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que Jul 01. 2019

백일의 기적은 오지 않았습니다만

오늘은 신생아 돌보는 부모들이 반겨할 단어, 바로 그 "백일의 기적"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신생아를 돌보시는 분들, 아이의 수면 상황과 수유 상황에 따라 삶의 질도 많이 달라지는데요. 100일의 기적이라 함은, 통잠과 규칙적인 수유텀으로 요약될 수 있겠습니다.  


수면시간이 길어지면서 중간에 자는 회수가 줄어들고 수유텀이 길어지면서 덜 자주 수유해도 된다는 거죠. 신생아의 배가 든든해지면서 밤에는 잠을 조금 더 자고, 밤낮의 구분이 생기면서 잠을 잘 잔다는 것인데요.


© purzlbaum, 출처 Unsplash


저희 아기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많이 우는 아이였습니다. 얼굴은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서요.


산후조리원에서 막 데려왔을 때부터

-끊임 없이 울고  
-재우기까지 최소 1시간 걸리고  
-수유 하고 트름 시키고 재우다 보면

다시 수유 시간이 돌아와서 위 과정을 무한 반복해야 하는.......(말 안해도 아시겠죠?)


© tjsocoz, 출처 Unsplash


한마디로 매우 고된 시간이었습니다. 다들 비슷하겠지만 백일 동안 말그대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남들은 수면교육이라는 것도 하던데 당최 시킬 엄두도 안나구요.


특히 저희 아기는 한 번 울 때 엄청 세게 울었습니다. 마치 체육하는 학생이 구령하듯 리드미컬하게 최고 옥타브로 울었달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벌써부터 '그런 때가 있었나; 싶지만)  

회사 입사 해서 수습 때보다도 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입사해선 새벽 1시에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났어야 했는데 차라리 그땐 괜찮았죠. 제가 ‘통잠’을 잘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 아이와는 잠도 적게 잤지만 무엇보다도 두 시간마다 한 번씩 깨서 토막잠 자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밤에 잘 땐 아예 안경을 쓰고 잤던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이가 울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게요. 실제로 아기가 울면 벌떡 일어나 기저귀 갈고 수유 준비하고..

산후조리원 퇴소한 직후에는 잘 되지도 않는 모유 수유로 씨름하고 있었을 때라, 모유 수유 하고 분유 보충하고 트름 시키고, 잘 안 먹는 모유 수유 왜 그런지 다시 검색에 빠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2시간이 지나가서 다시 아이가 깨서 수유를 해야 하는...
자, 여튼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드디어 100일이 됐습니다. 은근, 기대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요?

안왔습니다.  
ㄷㄷㄷㄷ
백일의 기적은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 geralt, 출처 Pixabay



저희 아이 또래들의 발달 상황을 보려고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 엄마들의 인스타를 팔로 했는데 저마다 감격스러워 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저희 애기, 백일의 기적이 드디어 왔네요"
"우리 **이, 드디어 통잠 잡니다."

저는 조용히 저희 아기를 보며 물었습니다...

'아기야, 너는 대체 언제…'  

당시엔 우리 아기, 혹시 이상한 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고, 우울감도 간혹 올 때도 있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든 와중에 기대했던 바가 이뤄지지 않고, 동시에 또래들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주변에 아기 키우는 친구들한테 백일의 기적을 묻고는 조금의 희망이 생겼습니다.

"우리 얘는 유치원 가기 전까지 밤에 자다가 깼는데? 그게 뭐 이상해?"

그렇습니다.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른 것입니다.
비교는 무의미합니다.
실제로 저희 아기에게 백일의 기적은 오지 않았지만, “나름의 어떤 기적”은 찾아오고 있었던 중인 것 같습니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조금은 수월해 졌던 것 같으니까요.


© PublicDomainPictures, 출처 Pixabay


희망을 가지세요! 여러분


어느 순간부터는 제 궤도를 찾아갔는데 그게 아마도... 200일 좀 안된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유텀 3시간을 지키고 있고 통잠도 자기 시작했으니까요.


신생아 키우시는 분들, 백일의 기적이 오지 않더라도, 백일의 기적에 너무 얽매이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일의 기적이 오지 않았을 경우, 모든 게 처음인 엄마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을 하면 할 수록 오히려 아기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전이되고 결국은 산모를 힘들게 만드는 지름길인 듯 합니다.   


너는 어련히 알아서 제 궤도를 찾겠지
라는 생각으로,
아이를 믿어주세요.
아무리 말 못하는 아가라도요.


굳이 백일의 기적까진 않더라도 완전 신생아였을 때에는 조리원에서 눈에 초점도 맞추지 못하고 웃지도 않는 아기를 보고 심하게 우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기 시력이 매우 약하다는 걸 머리론 알지만, 또 막상 보면 다른 생각이 들게 마련이죠. 하지만 당연히 시간이 지날수록 물체를 또렷하게 인식하고, 엄마를 보고 웃는 아기를 보면, 그땐 왜 그랬나 싶습니다.


만약, 둘째를 키운다면(물론 둘째는 첫째와 기질이 다르다 하지만요) 최소한 백일의 기적이 안 올수도 있다는 경험이 생겨서인지 더 느긋하게 키우고, 아이 보는 순간을 더 느끼고 그 순간을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 순간이 그렇지만 신생아였던 순간은 다시 못올 순간이니까요.

돌이켜 보면, 당시엔 힘들어 하느라 벌써부터 그리울 그 순간에 왜 사진도 더 많이 안찍었고 왜 우울해 했었는지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러므로, 혹시나 우리 아이가 조금은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 계시다면 조금은 기다리는 여유를 발휘해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음 번에는 모든 신생아 부모들의 고민, 수면교육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백일의 기적에서 설명하고 싶었는데 분량이 하도 많아서 이는 다음 기회에 한꺼번에...to be continued


엄마.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다음 글이 궁금하면 "구독하기"를

도움이 되셨다면 "하트"를 눌러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주말에만 아기 보는 워킹맘을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