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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이 Feb 21. 2020

완벽한 캐릭터와 그렇지 못한 플레이

<낭만닥터 김사부2>

<낭만닥터 김사부2>, SBS, 2020.01.06.~, 연출: 유인식, 이길복 / 극본: 강은경 / 제작사: 삼화네트웍스




언제나 캐릭터는 중요하지만, 시리즈물에서는 더욱 캐릭터가 중요하다. 긴 이야기를 훌륭하게 이어나간다는 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리즈물이 용두사미 끝에 막을 내리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스토리가 점점 빈약해지더라도 캐릭터를 사랑한다면, 시청자는 그 작품을 계속해서 즐길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만으로도.

또 하나의 시리즈물이 등장했다. <낭만닥터 김사부2>라는 캐릭터 빌딩이 아주 잘 된 작품. 이 작품이 얼마나 캐릭터를 잘 구축했느냐 하면, 초등학생인 내 동생마저도 한 화를 채 다 보지도 않고 "저 아저씨 멋있다! 누구야?" 하고 물어본 정도다. (동생은 수많은 드라마를 나와 함께 봤지만, 지금껏 40대 이상 배우에게 특별히 관심을 보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작품이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닌 것 같다. 시즌 1에 비해 아쉽다는 평가도 많이 듣고 있고, 특정 캐릭터들은 논란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의 캐릭터 장단점으로 SBS의 '낭만닥터' 시리즈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한국형 의사 히어로

사실 김사부라는 캐릭터 자체는 새롭거나 신선한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이 캐릭터는 여러 작품을 통해 그 흥행 가능성을 보장받은 캐릭터다. '사람 살리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실력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겉으로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츤데레적 면모가 있는 캐릭터. 이런 류의 캐릭터는 한국에서 이미 여러 차례 사랑받았다.

<골든타임>의 최인혁(이성민 분), <브레인>의 이강훈(신하균 분),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이범수 분)
<하얀 거탑>의 윤지훈(김명민 분), <검법남녀>의 백범(정재영 분), <싸인>의 윤지훈(박신양 분)

각종 흥한 드라마의 주인공 캐릭터가 이런 류였고, 좀 더 확장해 법의학자 캐릭터도 비슷하다. 이런 류의 캐릭터가 그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은 롤모델 격의 실존인물 '이국종' 교수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도 한 몫 하겠지만, 무엇보다 이 인물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수호자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사고에서,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에서 내가 만나는 의사가 이들과 같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라는 거다. 누구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와 한석규라는 위대한 배우의 만남은 '김사부'를 완벽한 존재로 구현해냈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사람을 살리는 것 다음, 완벽한 의사 히어로의 2차 역할은 주위 사람에게 귀감이 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모본이 되는 선생으로서 동료를 이끌고, 함께 '낭만'을 꿈꾸게 하는 것. 그것이 김사부의 작품 속 롤이다.

성장을 돕기 위해서는 성장해야 하는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 시즌 1에서는 강동주(유연석 분), 윤서정(서현진 분), 도인범(양세종 분)이, 시즌 2에서는 서우진(안효섭 분), 차은재(이성경 분), 윤아름(소주연 분)이 김사부 키즈로 등장해서 극을 풍성하게 했다.

하지만 시즌 2의 성장 포인트는 다소 아쉬운 감이 있다. 우진은 경제적 문제로 고통받는 설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김사부가 문제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없고, 은재는 뭐든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성장을 이루었지만, 결핍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펠로우 2년차가 이완제 때문에 수술실에서 잠이 들고, 토를 하는 등의 무리한 설정으로 논란을 빚었다. 아름은 본원에서 우연히 김사부를 보고, 스스로 돌담병원에 따라갔지만 가서는 은탁(김민재 분)과 로맨스를 펼치는 게 주 역할이다.

결국 김사부 키즈의 애매한 성장은 작품 속 김사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작품이 줄 수 있는 감동 또한 약화시켰다.



빌런이 너무해

작품 속 김사부의 또 다른 역할은 돌담병원을 지키는 것이다. 병원의 본분을 망각하고 병원을 통해 돈을 벌려고만 하는 빌런들의 손아귀에서 돌담병원을 건져내 계속해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

시즌 2의 빌런은 시즌 1부터 계속해서 김사부와 돌담병원을 방해하는 도윤완(최진호 분) 이사장과 박민국(김주헌 분) 원장, 그리고 양호준(고상호 분) 선생이다. 이들은 단순히 환자가 발생하고 그 환자를 치료하는 에피소드의 연속일 수 있는 의학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작품에 활기를 주고 있다. 그러나 이들 빌런에게도 아쉬운 점은 있는데 바로 능력치와 사연이다.

히어로가 등장하는 작품에서 빌런의 능력치는 항상 어려운 지점이다. 빌런은 반드시 언젠가 히어로의 손에 처단되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히어로보다 약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약하기만 하면 주인공과 악역의 대결을 보는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김사부라는 히어로는 결국 병원을 지켜내야 하고, 그래서 빌런은 김사부보다 약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약한 느낌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사장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가졌으면서도 그만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 이사장과 트라우마에 갇혀 김사부를 미워하지만, 그의 행동을 그저 지켜보고 우진에게도 쉽게 지는 원장, 그리고 박민국 원장의 눈치보는 것이 일인 양호준 선생. 이 세 사람은 김사부에게 별 위협이 되지 못한다.

또한, 박민국 원장은 그의 의사로서의 신념이 비뚤어지게 된 계기와 사연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악역이지만 시청자에게 그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를 준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연은 그의 행동을 설명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의문점만 남긴다. 사연에 비해 액션이 과하기도 하고, 어긋나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즌 1때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메인 캐릭터 김사부 역의 한석규 배우 캐스팅만 보장된다면, 앞으로 시즌 3, 4로 계속 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여러 아쉬운 지점이 있더라도 <낭만닥터 김사부>는 SBS의 장수 시리즈물이 될 가능성과 가치가 충분하다. 원래 시리즈물에서 어떤 편은 좋고, 어떤 편은 아쉽고 그런 것이 아닌가. 다가올 <낭만닥터 김사부3>에서는 완벽한 캐릭터 김사부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이들의 훌륭한 캐릭터 플레이가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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