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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드 Jul 22. 2024

매미 허물


7월이 되고서부터

아이와 매미 허물을 주우러 다녔다.

나무 등치에서 수십 개 허물을 수확했다.

7살 둘째는 마트에서 토미카 한 대를

구입할 때의 신중함으로

곤충 채집통에 허물을 모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생각하며

시간, 허물, 소리, 죽음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어렵다.


마치 요즘 내 삶은

마침내 단순해지려

끝끝내 단순해지지 않으려는

숙제를 택한 꼴이다.


흙 속에서 시간을 견딘다는 거.

허물을 벗는다 거.

소리를 낸다는 거.

덩그러니 죽어버린다는 거.


어느 하나 쉽지 않은

견딤, 벗음, 소리냄, 버려짐.


매미 허물을 주우면서

매미의 운명을 모으고 있구나 싶다.


이게 내 운명과 무어가

다를까 싶다.


내 인생을 과격하게

과장하자면,

10대는 암흑의 시간이었고

20-30대는 탈피했고 시끄러웠다.

40대는 갈라진 등껍질 속으로 도로

숨고 싶을 때가 종종 찾아온다.

내가 태어난 그 방으로.


울고불고하는 짝짓기 시절

이 시절 이후를 예감하는 일은

쉽다.


매미의 보름이 지나가듯

나의 보름이 지나가듯.

죽음의 스승이 널려 있듯.


매미 허물을 본다.

매미를 매일이라고 오독한다.


매일 허물을 본다.

그래, 매일 나의

갈라진 등을

보고 또 본다.


등이 가려운

이유다.



나무의 팔할은 등


소란스러운 숲 속에서

매미들 천국에서

등이 가려운 사람들을 생각한다.


매미 소리를 울음이라고

적고 싶지 않았는데,


온몸이 울음통이다.

뇌가 끓고

심장이 덜덜거린다.

발톱마저 발악한다.


등껍질을 뚫고 나온 매미들

지독하다 싶다가도


등이 가려운 존재들.

한 번쯤 터져 본 것들.

자신을 깨부순 것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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