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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Dec 26. 2019

[2010년대 리뷰] 인디 음악


2010년대의 마지막인 2019년이 저물어 간다.단순 인기나 판매량 등으로만 정리하면 음원 강자들과 아이돌 음악들로만 수렴할 것으로 판단되지만, 한국 가요계의 양상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았으므로 시대와 상황에 맞는 키워드를 선정하여 2010년대 가요계를 리뷰하려 한다.


여섯 번째는 ‘인디 음악’이다. 2000년대 중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한 홍대 공연장과 인디씬의 위축을 딛고, 2000년대 후반 여러 밴드들이 등장하며 다시 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장 상황이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스페이스 공감” 등의 프로그램과 ‘십센치’ · ‘장기하와 얼굴들’ · ‘장미여관’ · ‘국카스텐’ 같은 이들의 노력으로 대중과 친숙해진 인디 뮤지션들이 늘기 시작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치즈’ · ‘볼빨간사춘기’ · ‘멜로망스’ · ‘혁오’ 등이 대중적 인기를 얻으며 인디 뮤지션들이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고, ‘록’과 ‘밴드’의 토대 위에 다양한 장르와 방향성이 대두되며 인디 음악이 다양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다만 대중적으로 이름이 너무 거대해진 ‘볼빨간사춘기’ · ‘폴킴’ · ‘혁오’ · ‘잔나비’ 등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십센치 10cm <아메리카노>

작사 · 작곡 · 편곡: 권정열, 윤철종

디지털 싱글 "아메리카노"(2010.08.04.)


2010년에 데뷔해 <죽겠네>와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로 활동을 이어가던 ‘십센치’의 출세작. 따뜻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아메리카노 찬가’로 알려졌고, 소위 ‘다방 커피’의 커피믹스 시대를 지나 ‘카페’가 대중화되던 시기를 그린 곡이라는 평을 받으며 젊은 감각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신나는 분위기,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부, 카페 문화 및 아메리카노 커피의 대중화 등에 맞물려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실상은 이전 세대에서 크게 조명받지 못하던 ‘찌질한 남성의 생활상’ 그 자체이다.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담배 필 때’나 ‘바람 필 때’ 같은 가사에서 놀랄 수 있다. 한때는 ‘담배’ 때문에 청소년 청취 불가 판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이후 십센치는 몇 가지 문제가 생기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인디’ 밴드라는 인식이 흐릿해질 정도로 음원 차트에서 막강한 화력을 보이며 성공했다.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 <안아줘요> · <스토커> · <쓰담쓰담> · <봄이 좋냐??> · <폰서트> 등 다양한 분위기와 더 다양한 레퍼런스들이 고루 히트 친 음원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일상을 비트는 한 끗의 재치가 여전히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국카스텐 Guckkasten <붉은 밭>

작사: 하현우 / 작곡 · 편곡: 전규호, 이정길, 김기범, 하현우

미니 2집 "Tagträume"(2010.12.07.)


<거울> 발표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2000년대 후반 이후의 인디 씬은 ‘국카스텐’이 씹어 먹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간이 흘러 ‘하현우’가 ‘우리 동네 음악대장’으로 이름을 알린 2010년대 후반, 국카스텐은 음악계에 대단한 이름이 되었으나 대중적인 주목도와 화제성에서만큼은 멀어져 있다. 실력 출중한 음악가들이 밴드로 의기투합해 질 좋은 음악을 뽑아내더라도 꼭 히트하지만은 않는 한편, 대중이 원하는 음악을 폭넓게 소화한 보컬리스트의 인지도가 급증하고 거대한 칭송을 받는 모습은 현 대중음악과 인디 음악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무튼 국카스텐의 음악은 언제나 충실했다. 데뷔 시기부터 지금까지도 여전히 친절한 해석을 내놓는 타입은 아니지만, 몇 글자의 단어 놀음으로 해석하거나 평가하기 힘든 진하고 깊은 여운을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다. 모두가 성취를 바라볼 때, 홀로 성취 후를 바라보며 금기와 욕망에 대해 다룬 <붉은 밭>은 철학적 발상과 밴드의 에너지가 단적으로 응집되어 있다. 보컬 놀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밴드’적 접근에 대해서도 좋은 교본으로 남을 곡.






