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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막여우 Feb 25. 2024

탱크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 심사위원 만장일치 선정이라는 홍보문구에 혹해서 읽게 되었다.

심사위원이 몇 명이었는지 모르지만 만장일치라니.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탱크'라고 부르는 작은 공간과 그 공간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도선,

연인인 양우와 둡둡,

이부자매인 손부경과 황영경.

등장인물의 공통점은 삶이 외롭고 힘들다.

적어도 여기에선 오래전에 정착된 것을 제멋대로 바꾸려고 하거나 지적해선 안 된다고. 여기가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무언가를 입맛대로 바꿀 생각을 하면 더 작고 아무것도 아닌 우리가 바뀌게 된다고. (p 45)

그들 모두 우리 사회에서 '작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살아간다.




믿음

그들이 한없이 나약해지고 절망적인 순간에 탱크를 알게 되었고, 탱크를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게 된다. 탱크는 단순히 공터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에 불구하다. 그곳에서 간절히 기도하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간절히 소망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무엇을 믿는가 보다 자신이 믿는 행위 자체에 위안을 얻는 모습에서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어떻게 빠지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공간

그건 바로 공간이었다. 교회, 성당, 절, 사당과 같이 전지전능한 존재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 사람들은 그 공간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렸고 명상을 했고 자신의 의식을 고양시켜 왔다. 만약 누구나 조용히 기도하고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바로 그 공간에서 매일 조금씩이라도 기도할 수 있다면 누구든 책에 나온 세계관을 더 빨리 실현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p 61~62)


없던 신앙심도 생기게 만든다는 화려한 바로크 성당,

혼자 기도하기 좋은 작은 정교회 교회,

들어서는 순간부터 속세와 멀어지는 사찰.

모두 공간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탱크는 장식도 빛도 차단하여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화

작가는 영화를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전반적으로 영화가 중요한 흐름을 이룬다. 

시나리오 작가가 등장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인물이 있고,

영화가 인물과 인물의 연결고리가 되어 관계가 시작된다.

장면의 흐름이나 구성도 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서도 장소는 중요한 요소이다.

영화 '벤허'가 나오는데 이것은 종교 때문이 아니라 영화 촬영지인 마테라라는 장소 때문이다.




탱크가 허무맹랑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믿음을 응원하고 행복하기를 바라게 된다.


엄청 흥미진진하거나 스펙터클 하지는 않다. 적당히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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