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 일’이 좋은 일꾼들의 <유난한 도전>을 응원하며
일을 더 즐겁게, 오래 하고 싶어서 쓴 책이 <일꾼의 말>이다. 회사에 얽매이지 않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10년 동안 만나온 동료들의 말에서 얻은 힌트를 모아놓고 보니 결국 ‘내가 하는 일을 온 마음 다해 좋아하는 것’이 답이었다. 답을 찾은 일꾼은 오래오래 행복했을까.
<일꾼의 말>을 출간하고 나서 제대로 된 마케팅을 하지 못 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터졌기 때문이다. 모든 북토크가 취소되고, 전사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그 사이에 전례없는 투자 호황기도 찾아왔다. 코인으로 돈을 번 동료들 몇몇은 ‘파이어족’을 선언하고 퇴사했다. 직장 월급을 받는 것 이외에 강연, 출간 등으로 파이프라인을 여럿 만들어두고 싶어하는 동료들도 생겼다. “내 행복은 다른 데 있는 게 분명해”라며 외국으로, 로컬로 떠나는 친구들도 생겼다. 같은 직장에 오래 다니는 것보다 이직을 해서 몸값을 튀기는 것이 살 길이라며 ‘이직의 달인’이 된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친구들 앞에서 “나는 이 일이 좋아”, “내 일을 하는 게 재밌어”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져서 말을 삼키는 일이 잦아졌다.
언제나, 늘, 항상은 아니어도 우리는 종종 일에 진심이 되는 순간을 만난다. 내가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거나 잘 해내고 싶은 일이고, 나와 회사가 같이 성장하는 느낌이 들 때 보통 그렇다. 그런데 나만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 때나 “일 잘하고 싶어”라는 말을 하는 것이 어려워질 때, 그렇게 모두의 성장은 멈춘다.
한없이 진심이었다가 한없이 작아졌던 적이 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였다. 프로젝트를 더 알리고 싶어서 해당 주제와 관련있는 인플루언서 100여 명에게 직접 손편지를 적었다. 자리에 앉아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편지를 하나둘 쌓고 있자 동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아니, 뭘 그렇게까지 해?”, “효과가 있겠어? 괜히 고생만 하는 거 아니야?” 한마디씩 던졌다. 무리하지 않기를 바라는 동료들의 애정 섞인 말임을 그때도, 지금도 잘 알고 있다.
비슷한 장면이 토스의 성장 과정을 다룬 책 <유난한 도전>에 나온다.
토스가 금융업이라는 시장에 겁없이 뛰어들었을 무렵, 마케팅(이외에도 1295개의 일을 더 하던) 담당자가 은행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77원을 송금하면 추첨을 해서 1등에게 77만7777원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걸 어떻게든 성공시키기 위해 마케팅 담당자가 한 일은 은행 지점장 수백명에게 손편지를 쓰는 거였다. “갑작스런 편지에 놀라셨죠?”로 시작된 편지는 “많이 고민하면서 준비했는데 지점 식구들에게 한 번씩만 참여를 독려해주신다면 정말 큰 힘이 될 것 같다”로 끝났다. 은행 직원들에게 ‘토스’를 써달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처럼 보였지만 그래서 더 간절한 마음이었을 거다.
토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왜 그렇게 유난스럽게 하냐?”는 동료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담당자 옆을 지나던 개발자들은 슬그머니 옆에 앉아 함께 손편지를 썼다. 어쩌면 내게 필요했던 것도 ‘뭘 그렇게까지 해’라는 걱정보다는 한껏 유난을 떠는 내 옆에서 함께 유난을 떨어줄 동료였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난한 도전은 그런 동료같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옆에서 묵묵히 함께 혹은 더 호들갑을 떨면서 손편지를 써주는 동료들을 한 움큼 만난 기분이었다. 이 유난한 동료들은 “이런 도전 진짜 너무 즐겁고 짜릿한데 왜 안 해?”라고 되물으면서 뻐기지 않았다. 오히려 “일 진짜 미친듯이 너무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은 게 당연한 거 아냐? 우리는 이렇게 좌절하고, 일어났어”라며 손을 내민다. 너가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언제든 유난스러워도 된다고 말해준다. 등을 두드려 준다. “이 일이 좋아”라고 말하는 게 촌스러운 게 아니라고 격려한다.
일하는 내내 매번 매순간 진심일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다. 일꾼 일생 전체를 다 합쳐서 보면 절반은 되려나? 누군가는 전체 기간 중 10분의 1이 채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말이다.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게 무슨 일인지를 떠나 일에 유난스러워지는, 혹은 유난스러워지고 싶은 순간이 누구나 한번쯤은 찾아온다는 거다. 아마도 나는 그런 순간이 올 때마다 <유난한 도전>을 꺼내올 것 같다. (토스 연봉 높다고 하던데) 값비싸고 좋은 동료 한 움큼을 책값 17,000원에 얻었다. 개이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