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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우루 Feb 13. 2024

밴쿠버댁의 장보기 여정

이곳에서 완벽한(?) 장을 보기 위해서는 보통 5개 정도의 마트를 방문해야 한다. 운이 좋게도 내가 사는 밴쿠버 다운타운 지역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다양한 마트들이 즐비해있다. 코스트코, T&T supermarket, H마트, Urban fare, Save on foods. 이것은 밴쿠버 장보기 여정의 기록이다.

하나, 코스트코_고기와 과일을 최저가에

가장 가까이 있으며,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곳이다.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보니 개별 가격을 생각하면 저렴하지만 전체 장보기 금액은 올라간다. 한 개, 두 개 담다 보면 3-400불 넘기기는 우스운 일. 코스트코에 가면 최대한 좌우를 살피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직진하려고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그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요즘은 유튜브의 은혜로 코스트코에서 파는 덩어리 고기들을 어떻게 해체해야 하는지 자세한 안내를 볼 수 있으니, 무료로 그런 영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해하며 유튜브로 만난 선생님들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나도 고기 해체에 도전 중이다. 그 내용은 다음에 더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어쨌든 코스트코를 가는 가장 큰 목적은 그래, 바로 고기이다. 여기 있는 그 어느 마트에서도 이렇게 저렴한 금액으로 고기를 살 수 있는 곳은 없다. ‘아… 이 가격이면 코스트코에서는 5kg은 살 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순간, 돌고 돌아 결국엔 다시 코스트코로 오고야 만다.

둘, T&T supermarket_한국인의 밥상에 필요한 재료들을 저렴하게

낯선 이국땅에서 마트에 들어가며 이렇게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다니… 익숙한(?) 중국의 향기와 물건들이 나를 반겨준다. 중국마트라고 하지만 동북아 3개국 중국, 한국, 일본의 물건들이 골고루 들어와 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특히 채소류가 참으로 저렴하다. 현지인 마트에 없는 우리네 식탁에 올라올 채소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이곳의 장보기 아이템 중 내가 가장 자주 구매하는 것은 배추다. 내가 이렇게나 김치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던가. 이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배추김치와 물김치를 담그는 일이었다니. 생김새와 맛으로 보아 우리나라 배추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익숙한 맛을 내준다. 한국에서는 그렇게 원산지를 따지면서 구입했었지만, 중국마트에서 중국산을 사는 것은 당연한 거겠지? 어느 나라 것이면 어떠하리, 원하는 재료를 구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multicultural identity가 생성되는 중인 것 같다.

셋, H마트, 한남마트_매실청, 맛술을 어디서 사죠?

코스트코, T&T를 거치면 어느 정도 원하는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하지 못하는 몇 개의 아이템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매실청, 맛술. 우리네 식탁의 조림, 볶음 요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 알짜배기 재료들. 특히 장아찌류를 담글 때 들어가는 사랑하는 매실청을 도대체 어디서 구해야 한단 말인가. 그럴 땐 무조건 한인마트를 가야 한다. 집 근처에도 한인마트가 있지만 2주에 한 번씩 차로 30여분 떨어져 있는 로히드의 한남마트까지 친히 방문하여 남편과 내가 꼭 들고 오는 것은 젓갈류이다. 오징어젓, 창난젓, 그리고 명란젓. 이 밥도둑 녀석들. 생각만으로도 위장이 개운해지는 기분이다. 얼마 전 저녁식사 후 산책을 하며 우연히 ”찬바람이 싸늘하게~“ 이 노래를 시작한 남편과 나는,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호빵이 먹고 싶다는 생각에 순식간에 사로잡혔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H마트로 향했다. 집 근처에 한인마트가 있다는 게 이렇게 일상에 행복감을 주다니.

넷, Urban fare_식료품계 원투펀치

남편과 연애시절 밴쿠버를 방문했을 때 유기농으로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마음에 Whole foods에서 장을 봐오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퇴사자 및 주부로서 장보기 예산 절감이 지상과제인 만큼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Whole foods에서 장을 보진 않는다. 대신 마트계에 원투펀치인 Urban fare는 가끔 가곤 한다. 그 이유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이기도 하고, Save on foods 기프트 카드가 있기 때문에 같은 계열사인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급하게 필요한 채소 혹은 버터, 유제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오는 곳이다. 점심때즈음이면 이곳에서 판매하는 조리된 식품들을 구입해 테이블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는 현지인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가끔씩 이곳에서 구입한 채소는 내가 알던 것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다. 한 번은 양배추를 구입했는데 채칼로 가늘게 썰고 보니 뭐지? 이것은 마치 파마가 먹지 않는 굵은 직모와 같이 그 뻣뻣함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샌드위치에 넣으니 마치 멍게처럼 온 사방으로 삐죽하게 다 튀어나오는 양배추라니… 나중에 깨달았다. 이 두껍고 뻣뻣한 양배추는 코우슬로에 적합하구나라는 것을.

다섯, Save on foods_아… 애매하다.

기프트 카드가 있지 않았다면 굳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마트이다. 집에서 거리도 있는 편이고 가격도, 상품구성도 애매한 편. 고기를 살까? 해도 ‘아… 코스트코 가면 훨씬 저렴한데’, 야채를 살까? 해도 ‘아… T&T가면 훨씬 저렴한데’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이곳에선 주로 계란, 유제품, 과자, 식사용 빵 등을 사 오는 것 같다. 근데 어쩌지? 아직 기프트 카드는 1,200불 정도가 남아있다.

여섯, Liquor store_생필품 구매

이곳의 가장 아쉬운 점 중 하나.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잉? 그럼 술을 어디서 사죠? 한국인의 주요 맥주 구입경로가 편의점이란 사실과 비교해 보면 정말 큰 차이이기도 하다. 반주를 즐기는 나와 남편으로서는 주기적으로 동네 Liquor store를 방문해 영혼을 채우는 느낌으로 냉장고에 로컬 맥주들을 채워넣곤한다. 밴쿠버와 인근 지역에는 로컬 양조장들이 굉장히 많다.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라 그럴까? 새로운 로컬 맥주들을 하나씩 마셔보는 건 어느새 우리의 새로운 취미생활이 되었다.

바로 이곳까지 방문해야 우리의 기나긴 장보기 여정은 비로소 마무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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