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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Aug 08. 2024

재생하는 열탕


대중탕에 간다.

수줍고

새삼스럽다.

내 몸이 알몸인 게.


쓰다만 노트를 버려야지.

모조리 비워야지.

안 읽는 책도 버리고

어항도 버리고

유통기한 지난 연고도

다 버려야지.


뚝뚝 수도꼭지를 고쳐야지.

거미줄도 쓸어내고

잡초도 뽑아야지.

하염없이 뽑아야지.


냄비를 닦아야지.

이불을 빨아야지.

방충망을 갈아야지.

화분갈이를 해야지.


습작 시절, 왜 그토록 제라늄이 미웠을까.

왜 그토록 잃어버린 열쇠고리에 집착했을까.


짐짝처럼 싣고 다닌 언어들.

김이 빠질 대로 빠진 맥주들.

주정차금지구역에 주정차하는

나의 오기와 무능.

이러니 문청들이 퉤퉤 거릴 수밖에.


기왕 알몸이 된 김에

언어도 맥주도 오기와 무능도 갈아엎자.

재건하는 마음이 솟구치니

이곳이 기도원이다.


열탕에 몸을 담그는 내내

보글보글 부활하고자 하는

결심이 끓어오른다.


그새, 때가 불었네.

대중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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