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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quniill Jul 21. 2020

내일, 산뜻한 출근길을
꿈꾸는 일꾼들에게

처음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내가 일할 때마다 '힌트'가 되어줬던 주변 동료들의 말을 기록해 놓자는 생각이 시작점이었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즐거울 뿐인데, 회사에 매몰되려는 순간 혹은 회사 일에 내 일상이 흔들릴 때가 가끔씩 장마처럼 찾아왔다. 그 때마다 우리는 일꾼들의 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힌트를 얻었다. 일과 나 사이에 거리를 두는 법, 일이 반가워지는 순간을 만드는 방법, 나를 지키면서 일을 사랑하는 방법 등을 그들에게서 들었다. 


베스트셀러나 TV 강연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일꾼들의 말도 아니었다. 스쳐가듯 만난 일꾼에게서, 오래 본 직장 상사에게서, 이제 갓 회사에 들어온 신입사원에게서, (예상치 못하게도) 함께 살고 있는 가족에게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관성으로 일을 할 때, 누군가의 반짝이는 눈빛과 말 한마디는 내게 자극을 줬다. 우리는 그것을 '일사이트'라 불렀다.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주변 일꾼들의 그런 말들이 나를 지금 이 순간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믿는다.


이들의 말을 기록해 놓으면 흔들리는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초콜릿처럼 꺼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들의 말을 처음 브런치에 남긴 것이 2019년 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고, 공감하는 목소리가 보였다. 그리고 출판사 에디터님들의 출간 제안도 받았다. 


처음엔 여러가지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열심히 일할 자신은 있지만 회사에 충성할 자신은 없는데, 이런 내 모습이 알려져도 괜찮은 걸까. 내 일은 소중하지만 사장님의 회사는 그렇게 소중하지 않은데, 이걸 공개적으로 말해도 되는 걸까. 그저 즐겁게 일하는 게 좋을 뿐이고 회사 주가에는 큰 관심이 없는데, 괜한 오해가 생기면 어쩌지. 뭐 이런 류의 걱정이었다. 


댓글을 남겨주시는 브런치 독자 분들의 반응을 봤다.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며 모두가 산뜻한 일꾼을 꿈꿨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꾼에 '나'를, '우리'를 덧대어 보고 있었다. 


'일꾼의 말'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기로 했다. 일꾼들의 해피엔딩이 그저 '고연봉'이나 '승진'이라는 단어로 정리되지 않길 바라기에. 몇년 몇월 며칠로 정해져 있지 않은 일꾼의 삶이 막막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은 창피하지만 '나는 이렇게 산뜻하게 일하고 있어요, 일꾼들 덕분에' 라고 밝히기로 했다.


일꾼 40명의 말을 엮은 책의 제목은 <일꾼의 말>이라고 정했다. 브런치에서 못 다한 일꾼들의 말을 책에 압축해서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브런치 시작부터 책 출간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일꾼 40명의 말을 얻기까지는 일꾼 인생 10년이 걸렸다. 누군가가 압축된 이 한 권의 책으로 산뜻한 출근길을 맞이할 수 있다면 이 모든 시간들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말이 길었지만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 


덕분에 자신감을 갖고 책 한권 분량의 원고를 써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오래 오래 산뜻하게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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