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야,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온 거니.
고래야, 달팽이야, 너는 벗이 많구나.
모래야, 보리야, 너는 잘 익었구나.
고통아, 질병아, 연고를 발라줄게.
제목아, 소제목아, 너는 빈 의자 같구나.
구조야, 허공아, 너는 이름처럼 가벼워지고 있어.
집착아, 냉장고야, 모든 건 순간이라지.
나는 벽에 이끌린 것 뿐이야.
상상아, 가방아, 너는 정말 불멸이니.
초라함아, 비둘기야, 나는 너를 날려 버릴 거야.
불가피야, 존재야, 별만큼이나 많은 숫자들.
추정아, 딸아, 왼손으로 사랑을 쥐어.
영원아, 오후야, 우리에게 중요한 건,
이 노래, 이 벽, 이 무용이란다.
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