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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otion Jul 03. 2019

인종차별에 대처하는 자세

미국에서 별 일 없이 산다.


미국에 살면서 한인들이 겪는 이런저런 인종차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인종차별이 없을 수는 없다. 차별이란 말은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본인과 같은 인종이 아닌 다른 인종을 봤을 때 가지는 생소함이나 선입견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인종차별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을 만나도 자세히 이야기해보면 누구나 인종별로 가지고 있는 선입견은 있다. 미국에서 살면서 내가 느낀 인종차별과 나의 대처 방법에 대해 적어보고자 한다.




동양인으로 태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백인으로 사는 것이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편하다. 백인으로 살면 어디를 가든 대부분 환영을 받는다. 대체적으로 피부색이 어두워질수록 점점 환영을 적게 받고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종교책을 봐도 빛은 선이고 어둠은 악으로 표현이 된다. 흑과 백은 본질적으로는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옳고 그름이 없지만, 밝은 것을 선호하는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한다. (과학적 근거 없는 내 생각이지만 누군가가 이 주제로 연구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또한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들면, 예전에 인도에 여행을 가봤는데 인도 사람들은 피부가 하얀 사람들을 정말 좋아한다. 특히 길에서 동양인들도 그렇고, 특히 백인들이 지나가면 인도 사람들이 구경하려고 난리가 난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보통 피부가 어두운 친구들이 피부가 검다고 놀림을 받지, 피부가 하얗다고 놀림받는 것은 한 번도 못 봤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가 이러한데, 인종차별이 없을 수가 있겠는가.


이런 수준의 중생 세계에서 현실적으로 백인으로 태어나서 사는 게 최고긴 하지만, 동양인으로 사는 것이 아주 나쁘지는 않다. 내 경험상 솔직히 백인 제외하고 다른 인종으로 사는 건 더 힘들 수도 있다. 미국에서 동양인이라고 하면 위험하다는 인식이 별로 없어서 사소한 일로 위협받을 일이 별로 없다. 동양인에 대한 선입견이라 한다면 '영어를 못할 것 같다', '말이 별로 없다', '공부를 잘할 것 같다' 정도라 할 수 있겠다. 이 정도인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쓸데 없는데 힘 좀 빼지 말고 나의 인생을 살자


'길가다가 누가 나를 동양인이라고 무시했다',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이러면서 화를 내며 대응을 해봤자 다른 사람의 생각은 바꿀 수 없다. 누가 나한테 뭐라고 했으면 그건 그 사람의 생각이다. 미국은 총기 소지 여부 문제도 있고 사소한 다툼이 크게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밖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그냥 지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이런 문제에 신경 쓰며 화내고 대응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자기 계발에 힘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 매장 같은 곳에서 직원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는데 그 증거가 있어서 고소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뭔가 조치를 취해서 금전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찬성한다. 내 생각엔 대응은 다치거나 죽을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뭔가 얻을 것이 있을 때만 해야 한다. 돈 벌게 아니면 괜히 열받지 말고 대신에 내 인생에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인종을 탓하기 전에 내가 다른 이에게 무엇을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한인들이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경우, 실제로 인종차별을 당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냥 영어를 못해서 그런 대우를 받은 것이 아닐까 추측되는 경우도 있다.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 말 자체가 안 통하는데 참을성 없는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상황도 있다. 영어를 진짜 잘하고 미국 사회에 적응을 잘하는 경우에는 이런 것을 겪는 경우가 줄어든다. 내가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의 상황을 예로 들자면, 다니던 대학에 외국 유학생들이 꽤 많았는데, 한국말 못 하는 외국학생은 정말 아무도 말을 걸지도 않고 때로는 무시도 당하면서 힘들게 생활하는 것을 봤다. 반면 한국말을 한국사람처럼 하는 유학생의 경우 그냥 한국사람처럼 잘 지내고 있었다.


내가 다른 이에게 무언가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누군가가 영어 못하는 나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며 따지는 것은, 엄격하게 말하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 없었으면서 받기만을 원하는 심리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이 실력을 쌓고 잘하는 것들이 있어서 남들에게 베풀 수 있는 것이 있으면 인종의 벽은 점차 낮아진다. 실력을 쌓아서 자신 앞에 붙는 형용사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뭐라도 잘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그냥 '동양인'이라 칭해지겠지만, 예를 들어,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이 좋다면 '학점 좋고 몸도 좋은....... 동양인'이 될 수 있다. 형용사를 많이 붙일수록 인종에 대한 비중은 줄어든다. 인종을 떠나서 잘하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나로부터 배우길 원하고 인정받을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나는 불교 철학을 좋아해서 학교에 있을 때 이런저런 불교 관련 자료를 읽곤 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숭산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세계 평화는 불가능하다. 또한 필요하지도 않다."


나는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반응하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게 집중해서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 삶이 바쁜데 누가 밖에서 인종차별해도 내 알바 아니다. 남이 나를 차별하고 나에게 뭐라고 하면 순간 화도 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 사람 생각이고, 나는 요즘 어떻게 하면 디자인을 더 잘하고 체육관에서 오버헤드 프레스를 100kg 들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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