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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머리영 Jul 08. 2020

해태와의 만남

‘해태’라고 하니 과자나 아이스크림부터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해태 타이거즈라는 야구팀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아요. 어쩌면 궁궐 입구에 서 있는 사자와 비슷하게 생긴 상상의 동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만약 야구팀을 소환하셨다면 적어도 저와는 광주라는 지역적 공감대가 통하지 않을까 싶어 지는데요. 반갑습니다. 저는 90년대에 무등 경기장 근처에서 살았던 광주의 딸입니다.


여러분, 혹시 또 다른 해태를 아시나요?

    


-해시태그를 탐닉하다    


제가 소개해드릴 해태는 바로 ‘해시태그’의 줄임말입니다. 대부분은 ‘샵’이라고 발음하고 그냥 해시태그라고 부릅니다. 생김새는 한자 우물 정과 닮았지만, 의미를 따지자면 우물 안 개구리와는 정반대로 이놈의 해태는 온 세상을 누비며 소통하고 공감하며 거리낄 것 없이 마음껏 쏘다니는 우물 밖 바람과도 같은 개구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를 낳고 나니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저도 뒤늦게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시작했어요. ‘카스’라고 부르는 카카오스토리 세계를 맛보다가, 캐나다로 떠난 지인들을 따라 페이스북도 시작하게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문자가 마구 쏟아지는 거예요. 아무래도 해킹을 당한 것 같으니 확인해보라고요. 한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와 후배들까지 얘기를 해 와서 정말 깜짝 놀랐답니다. 어떠한 피해도 없이 그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바로 회원 탈퇴를 하고 한동안 잊고 지냈어요. 

  

해외로는 연락이 쉽지 않아 소식이 궁금하던 차에 도서관에서 만난 동아리 멤버 다수가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다시 조심스럽게 SNS 활동을 시작해보게 되었답니다. 

  

비공개 계정으로 설정해두고 친구들 소식이 올라오면 반가워하면서 좋아요 하나 눌러주는 정도의 소극적인 이용자였어요. 그러다가 여행지 어디, 맛집 어디, 이런 것에 해시태그를 달아 올린 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요. 어쩌다 (아마도 잘못) 눌러졌는데, 엄청난 정보가 올라오는 거 있죠. ‘#제주도’를 눌렀더니 ‘#제주도’를 올린 어마어마한 이용자들이 검색된 것이에요. 정말 대단했어요. 

  

관련 항목으로 #제주 #제주스타그램 #제주일상 #제주여행 #제주명소 등등. 이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요? 바로 그런 헤아릴 수 없는 늪에 저는 그만 빠져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많고 많은 해시태그들을 모두 팔로우하고 만 것입니다.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해시태그 자체를 팔로우했다고요. 그랬더니 새 소식이 팝콘처럼 셀 수 없이 쏟아지고 미쳐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생기는 대참사가 당연히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어쩌나요. 직접 떠날 수는 없으니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지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그렇게라도 대리만족을 하면서 다음을 치밀하게 계획하는 설렘을 놓치고 싶지 않았답니다. 

  

지금 저의 글쓰기 팔 할은 누가 뭐라 해도 해태 덕분입니다. 오늘 밤에도 별이 우물에 스치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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