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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아 Mar 21. 2023

21. 인터뷰 편

박민아의 행복편지 

일주일에 두 번 짧지도 길지도 않은 글을 쓰는 데에 어려운 일은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물론 없지만, 누군가 물어본다고 생각하면 이런 대답을 합니다. 저만의 인터뷰.



어렵습니다. 어렵고 막막합니다. 

그렇지만 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은요. 



처음에는 아주 이상한 것을 씁니다. 사실 글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걸 써요. 처음부터 완성된 하나의 글을 쓰는 일도 아주 드뭅니다. 대체로 조각조각 씁니다. 문장이기도 하고, 문단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단어를 나열해둘 때도 있어요. 


저는 이 단계가 좀 괴롭습니다. 도무지 이걸로 편지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거든요. 망했다, 망했다..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단 포기하지 않고 고치기 시작합니다. 무조건 여러 번 읽고, 여러 번 고칩니다. 문장을 보기 좋게 고치는 일은 생각보다 나중입니다. 대신 문장과 문단의 순서나 생각의 전개 같은 것을 손보는 거지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정교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처음 했던 생각이 또렷해지기도 하지만, 아주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처음부터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처음 느끼던 불안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키고 개운함을 느낍니다. 이번에도 다 했다, 어찌저찌 또 했다, 하고요. 


그렇게 해서 한 편을 씁니다. 

물론 이것은 방법에 대한 것입니다. 

쓰는 법에 대한 것이지요. 

잘 쓰는 법은 따로 있을 겁니다. 

저는 아직 잘 모르지만요.  


처음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었을 때, 편집자도 출판사도 없이 혼자 일을 시작했을 때는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너무 두려웠어요. 어떻게 시작해야 좋을지 모르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어디서 끝맺음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에 괴로웠거든요. 


결재해줄 팀장님이 있다면 그의 결정을 기다리면 되는 일인데 (물론 그것도 좀 괴로운 일 중 하나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은 본인이 팀장이자 팀원이지요. 텅빈 워드프로세서 화면에 깜빡이는 커서와 방황하는 마우스 포인트, 그리고 공허한 키보드 소리. 이런 것들에 압도되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 끝에 제가 알게 된 것은 이런 거였어요. 


▪️처음부터 좋은 걸 하진 못한다. 대가들도 처음부터 그러지 못한다고 들었다. 물론 대가의 엉망과 나의 엉망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그런 것은 모른 척한다.

▪️고치면 나아진다. 무조건 나아진다. 한 번 고치면 한 번 나아지고, 두 번 고치면 두 번 나아진다. 

▪️나는 스스로 어디서 멈춰야 할지 결정할 수 있다. 



내가 믿는 건 내가 아닙니다. 나란 존재는 원래 좀 미덥지 않고 못마땅한 날이 더 많잖아요. 대신 내가 한 경험을 믿습니다. 나아지는 경험을 하면, 시작부터 완성할 때까지의 긴 터널을 완주할 수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과 생각을 정리해 전달하는 경험을 믿는 겁니다. 여러 번 반복 되어온 일, 그래서 다음 주에도, 다다음 주에도 반복될 일을요. 



만족스럽지 못한 지금 이 상황이 영원할 것 같을 때, 

문득 불안하고 문득 어리둥절할 때

나아진다. 나아진다 생각합니다. 

나아졌으니까 나아진다. 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을 다루는 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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