정준일 <안아줘>

작사 · 작곡 · 편곡: 정준일

정규 1집 "Lo9ve3r4s"(2011.11.23.)


밴드 ‘메이트’의 멤버이자 솔로 뮤지션인 ‘정준일’의 등장은 사실 초반 임팩트가 강력하지는 않았다. 이 곡이 2011년에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 상실의 공허를 집약적으로 드러낸 <안아줘>는 덤덤한 자기 고백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한편, 중저음역대의 음색으로 표현한 특유의 감정선이 남들과 다른 ‘한 끗’으로 작용하며 오롯한 매력을 구축했다. 한국 가요계는 언제나 고음의 편이었지만, ‘김동률’의 뒤를 이어 질 좋은 중저음역대 음악들을 꾸준히 배출하는 몇 안 되는 인재. 이따금씩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안아줘>나 <고백> 등 ‘정준일’스러운 발라드 넘버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선우정아 <뱁새>

작사 · 작곡: 선우정아

정규 2집 "It's Okay, Dear"(2013.04.02)


인디 뮤지션이자 재즈 보컬리스트인 동시에 대형 기획사에 곡을 공급하는 작곡가. ‘선우정아’의 독특한 위치 선정은 <아파> · <아이 돈 케어 레게 리믹스>(이상 투애니원) · <오예>(지디앤탑) 등을 통해 알려졌지만, 끝내 자기만의 오롯하고 독특한 음악을 통해 빛났다. 불안정한 원초아의 다양한 정서를 직선적으로 구현한 정규 2집은 그만의 독특한 음악 세계가 확실하게 구현된 작품이었다.


외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다 실패하는 모양새를 날카롭게 조명했다. 편안한 분위기로 파고드는 <뱁새>의 분위기는 폐부를 찌르는 반성과 성찰을 청자들에게 들이민다. 스미듯 노래를 듣던 청자가 ‘이건 내 이야기가 아니야.’라며 곡의 내용을 밀어내고 부정하며 관조적인 자세를 취하려 들지만, 그땐 이미 늦었다. 철저히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선우정아의 가사는 마치 ‘너도 북어지?’를 뇌까리는 <북어>(최승호)라는 시를 연상케 만든다. 내적 자아에 대한 세밀한 고찰인 동시에 청자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묵직한 트랙. 특유의 음색이 설득력과 무게감을 더했다.






윤딴딴 <겨울을 걷는다>

작사 · 작곡: 윤딴딴 / 편곡: 제이디(오정우)

싱글 1집 "반오십"(2014.02.14.)


버스킹 위주로 활동하던 ‘윤딴딴’의 음악적 성향과 색깔이 잘 드러난 어쿠스틱 트랙. 소박한 곡의 규모, 밝고 나긋한 음색, 실제 이야기를 하는 듯한 전개, 명랑한 멜로디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가사 내용이 어우러져 있는 <겨울을 걷는다>는 의외로 강한 현실감을 띤다. 기타와 보컬의 소박한 구성에도 전개의 완급 조절이 뚜렷하여 곡이 지루하지 않으며, 빠르게 몰아붙이는 부분에서 내용은 물론 청각적 만족감까지 세밀하게 신경 쓴 티가 제대로 난다. 달달한 음색과 담백한 음악적 태도 덕분에 성별을 가리지 않고 인기를 얻은 곡인데, 따뜻하게 보듬은 쓸쓸한 감성이 의외로 군 장병들에게 크게 어필하기도 했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동네 오빠’로 칭하고 다닌다는데, 이런 사람을 보유한 동네가 전국에 몇 군데나 될까.






안녕하신가영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

작사 · 작곡: 안녕하신가영

디지털 싱글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2014.07.04.)


