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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Aug 12. 2024

안녕, 비밀




이상(1910-1937)의 마지막 소설 『실화』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허전한 일이다.”      


브런치에 글을 하나씩 업로드한다.

사소한 비밀이 하나씩 떠간다.




양말 한 짝을 잃어버리고

나머지 한 짝들만 쌓이는 서랍장.


아이 콧구멍에서 줄줄

새어 나오는 콧물.


흥! 하고 풀어내듯

  

나는 나의 이야기를 공유하는데

익숙한 인간형이 아니다.


발행.


그러나 가벼움은 무얼까.


라이킷!

내 식으로 비유를 들자면

글을 발행할 때마다

나의 작은 군함이 하얀 깃발을 꽂고

출항하는 것만 같다.

    

비밀 1, 비밀 2, 비밀 3…… 비밀 17 병사들아,

착착착, 떠나가거라!

자 다음 비밀들아, 대기하여라!

은밀호령하기도 다.


읽고 쓰는 일은

비밀이 없어지는 일일까.

또 다른 비밀을 짓는 일일까.


이야기하는 사람들 대열에 끼어 

허전하고 가벼운 사람이  수 있을까.


다음 글, 그러니까 비밀 18을 출항시켜

이 세상에 허전함이라는 1그램을

보탤 수 있을까.


별별 고민.


쁨과 슬픔과 절망이 버무려진

곁을 내어준 누군가

비밀읽는다.


비밀의 마음

비늘의 마음

비닐봉지의 마음


고 빈 가볍고 허전한 나의 이야기를

바다에 던지싶은 충동은

어디에서 오는가.


허전해질 수 있을 만큼.


비닐봉지를 열고

쭈쭈바를 꺼낸다.


얼어서 천천히

녹여 먹는 달콤함.


이미 나는 소다맛 세상에

당도한 게 아닐까.




단색부터 캐릭터까지 

나는 양말 부자다.


짝을 잃어버린 양말들.

책상 위에는 쓰다 만 포스트잇,

엽서, 무지개 색연필, 스케줄러들.


그야말로 짝짝이 부자.


무용한 비밀.

킥킥거리는 오후.


선선하다.


이제 발행된 당신의 아이스크림

녹여 먹는다.


줄 서지 않고 타는

놀이기구랄까.



안녕,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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