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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9시간전

시는 처음이에요


처음

시장통은 처음이에요.

새끼 고양이를 것도 처음이에요.

새끼 고양이를 묻은 것도 처음이에요.

무덤은 처음이에요.


폐교에 간 것도 처음이에요.

교회 오빠 손을 잡은 것도 처음이에요.

발바닥에 못이 박힌 것도 처음이에요.

미나리향이 싫었던 것도 처음이에요.


88 오토바이를 탄 것도 처음이에요.

다슬기를 잡은 것도 처음이에요.

계곡물에 빠져 밖으로

끌려 나온 것도 처음이에요.


하숙집 주인이 티셔츠를 개어 준 것도 처음이에요.

통신요금이 연체된 것도 처음이에요.

레몬소주에 입을 것도 처음이에요.

떨어진 십 원을 줍지 않은 것도 처음이에요.


세신사에게 알몸을 맡긴 것도 처음이에요.

죽은 닭을 만진 것도 처음이에요.

중환자실도 처음이에요.

휴학도 처음이에요.


예술도 정치도 처음이에요.

빙하도 살충제도 처음이에요.

햄릿도 최승자도

갈팡질팡했다지만

결국 폭력도 사랑도

투자도

망하는 것도

처음이에요.


빙하는 흘러내리는 중이고

매미가 울다가 울음을

그치는 것도

겨울이 왔다가 

겨울이 가는 것도

마른 가지가 새순을 틔우는 것도

처음이에요.


아이를 때린 것도 처음이에요.

완벽한 고통도 처음이에요.


한 땀 한 땀 마음을 짓는 일,

코바늘 뜨개질도 처음이에요.


우는 아이에게 말해요.

설아, 변명 같겠지만

나는 네가 처음이란다.


정말로,

시는 처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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