'좋아서 하는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하던 중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2013)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뜻을 배우기도 전에 깨우친 ‘안녕’이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고, 그 단어가 묻는 ‘안부’를 다룬 곡들을 만들고 부른다. 스스로 ‘안부형 뮤지션’으로 칭하는 ‘안녕하신가영’은 소박하지만 가장 친숙한 단어로부터 시작된 그의 예명이 꽤 많은 단서를 제공한다. 삶의 각 장면, 그리고 그 장면으로 인해 발원되는 사람의 감정을 포착하고 이를 나긋하게 짚어내는 그만의 접근 방식은 삶의 한 구석에서 마련할 수 있는 소박한 위로에 가장 잘 어울린다.


<반대과정이론> · <겨울에서 봄> · <우울한 날들에 최선을 다해줘> · <꿈 속> · <특별히 대단할 것> 등 추천할 곡들이 꽤나 많지만, <언젠가 설명이 필요한 밤>을 처음 들었던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다. 장면을 묘사하되 단편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장면에 비친 감정을 드러내되 감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적절한 정도를 찾은 음량과 감도를 통해 청자가 몰입할 공간을 만들었고, 담백하고 차분한 음색으로 설득력을 높였다. ‘대화하는 노래’에 가까운 트랙.






9와 숫자들 <숨바꼭질>

작사 · 작곡: 9(송재경) / 편곡: 9(송재경), 0(유정목), 3(보이디), 4(꿀버섯)

정규 2집 "보물섬"(2014.11.25)


‘장기하와 얼굴들’ · ‘전범선과 양반들’의 초기 작품과 마찬가지로 ‘9와 숫자들’ 또한 초기에는 복고적인 색채를 잔뜩 뿜어 냈지만, 날것에 가까운 접근보다는 정성 들인 조탁에 집중했다. 보다 현대적인 접근법으로 건너온 정규 2집은 단편적 감상으로 풀어낼 수 없는 범용성을 지닌다. 어쿠스틱한 정서를 잔뜩 품은 시적인 가사, 어딘가 뭉툭하고 몽환적인 음색, 그리고 정성스럽게 수놓고 땋은 사운드는 복잡하게 얽힌 현실 속 감정의 실타래를 한 올씩 풀어내며 어느 새 정서적 안정과 감정적 쾌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자신이 겪는 감정적 증상을 관조적으로 풀어낸 <숨바꼭질>은 청자들이 저마다 지닌 감정적 응어리를 달래고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상황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이를 균형 잡힌 사운드로 풀어내는 솜씨는 여전히 탁월하다. 엘리트적인 이미지를 갖춘 은은한 음악이기에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있지만, 문턱을 넘으려는 시도 또한 나쁘지 않을 듯하다.






치즈 CHEEZE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작사: 달총 / 작곡: 달총, 구름 / 편곡: 구름

디지털 싱글 "Mood Indigo"(2016.05.26.)


4인조 밴드로 시작해 현재의 ‘달총’ 솔로 체제가 되기까지 곡절이 조금 있었으나, ‘치즈’의 음악은 재즈 기반의 어반 음악으로 대표된다. 달달한 음색과 세밀한 리듬 컨트롤이 장기인 여성 보컬 ‘달총’이 곡을 이끌고, 독특한 분위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했던 프로듀서이자 남성 보컬 ‘구름’이 곡을 지탱했다. 4인조 시기에는 독특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내는 <나홀로 집에> · <조별과제> · <망고> 등을, 3인조 시기에는 <피노키오> · <잘 다녀와요> 등을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치즈의 인지도가 상승한 것은 달총구름2인조 시기였다. <모두의 순간> · <Romance> · <어떻게 생각해> · <깊이 아래로> 등의 대표곡이 모두 이 시기에 나왔다. <무드 인디고>는 ‘미셸 공드리’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 속 감성을 치즈만의 해석과 화음으로 구현한 어반 팝 트랙이다. 달콤하고 설레는 감정에 집중하며, 그 순간의 감정이 영원할 듯 듬뿍 빠져 있는 모습을 잘 드러낸다.  <마들렌 러브 Madeleine Love>와 함께 ‘치즈 듀엣곡’의 달달한 이미지를 가장 강력하게 지닌 곡인 동시에, 팬들이 가끔씩 치즈의 2인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를 가장 잘 증명하는 곡이기도 하다.






