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 3부작-2편
아기가 생긴 뒤로는 주말 외출이 늘 고민입니다.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 어느 주말, 마땅한 계획은 없었는데 남편과 아이 모두 새벽같이 일어났습니다.
뭐하지?
너무 이른 시간이라 마땅히 문 연 곳은 없을 것 같고...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블루보틀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블루보틀은 참고로 아침 8시에 문엽니다.
도착하니, 예상대로 어느 정도 줄은 서 있었습니다. 유모차와 함께 줄을 서니 직원이 옵니다.
왜그러지?
저는 설마, 유모차 입장은 안된다는걸까? 내심 긴장했습니다. 직원은 말합니다. 아이가 있으니, 저희 부부 중 한 명은 아이와 함께 안에서 기다리고 한 사람은 밖에서 줄서라고 말입니다.
어찌보면 안도감. 어찌보면 다행.
요새 노키즈존이 하도 논란이다보니, 이런 상황이 때로는 감사해집니다.
그리하여, 제가 아이와 먼저 들어가기로 하고, 남편은 밖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아이와 함께 있다가, 남편 순서가 되면 그 때 주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블루보틀은 지하 1층. 엘베는 없었습니다만, 직원이 유모차를 들어서 계단을 내려갔고, 저는 아이를 안고 내려 일종의 "패스트 입장"을 한거죠.
그래도 아이는 배려해주는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직원에게 유모차가 들어가는건 처음이죠, 라고 물으니 종종 있긴 했다고 합니다. 아이와 저는 저희는 계산대 앞 벤치 같은 의자에 앉았습니다.
뜬금없이 두 달 전 블루보틀 성수점 기억을 꺼낸 건 최근 블루보틀 삼청좀이 오픈한 뒤 다시 블루보틀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요. 이런 트윗이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블루보틀 삼청점에 가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성수점처럼 아이는 먼저 들여보내주지 않을까 합니다. 더욱이 제가 성수점에 갔던 두 달 전과 달리, 요새는 폭염 상황이니까요.
말이 나온 김에 얼마 전 갔던 카페도 기억 납니다. 스타벅스보다는 지점 수가 조금 적은 대형 프랜차이즈였었는데요. 주문하고 벨을 받고, 벨이 울리면 커피를 받아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유모차 끌고 혼자 갔는데 직원이 저에겐 벨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바로 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실은 저는 그 뜻을 모르고, 주문하고 나서 테이블에 유모차를 파킹(?)시켜놓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당연히 커피 받아오는 곳과는 떨어져 있었죠. 3분 뒤. 커피가 나왔습니다. 벨을 안받은 저에게, 직원은 커피가 나왔다면서 밖으로 직접 나와 가져다주지 않겠습니까.
다방도 아닌데 말이죠!
아주 잠깐이지만 유모차 놔두고 커피 받아오는 순간 불편해하는 엄마의 마음을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유모차를 다시 갖고 커피를 가져 오려 했습니다만..) 이때 역시도 괜시리 마음이 발그레해졌습니다.
별 것 아닌 것에도 아이를 배려해주는 문화를 보면 고맙고 따뜻하면서도 아무리 노키즈존인 곳이 늘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 주변은 대체로는 이렇게 점점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 다시 블루보틀 성수점으로 돌아와서, 저희 부부는 블루보틀 커피를 마셨을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줄 길이가 줄어드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습니다. 아이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 직전, 안타깝게도 저희는 결국 포기하고 나왔습니다.
유모차를 끌고 간 곳은 서울숲. 남편은 서울숲 입구에서 "잠깐만"이라고 외치더니 조금 있다가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옵니다. 공원 입구의 가게 한귀퉁이에서 커피를 사왔다 했습니다.
널따란 잔디밭을 보면서 공원 평상에 아기를 눕혀두고, 연둣빛 나뭇잎이 가득한 나무들과 햇살을 보며 맛본 커피. 무려 2000원이라 했습니다. 신맛이 적당하면서도 균형이 잘 잡힌 맛이었습니다.
이날 서울숲에서 맛본 이 커피, 기억에 남을 만한 커피였습니다아~~~~ 커피는 역시 ㅎ 경험입니다.
Never be without Great Coffee
엄마.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다음 글이 궁금하면 "구독하기"를
도움이 되셨다면 "하트"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