생각했다. 축의금 액수가 그렇게 중요한 건지 솔직히 몰랐었다.

내 결혼식에서도 대할 때 나름 사람이라는 기준이 있기는 했는데 안 와서 아쉬 것도 없고, 외의 지인이 와줘서 더 기쁘기도 하고, 그저  고마웠.

결혼식 치르고 나면 친구가 걸러진다는 얘기가 오늘따라 따끔따끔 걸린다.  예의를 충분히 다해왔는지.. 실수했던 건 아닌지.. '친구'가 대체 뭐인지...



쓰다 보니 이번 결혼하는 그녀의 소소한 추억들 생각난다.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내 뒷줄 건너편에 앉아있던 너. 시크하게 툴툴대는 목소리. 영어 선생님의 놀림을 받았고. 대학교에 가고도 방학에는 몇 시간씩 기차나 버스를 타고 서로의 자취방을 오가며 놀기도 하고. 계속 서로 다른 지역에 살면서도 서울에서 만나 같이 연극을 보러 갔었고. 중요한 일정이 있는데도 내 결혼식에 다녀가 주었고. 우리 첫째 아가 때 꼬까옷도 선물로 보내주고. 예뻤던 얼굴만큼 웨딩 사진도 참 단아하고 곱게 나왔던데.


나에게 오래된 친구는 진짜 친한 친구이다. 

누군가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것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 것이다.  정도가 약할지라도 함께 쌓아 올린 시간만큼은 쉽사리 비할 것이 없다. 오랜 친구가 나를 찾아줄 때만큼 기쁜 일이 없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서로를 떠올리고 의지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 일인가! 

(그중에... 다단계 꼬임도 여러 번 당해봐서 이제 그 정도는 거를 줄 .) 


혹시 그녀가 두말할 여지없이 결혼식을 가야 하는 가장 친한 친구는 아니더라도, 각자 친한 다른 친구가 있더라도 상관없다. 나에게 있어 소중한 친구 중 하나라는 것은 변함없으니. 아끼는 마음을 다 하면 되는 것이다. 

그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제 마스크 단단히 끼고  친구 인생에서 가장 기쁜 날을 축하해주러 가면 되는 거지!

코로나 시대를 살다 보니 사람 사이에서 돌아보게 되는 것들이 있는 듯싶다. 그래도 부디 어서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간절히 바다.



(* 이미지 출처 : pixabay)


#가벼운글쓰기

#소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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