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무튼 Mar 23. 2020

 사랑하는 너를 보내고

사랑하는 유미야.

너의 소식을 듣게 된지 벌써 2주가 지났구나. 

온갖 감정이 뒤섞인 고된 시간이었어. 

처음엔 원망과 자책이 컸던 것 같아.

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토록 늦게 알아버린 걸까.

소식을 전해주지 않은 너의 가족을 원망했고, 더 일찍 알아보지 않은 나 스스로를 원망했어. 

그리고 도저히 이 슬픈 소식을 납득할 수 없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을 붙잡으려고 애를 썼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되고, 그 사실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면서 조금씩 받아들이게 됐어. 

받아들이고 나니 너의 가족에 대한 원망은 거둬지고 그제서야 걱정이 되더라.

너의 부모님이 가장 힘드셨을 텐데... 미안해. 더 이상 원망하지 않을게.  

사실, 지난 2주간의 나의 처사가 과연 유미가 원하는 일일까 걱정이 돼. 

하지만 나는 부족한 인간이라서 정답을 알지 못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뿐이야. 

내가 가장 속상하고 무서운 것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걸 네가 모르는 일이었거든. 

나름대로 많이 표현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너를 많이 사랑하는 걸 네가 몰랐으면 어떡하지, 지금까지도 모르고 있으면 어떡하지 마음이 아파. 

더 많이 표현했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그걸 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만 같아. 

하지만 너의 선택이 우리의 사랑을 몰라서, 또는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님을 알아. 

도저히 채울 수 없는 무엇인가가 너를 괴롭혔겠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함께 해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건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내 생각이겠지.

세상의 불합리함과 추악함에 분노를 참지 못했던 유미, 항상 선을 추구해야 한다던 유미.

어쩌면 유미처럼 따뜻하고 선한 사람이 견뎌내기는 힘든 세상이었을지도 몰라. 

부디 그곳에서는 유미가 마음 아파할 일이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어. 

유미가 좋아하는 고양이들이랑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유미 같은 친구가 있어서 살아갈 수 있었던 세상이기에, 유미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아직은 막막하지만,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아볼게. 

다시 만나면 좋은 얘기 많이 들려줄 수 있도록 삶을 견뎌내 볼게. 

다시 그 목소리로 ‘예니~’하고 부르며 안아줘.  

유미야, 너무 많이 보고 싶어. 사랑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