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마타크 Jul 07. 2023

타이어가 찢어졌다.

기억의 습작 ep.2

타이어가 찢어졌다.

비오는 날 밤길 운전은 위험하다. 아니 조심해야 한다.

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일어난 일이다. 함께 왔던 몇 명을 집으로 오는 길에 한 명 씩 내려주었다. 마지막 한 명이 남았다. 집 앞 차가 다닐 수 있는 인도의 낮은 지형을 통해 정차를 하기 위해 쑤-욱 들어갔다. 그런데...


차가 갑자기 덜컹 거렸다. 평소 같았으면 수월하게 지나갔을 곳인데, 그날 따라 운전의 감을 잃었는지, 결국엔 인도 모서리에 타이어가 찢겨 주저 앉은 것이다. 운전석에 보이는 타이어 압력표시가 0으로 되고. 타이어경고등에 불이 켜졌다. 하아... 화가 잘 나지 않는 성격이라 순간 아무렇지 않았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점점 곱씹게 된다.


서행으로 무사히 집앞으로 차를 주차해 놓고, 비가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무작정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차의 상태를 보러 주차 된 곳으로 향했다. 이전에 나사못이 박혀 펑크가 났을때, 지렁이로 메꿨던 적은 여러번 있었다. 이번에는 느낌이 쌔~했다. 역시나, 가까이 가서 보니 실밥같은 것이 보일정도로 타이어가 크게 찢어져있었다.


보험 회사에 연락해서 견인차를 불렀다. 타이어 센터로 가기 위해서였다.

한 10분정도 지나니 큰 견인차 한대가 왔다. 기사님의 작업이 끝나고, 갑시다 하시길래 조수석쪽으로 견인차의 조수석쪽으로 갔다. 문을 열었다. 아, 깜짝이야. 강아지 한마리가 아주머니 품에 안겨있었다. 기사님의 아내분과 강아지가 함께 있었다. 기사님과 둘이 가면서 좀 서먹서먹할까봐 걱정했는데, 강아지 한마리 덕분에 덜 어색한 상황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기사님 내외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따라 큰 견인차가 작은방처럼 느껴졌다. 뭔가 아늑한 느낌.


나는 생각이 좀 많은 편이라, 이동하면서,

 '이 분들은 지금 어디에서 오시는 길일까... 이 강아지는 나를 안무네? 두 분이 화목해 보인다. 큰 차 한번 운전해보고 싶다..' 등 등 여러가지 의식이 머리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곧 타이어 센터에 도착했다.


이래저래 타이어를 교체완료. 쌩돈이 날라간 마음 부여잡고, 다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가 말랑말랑 승차감이 좋아졌다. 나는 또 금새 타이어 찢어진 일은 잊어버리고, 부드러운 승차감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평소에 장거리 운전을 많이 하다 보니, 타이어가 벌써 수명이 다한 찰나였었나 보다.


지난밤 운전했던 승차감과는 확실히 차이가 났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평소 나는 집중하는 일 외에는 다른 것에 잘 신경을 안쓰는 편이다. 그래서 차가 좀 덜컹거렸어도, 그냥 무시하고 타고 다니는 편이었다. 나는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오죽했으면 타이어를 찢겨지게 해서, 타이어를 가는 상황이 닥쳤을까.


비록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었지만, 그 문제도 감사하게 잘 해결되어서 마음이 한결 나았다. 


내게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한템포 쉬고, 감정과 이성을 관찰하는 편이다. 그래서 인지, 평소에 차분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다. 화도 잘 안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금방 누그러뜨리기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왜 화가 나지 않겠는가.


돌아보니, 독서 습관이 참 중요했던 것 같다. 독서 만큼 간접 경험의 원탑은 없으니까.

글을 쓰다 보니 기승전독서로 끝나는 분위기 인데, 오늘의 글 마무리는 그냥 책읽자 로 하자.



작가의 이전글 길을 찾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