데이브레이크 Daybreak <꽃길만 걷게 해줄게>

작사: 이원석, 김장원 / 작곡: 이원석 / 편곡: 이원석, 홍준, 김선일, 김장원, 정유종

정규 4집 "With"(2016.06.14.)


데이브레이크’는 제한을 두지 않는 폭넓은 편곡과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로 자기들만의 색깔을 갖췄고, 대중들 또한 이들의 음악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좋다>로 2010년대의 포문을 연 뒤 <들었다 놨다>로 흥행을 이어가던 데이브레이크는 <꽃길만 걷게 해줄게>로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간의 행적과 매력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담백한 가사와 힘 있는 사운드를 구현하며 오랫동안 씬에서 살아남은 이유를 증명했다. 대중으로부터 멀어져야만 인디인 것은 아님을 가장 잘 증명하는 동시에, 대중 지향적인 인디 뮤지션들이 크게 흥행하는 대중음악적 시류를 호재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물론 큰 틀을 유지하는 이들의 작법은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낳기 충분하고, 대중 지향적인 성향은 평론가들이나 인디 매니아들이 비평거리로 삼을 수 있는 가장 큰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조용하지만 꾸준히 인지도를 유지하고, 라디오 청취자와 피디들이 선곡하며,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편안한 매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이들의 저력을 잘 드러낸다.






안예은 <홍연>

작사 · 작곡: 안예은 / 편곡: 안예은, 고재현

정규 1집 "안예은"(2016.11.28.)


‘유희열’이 “케이팝스타”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챙긴 가장 큰 이득이 ‘정승환’이라면, 유희열 덕에 “케이팝스타”가 챙긴 가장 큰 이득은 바로 ‘안예은’이다. 미국 음악 지향적인 두 거대 기획사 대표 사이에서 유희열은 자신의 음악적 직감과 안예은의 잠재력을 믿었고, 안예은은 완성도 높은 자작곡들로 결승에 진출하며 화답했다.


안예은의 등장은 한동안 가요계에서 자취를 감췄던 사극풍 발라드의 부활과도 궤를 같이 한다. 멜로디를 꺾어내는 창법, 긴박하게 차고 올라가는 오케스트레이션, 그 극적인 전개 속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켜내는 음색 등 <홍연>은 음악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극의 이미지를 꽤나 탁월하게 표현했다. 신예답지 않게 구조적 완성도를 갖출 줄 아는 음악을 곧잘 해냈고, 생각보다 다양한 트랙들이 정규 1집을 채우며 청자들을 만족시켰다. <홍연>에서 멀어진 정규 2집을 선보이며 “케이팝스타”만큼의 반응을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가리거나 재지 않는 태도와 굵직한 트랙들이 단위별 가치를 높여 향후 행보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새벽공방 <어른이>

작사 · 작곡: 희연 / 편곡: 희연, 여운

디지털 싱글 "어른이, 달빛천사"(2017.04.05.)


<캐치 유 캐치 미 Catch You Catch Me>를 커버한 <카드캡터체리>, <나의 마음을 담아>를 커버한 <달빛천사>로 인지도를 얻었다. 그러나 ‘새벽공방’은 2016년 데뷔 이후 바지런하게 본인들의 커리어를 쌓고 있다. 달달하고 귀여운 음색과 나긋한 음악적 지향을 보이지만, 마냥 편하거나 한가롭지만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의 음악이 생명력을 얻는다. 음반 제목과 콘서트 등에서 ‘라디오’를 자주 언급하고, <새벽☆>이라는 팬송을 제작하며, <내(가) 너(를)> 등을 통해 떼창을 도모하는 등 ‘소통’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은 음악 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느낌을 주던 <카드캡터체리>에서 느낄 수 있는 ‘향수’가 <어른이>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에서 영감을 받아, 외적으로는 어른이지만 내면은 여전히 ‘어린이의 연장’에 머무는 모습을 덤덤하게 포착해낸 새벽공방의 예리한 시선과 감수성이 돋보인다. 쉽고 편안하게 들을 수 있지만, 다양한 주제들을 풀어내 편안하게 접근하도록 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한 일이다. 새벽공방 특유의 정성스러운 음악은 조용히 자기만의 빛을 내고 있다.






