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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머리영 Jul 08. 2020

이야기 줍기

어느 초보 환경운동가의 쓰레기 줍는 법

  “엄마, 단백질이 있어.”

  “단백질?”

  “아아, 단백껍질이가 있어.”    


앞장서서 킥보드를 몰던 여섯 살 막내가 멈춰서 가리킨 곳에는 담배꽁초가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은파에 맨손으로 산책을 나가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빵을 싸갔던 봉지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렸지만, 그 봉지마저도 쓰레기가 되니 매번 봉지를 챙기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닐장갑을 끼고 줍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마침 연말에 대형 쿠키 통을 선물 받았습니다. 아, 쿠키 통을 선물 받은 것이 아니라 쿠키를 상품으로 받은 것인데, 다 먹고 통이 남은 것이지요.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이동식 쓰레기통으로 사용하기 딱 적당한 통이 생기게 된 것이지요. 거기에 작은 집게를 나란히 걸고 삼 남매와 함께 산책을 나간답니다.

  

코로나 19로 집에만 머물 때에는 모두가 그러했듯이 산책도 자제해왔어요. 날이 점차 풀리고 여기저기 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은파 순환도로와 연결되는 아파트 단지 앞은 주차장이 부족할 지경이 되었답니다. 고요하던 은파는 활기를 되찾았지만, 각종 소음과 쓰레기도 넘쳐났어요. 

  

작지만 개수가 월등히 많아서 상당한 양을 차지하는 담배꽁초는 일부러 따로 담아보기도 해요. 주차장이나 벤치 아래를 줍다 보면 일회용 플라스틱 잔 하나에 금세 채워진답니다. 그다음 많은 것은 물티슈, 벚꽃시즌 이후로는 일회용 마스크가 제법 있고요. 이제 더워지기 시작해서인지 확실히 눈에 띄는 건 일회용 플라스틱 잔과 페트병 그리고 세트로 함께 버려지는 빨대입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쓰레기를 주우면서 단백질을 시작으로 담배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고, 은파에 살고 있는 오리나 왜가리, 고양이랑 강아지 이야기도 나누고요. 아이들이 셋이다 보니 각자 한 마디씩만 해도 저까지 네 마디가 되니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끝이 없습니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이야기를 줍는 기분이랄까요? 네, 바로 이겁니다. 플로깅도 좋고 줍깅도 좋지만,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 줍기! 그렇게 저는 이야기 줍기라는 하나의 해시태그로 우리 이야기를 묶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혹시 여러분 중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이용하고 계시다면, ‘#이야기줍기’를 검색해보세요. 대단할 것 없이 매우 소소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하고 실천하는 흔적을 엿보실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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