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미국은 너무나 잘 맞는 나라인 것 같다. 물론, 한국의 시스템에 비해 불편한 점도 있고 외국인으로서 힘든 일도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사는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기에 학교를 졸업하고도 여기에서 계속 일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미국에서의 유학과 취업의 좋은 점을 어렸을 때 미리 알았더라면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정말 열심히 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 재능 있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 한 교수님께서 이런 재능 있는 학생들이 영어만 배워서 해외에 나가보면 삶이 더욱 나아질 것이라 계속 그러셨는데 그 말에 귀 기울여 듣는 친구들은 많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나도 그 말을 오랫동안 듣지 않았다. "영어를 내가 어떻게 배우지?... 그냥 한국에서 잘하면 되지않을까..." 하면서. 나도 그랬고 많은 친구들이 유학이라는 것을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영어만 할 줄 안다면 그냥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서 지원하고 합격되면 유학 가면 된다. 또한 영어만 되면 한국에서 해외에 있는 회사에 바로 취업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이 쉽지는 않고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나는 미국 유학과 취업에 대한 도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본다.
강원도 최전방 군복무 이후 추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겨서, 따뜻한 캘리포니아에서 살 수 있는 것도 나에겐 좋은 점이다.
높은 연봉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돈이다. 한국에서도 본인이 하기 나름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돈을 많이 벌어보고 싶다 한다면 미국이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다.
로스 엔젤러스에 이사 왔을 때 한화로 400만 원 정도 통장에 있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여기서 저축할 수 있는 돈을 한국에서 일해서 모았다면 최소 4~5년 정도 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의 경우 8~10년 정도 걸렸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재능이 너무 뛰어난데 영어에 관심이 없는 분들을 보면 나는 제발 영어 한번 배워보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도 충분히 돈을 많이 벌고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가질 수 있지만 영어를 배워서 해외에 나갈 수 있으면 좀 더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이 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데, 나는 사실 그것이 체감이 되지는 않는다. 사람이 많지 않은 주로 가면 대부분 모든 것이 한국보다 저렴하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대도시 로스 엔젤러스와 비교해도 내가 주로 구입하는 식재료, 연료 등은 더 저렴하다. 주거비와 의료비, 외식비가 아마도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욱 비싼 것들인데, 룸메이트와 살고 외식을 절제하며 삶의 질을 포기해버리면 한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생활비만 쓰고 살면서 더욱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작업의 선택
우리나라의 모션그래픽 시장에서 굉장히 좋은 작업들이 많이 나온다. 실력으로는 미국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지만, 작업의 규모나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클라이언트의 수를 보면 미국에서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는 것이 더욱 많은 기회가 있는 것 같다. 사실 한국에 있어도 영어만 할 줄 알면 해외 클라이언트와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 때문에 영어의 중요성은 수 천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퀄리티 높은(디자이너로서 작업하고 싶은) 커머셜, 쇼, 영화들이 미국에서 많이 제작된다. 디자이너로서 미국에서 활동하면 이런 작업하고 싶은 일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약간 더 나은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우리나라에 있을 때는 나를 포함하여 내 주변의 모든 디자이너들이 미국 회사 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있어서 미국에서는 돈은 많은 받고 매일 정시 퇴근에 몸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와서 일해보니 모션 그래픽 분야는 아주 큰 편차는 없는 것 같다.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는 대기업이라 모든 작업이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서 바쁜 일 아주 많지는 않지만, 예전에 일했던 네 곳의 에이전시들에서는 모두가 굉장히 바쁘게 일했었다. 좋은 작업을 하는 에이전시들은 높은 퀄리티를 빠듯한 데드라인과 예산안에 처리하느라 항상 바쁘게 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미국도 회사마다 일하는 분위기가 틀리기 때문에 엄청 고되게 작업하는 곳도 있고 삶의 질이 잘 보장되는 곳도 있다. 남을 위해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어느 나라, 어디에서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최대한 개인 시간을 보장해주려는 의식이 항상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에 비해서 괜찮은 워라밸을 찾아가기는 훨씬 쉬운 편이다.
나는 미국 유학과 취업이 한번 시도해볼 만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미국 활동에 대한 약간의 동경이라도 있다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데 마침 미국에서 그 직업군을 원한다면, 그리고 미국 진출을 위해 투자할 자본금이 있다면... 한번 사는 인생인데 영어 배워서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미국 유학과 취업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수익을 얻으려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