브로콜리너마저 <분향>

작사 · 작곡: 윤덕원 / 편곡: 윤덕원, 잔디, 류지, 향기

디지털 싱글 "분향"(2017.04.24.)


2000년대 중후반에 기대주로 떠오른 ‘브로콜리너마저’는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되지 않는> · <졸업> · <잔인한 사월> ·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 <속물들> 등을 발표하며 소재 고갈과 작법 고착화의 우려를 시원하게 걷어찼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2010년대를 보낸 이들은 점차 보편성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대성을 담아내며 전작과의 차별화를 모색했고, 2010년대 초반과 후반의 두 정규 음반은 그러한 의지를 충실히 반영했다. ‘이 미친 세상에’를 뇌까리던 <졸업>의 시절로부터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에 이르기까지 햇수로 10년이 지났으나, 세상은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


흑백의 음반 표지, 무거운 제목과 달리 <분향>은 의외의 경쾌한 분위기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덤덤하게 풀어냈다. ‘덕원’이 뒤로 물러나고 ‘향기’가 마이크를 잡아 이색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미처 어찌하지 못하는 당혹스런 심정을 차분히 풀어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에 대한 아픔을 먹먹하게 표현함으로써 브로콜리너마저의 ‘시적인 접근’이 빛을 발했다. 의외의 주제, 의외의 분위기, 의외의 보컬이 적절한 깊이와 균형을 갖췄다.






스텔라장 Stella Jang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작사 · 작곡: 스텔라장 / 편곡: 나잠 수(술탄 오브 더 디스코)

디지털 싱글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2017.04.30.)


스텔라장’은 어떤 ‘척’을 하지도 않고, 이리저리 재지도 않는다. 생활 속에서 포착된 소재를 활용하여 확실한 컨셉이 잡힌 음반을 만들고, 필요하다면 랩과 욕설까지도 과감하게 넣는다. 약간 시니컬하고 직선적인 특성을 갖췄지만, 냉소하는 행위 자체에 마냥 취하지는 않는다.


직장인이던 시절을 토대로 만든 4곡짜리 디지털 싱글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은 단편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스텔라장의 스펙트럼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타이틀곡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은 <월요병가>에서 확인된 재기발랄한 면모, 극사실주의적 장면 묘사, 보컬 컨트롤을 통해 구축한 또렷한 곡 내 캐릭터 등 스텔라장의 다양한 매력이 고루 담겼다. 공감 가는 가사와 특유의 맹한 보컬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했는데, 레트로 풍의 건반이 다소 웃픈 심리를 선명하게 표현해 감칠맛을 더했다. 다양한 장르를 토대삼는 만큼, 주저 없이 자기 생각을 펼치고 공감을 형성하는 스텔라장의 음악적 세계관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주목할 만하다.






새소년 <파도>

작사 · 작곡: 황소윤 / 편곡: 황소윤, 강토, 문팬시, 김한주

디지털 싱글 "파도"(2017.09.26.)


‘가장 새로운 물결’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블루스, 신스, 사이키델릭 록 등 다양한 장르를 무리 없이 배합해 전혀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천재성’ 그 자체로 정의되며, 발매된 곡이 많지 않은 신예임에도 씬의 중심으로 떠오름과 동시에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등 상당히 굵직한 행보를 걷고 있다. 중성적인 목소리 톤과 1997년생이라는 나이, 힙한 패션 등 여러 요소들 또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거친 질감의 기타, 허스키하고 몽환적인 음색, 완성도 높은 연주는 ‘새소년’의 정체성이 되어 상당한 기대를 받고 있다.


의외로 부드럽고 친절했던 데뷔곡 <긴 꿈>에서 멀어져, <파도>는 특유의 거칠고 찐득한 사운드가 잔뜩 담겨 있다. 거칠게 내달리는 와중에도 굳건한 균형을 지키고 있으며, 신예의 자유로움과 신예답지 않은 구조적 완성도의 사이에서 새소년의 이름은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다. 무덤덤하고 불친절하게 드러나는 이들의 레트로 성향은 음악성에 스타성까지 겸비한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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