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 안 하고 엄마랑 살 거야
맘마
음마(엄마)
으빠(아빠)
따당해요(사랑해요)
하능마큼 땅마큼(하늘만큼 땅만큼)
그러다 제대로 된 문장으로 표현을 한다. 엄마를 녹여버리는 말.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울 엄마가 제일 예뻐
나 결혼 안 하고 엄마랑 살 거야
어린아이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다.
아무리 못났고 부족해도 우리 엄마가 최고이고, 우리 엄마가 제일 예쁘고,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우리 엄마들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 제일 예쁜 엄마, 이 세상 하나뿐인 최고의 엄마다.
아이마음에 대한 story
나도 그랬을 터인데, 내가 떠올리는 나의 기억은 다섯 살 언저리부터라 저런 최고의 말을 선사했는지 나 스스로에 대한 기억은 아쉽게도 없다.
나의 바로 밑 동생과 나는 여덟 살 차이가 난다. 어머니는 맏며느리셨고, 아들을 낳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갖고 계셨기에 무궁무진한 노력 끝에 43세 때 막내를 하나 더 낳으셨다. 그럼에도 아들이 아닌 딸을 낳으시면서 딸 다섯으로 마무리를 하고 나서야 내 책임 아니라고 포기선언을 하셨다고 했다.
그렇게 만난 나의 동생. 나이차가 나다 보니 동생이 자라며 보여줬던 행동과 표현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동생도 자라면서, 앞서 나열한 단어들과 표현들로 엄마를 녹이는 최고의 말을 선사했다. 일하고 돌아와 너무 피곤하고 힘드시지만, 저 말 한마디에 피곤이 녹고 다시 힘이 솟게 해 드려 얼굴 한가득 웃음이 묻어나셨던 것을 기억한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이제 엄마보다는 친구와 더 가깝고 더 잘 통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던 시점, 당시의 내 머리로 동생의 표현에 깜짝 놀랐었다.
'저 정도이구나. 저런 표현까지도 하는구나' 라며.
"엄마, ○○이는 엄마랑 평생 살 거야. 결혼 안 하고 평생 엄마랑 살 거야. ○○이는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어린아이들은 '나는'이라는 일인칭 시점의 말보다, 자신의 이름을 넣은 호칭을 사용하는 시기를 지나기도 하는데, 당시 저렇게 표현을 했었다.)
나는 어머니가 저 말을 듣고, 한순간 얼굴이 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보았다.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나도 듣게 되었다.
나의 아이 입으로 표현하는 저 사랑스러운 소리들을.
옆에 누군가 나를 지켜봤다면, 아마도 내 눈에서는 꿀이 뚝뚝 떨어졌을 거다. 당연히 얼굴에 꽃도 피었을 거고.
그런 말을 했던 동생은 결혼을 했고, 남매를 키우며 어느덧 마흔을 넘겼다.
결혼을 안 하긴.
어머니도 가끔 말씀하시지만, 나도 가끔 골려먹는다.
결혼 안 한다고 하더니 우리 다섯 자매 중 제일 어린 나이에 시집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